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 - 소란한 삶에 여백을 만드는 쉼의 철학
이영길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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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길 작가의 ‘나는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는 이 시대의 많은 이들이 마음속 깊이 품고 있을 이 질문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빨리빨리’ 문화 속에서 쉼 없이 달려온 우리에게 저자는 진정한 ‘쉼’의 의미를 되새기며 삶의 균형을 되찾을 것을 제안한다. 40여 년간 ‘여가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학문을 연구해 온 저자의 내공이 담긴 이 책은 단순한 휴식을 넘어 삶의 태도를 전환하는 ‘쉼’의 가치를 강조한다.

책의 핵심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쉼 결핍 증후군’을 진단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저자에 따르면 쉼 결핍 증후군은 단순히 시간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쉬는 시간을 낭비로 여기는 사회적 압박과 내면화된 불안감에서 비롯된다. 이로 인해 우리는 몸과 마음이 보내는 피로의 신호를 무시한 채 번아웃, 우울증 등 정신적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의 해독제로 여섯 가지 종류의 ‘쉼’을 처방한다. 이는 단순히 일을 멈추는 소극적 휴식을 넘어 삶의 주도권을 되찾고 진정한 나의 모습을 회복하는 적극적인 과정이다.

책에서 말하는 멈춤의 쉼은 바쁘게 달리기만 하던 제 생활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은 생각보다 큰 용기이다. 일하지 않는 쉼에서는 ‘성과와 일’로만 나를 규정하던 시선을 내려놓고, 존재 그 자체로도 가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욕망을 재조정하는 쉼은 쌓여만 가던 욕심과 비교심리를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기쁨의 쉼은 잊고 지내던 소소한 행복을 다시 찾게 해준다. 느긋한 쉼은 세상의 속도를 쫓느라 놓친 ‘지금, 여기’의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법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사랑의 쉼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온기와 웃음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일깨웠다.

끊임없는 경쟁과 성장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의도적으로 ‘쉼’을 선택하는 행위는 세상의 기준에 맹목적으로 순응하지 않겠다는 주체적인 선언이자 자신만의 가치를 지키려는 용기 있는 저항이라는 것이다.

‘나는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는 제목처럼, 이 책은 삶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싶지만 그 방법을 몰라 막막했던 이들에게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여섯 가지 쉼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조급함과 불안함에서 벗어나 삶의 진정한 의미와 목적을 되새기게 될 것이다.

이 책은 40대의 나에게 ‘쉼은 나를 위한 투자’라는 확신을 준다. 바쁘다는 이유로, 책임감 때문에, 혹은 남의 시선 때문에 미뤄두었던 나만의 시간을 조금씩 회복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는 기분이다. 단순히 편하게 살자는 책이 아니다. 버려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쉼, 그리고 그 쉼이 주는 회복의 힘을 차분하게 알려주는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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