-
-
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 - 멸종, 공존 그리고 자연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임정은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8월
평점 :
저녁 산책을 마치고 펫밀크를 마시며 더 놀아달라는 빵글이의 등을 가만히 쓰다듬으며 임정은 작가의 '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를 읽었다. 매일 함께 걷고, 말없이 눈빛을 나누고, 온전히 나를 믿고 의지하는 이 작은 생명체의 온기는 내 일상의 새로운 위안이다. 동물이 단순히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지구를 공유하는 동등한 존재임을 빵글이를 통해 매일같이 배우고 있었다. 그렇기에 '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는 단호하고 서늘한 제목은 그저 책제목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반려동물의 생명을 위협하는 거대한 선고처럼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작가는 국내 유일의 호랑이 보전 연구자로서 이 땅에서 사라져 가는 호랑이를 기억하고 지켜내려는 외롭고도 치열한 과정을 풀어냈다. 나는 책을 읽으며 지금 내 곁에서 평화롭게 노는 반려견과의 안락한 공존과 저자가 마주했을 황량한 현실 사이의 거대한 간극이 느껴졌다. 호랑이가 숲에서 사라진 이유가 결국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편리함을 향한 무관심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되니 내 반려견을 향한 사랑과 책임감이 한없이 작고 이기적인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 반려견을 아끼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했다. 그 사랑을 울타리 안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울타리 밖의 모든 생명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을 더 큰 차원으로 공존에 대한 책임을 생각해봤다.
마음에 무겁게 남은 것은 ‘멸종’이라는 단어의 무게였다. 멸종은 그저 사전 속의 단어나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 종이 겪었던 고통의 역사이자 수만 년간 이어져 온 자연의 질서가 무너지고 생태계의 균형이 돌이킬 수 없이 깨졌다는 비상 신호였다. 만약 언젠가 호랑이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름을 아는 다른 많은 동물들이 사라진다면 빵글이가 신나게 뛰놀던 푸른 잔디밭과 맑은 시냇물도 함께 잿빛으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구체적인 두려움이 엄습했다. 마치 인터스텔라에서 나온 미래처럼 말이다. 이 책은 그 끔찍한 상상이 이미 현실이 되어버린 비극을 담담하게 직시하게 만들며 동물에 대한 사랑을 더 깊고 넓은 책임감을 가져야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단순한 감정의 표현에 그쳐서는 안 되며 그들이 온전히 살아갈 터전을 지키고 존중하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은 아프도록 명확하게 알려준다. 하지만 책은 절망 속에서 끝나지 않았다. 나에게는 빵글이와 함께하는 이 작은 일상이 사소하게 보이는 하루하루의 선택들이 곧 자연과 동물 전체를 향한 책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임을 보여준다.
'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는 한 과학자의 열정적인 탐구 기록이자 이 땅에서 사라져간 한 생명에 대한 진심 어린 애도와 성찰의 기록이다. 인간의 이기심때문에 우리는 무엇을 잃었고 남은 것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호랑이는숲에살지않는다 #임정은작가 #다산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