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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우체국
호리카와 아사코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5년 8월
평점 :
누구에게나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차마 전하지 못한 말이 있다. 고마웠다는 인사, 미안했다는 사과, 혹은 사무치게 그리운 마음까지. 만약 세상을 떠난 이에게 그 말을 전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는 어떤 편지를 쓰게 될까? 살아 있는 사람과 이미 세상을 떠난 이 사이를 이어주는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을 듯한 우체국을 배경으로 편지라는 매개체가 얼마나 깊고 섬세하게 사람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 속의 ‘환상 우체국’은 단순한 상상 속의 공간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이 전하지 못한 말, 잊지 못한 그리움, 그리고 마음속 응어리를 담아내는 특별한 장소다. 편지를 쓰는 사람은 과거의 미안함과 감사, 혹은 끝내 말하지 못했던 사랑을 담아 보낸다. 그리고 그것을 받는 이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따뜻하게 반응한다. 작가는 이 과정을 통해, 단절된 관계가 시간과 죽음을 초월해 다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편지가 단순히 종이 위의 글이 아니라 보내는 사람의 마음과 시간을 함께 담고 있다는 것이다. 말로 전할 때는 흘러가 버릴 감정이 글로 쓰면 형태를 갖추고 남는다. 그래서 편지는 때로 사람을 울리고, 때로는 새로운 용기를 준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이유로 ‘환상 우체국’을 찾아오는 모습은 우리 모두 마음속에 전하지 못한 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결코 어둡거나 슬프게만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환상 우체국'이라는 판타지적 장치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고 그 사이에 남은 인연과 사랑의 끈을 따뜻하게 보여준다. 편지를 통해 비로소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고 용서와 화해에 이르는 모습은 독자에게 큰 울림과 감동을 선사한다. 죽음이 관계의 끝이 아니라 남겨진 기억과 사랑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이다.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용기가 나지 않아 미뤄둔 말들이 있다. 현실에는 환상 우체국이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쓰지 못할 이유도 없다. 이 책은 결국 “마음이 시키는 말을 늦기 전에 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비록 현실에는 환상 우체국이 없지만 이 책은 우리에게 사랑하는 이에게 지금 당장 진심을 전할 용기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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