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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이른둥이 엄마가 되었다 - 670g의 작은 아기와 초보 엄마의 신생아중환자실 분투기
진소은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7월
평점 :
엄마 라는 이름은 설렘과 기쁨으로 다가오지만 때로는 예상치 못한 시련과 함께 찾아오기도 한다. 진소은 작가의 '어느 날 이른둥이 엄마가 되었다' 는 바로 그 예상치 못한 순간 세상의 빛을 조금 일찍 마주한 작은 생명을 품에 안게 된 한 엄마의 치열하고도 눈물겨운 기록이다. 단순히 한 개인의 육아 일기를 넘어 세상의 모든 이른둥이 부모들에게 보내는 깊은 공감과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출산의 기쁨이 막연히 ‘건강한 아기’라는 전제 위에 서 있다는 걸 그리고 그 전제가 무너졌을 때 부모가 겪는 혼란과 두려움이 얼마나 큰지를 책을 통해 알게 된다.
책은 저자가 임신중독증으로 생사의 기로에서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겨우 1.3kg 한 뼘도 채 되지 않는 작은 아이. 인큐베이터 안에서 수많은 관을 꽂고 생명을 이어가는 아이를 보며 엄마가 느끼는 감정은 기쁨보다는 죄책감과 불안함이다. '나 때문에 아이가 고통받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자책과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신생아 집중치료실 앞에서의 시간들은 책을 읽는 내내 고스란히 전해져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의학 드라마에서 보던 장면들이 떠오르면서 책에 있는 사진들은 생생함을 전달했다.
건강 이라는 것이 얼마나 당연하게 여겨졌는지 반성하게 된다. 또, 부모가 된다는 건 단순히 아이를 낳는 순간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긴 여정임을 깨닫게 된다. 아이의 작은 몸짓, 체중의 미세한 변화에 울고 웃는 부모의 모습은 이른둥이를 키워본 경험이 없는 독자에게도 그 절박함과 애틋함을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특히 아이에게 온전히 영양을 공급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시도 때도 없이 유축을 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 아이를 직접 안아보지도 못한 채 스치듯 만져야만 하는 '캥거루 케어'의 순간들은 모성의 위대함과 그 깊이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같은 상황을 겪는 부모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생명의 연약함과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망과 슬픔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안에서 피어나는 희망과 단단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연약하기 그지없는 아이가 스스로의 힘으로 숨을 쉬고, 젖을 빨고, 마침내 건강하게 퇴원하기까지의 기적 같은 여정을 통해 생명의 경이로움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엄마는 더 이상 죄책감에 갇힌 약한 존재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성장하며 세상과 맞서는 강인한 투사로 거듭난다.
남성 독자로서 아빠의 관점도 보였다. 아빠가 마냥 강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책 속에서 아빠는 아내와 함께 아이의 상태에 가슴 졸이고, 위기의 순간에는 함께 눈물을 흘린다. 모든 과정을 함께 겪어내는 동반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엄마가 아이의 작은 변화에 기뻐하며 희망을 이야기할 때, 아빠는 그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엄마가 절망할 때 그 슬픔을 온전히 함께 느끼며 위로해줬다. 이는 '이른둥이 육아'라는 고난이 엄마 혼자의 몫이 아닌 부부가 함께 짊어지고 이겨내야 할 공동의 과제임을 보여줬다.
이 책은 시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서로를 보듬으며 단단해진 한 가족의 아름다운 성장기이자 세상의 모든 작은 생명들을 향한 뜨거운 응원가다. 무엇보다 '아이가 자라는 건 기적이고 그 기적을 매일 믿는 게 부모의 사랑'이라는 메시지가 오래 마음에 남는다.
#진소은작가 #어느날이른둥이엄마가되었다 #미다스북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