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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팔을 잃은 비너스입니다
김나윤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8월
평점 :
물리치료사로서 우리는 매일 수많은 환자들의 상실과 회복의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다. 질병이나 사고로 신체의 기능 일부를 잃은 환자들이 겪는 신체적 고통과 심리적 절망감, 그리고 그 속에서 다시 일어서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사투는 치료실 안에서 가장 경이롭고도 가슴 아픈 드라마다. 김나윤 작가의 '나는 한팔을 잃은 비너스입니다'는 바로 그 치료실 안팎의 기록이자, 한 명의 환자가 자신의 삶을 재건해 나가는 위대한 여정을 담은 생생한 임상 보고서와도 같았다.
이 책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저자가 겪는 재활의 과정이 지극히 현실적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사고로 팔을 잃은 후 겪는 일상의 붕괴는 내가 임상에서 마주했던 환자들의 모습 그대로다. 옷 입기, 식사하기, 머리 묶기 등 지극히 당연했던 일상생활동작 하나하나가 거대한 장벽이 되는 과정, 환측과 건측의 불균형으로 인한 신체 밸런스의 문제는 물리치료사로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인상 깊었던 것은 저자가 자신의 신체를 새롭게 인지하고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다. 절단 이후 변화된 신체상에 대한 혼란과 거부감은 환자들이 겪는 가장 큰 심리적 장벽 중 하나다. 저자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밀로의 비너스'에 투영하여 '윤너스'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가는 대목은, 재활치료의 궁극적인 목표가 단순히 신체 기능을 회복하는 것을 넘어 환자 스스로가 변화된 자신을 긍정하고 새로운 삶의 주체로 서도록 돕는 것임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이는 기능적 회복 만큼이나 심리적, 사회적 재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물리치료사라는 입장에서 보자면, 책 속에는 재활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나 제도적 지원 체계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더 있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실제로 한쪽 팔을 잃고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신체적 보조 도구나 재활치료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책이 개인의 서사를 넘어, 비슷한 상황에 있는 환자나 보호자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단순히 한 개인의 역경 극복기를 넘어 나같은 물리치료사들에게 치료의 본질적인 가치를 되묻는다. 우리는 환자의 손상된 근육과 관절을 치료하는 사람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한 인간의 무너진 삶을 다시 세우고, 그들이 자신의 존엄성을 되찾도록 돕는 조력자다. 김나윤 작가가 절망 속에서 자신의 불완전함을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것처럼, 우리 역시 환자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새로운 삶의 '비너스'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사명이 있음을 다시한번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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