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행 : 변경의 사람들 - 경계와 차이를 넘어 사람을 보다
김구용 지음 / 행복우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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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흔히 생각하는 아름다운 풍경이나 유명 관광지를 소개하는 여행기가 아니라 중국의 변방, 즉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시장 티베트 자치구와 같은 오지에서 만난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저자는 거대한 중국이라는 국가를 한눈에 조망하는 대신 수많은 경계의 현장을 직접 발로 누비며 그곳 사람들의 삶과 깊이 있는 고민을 진솔하게 담아낸다.

그의 여정은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번화한 중심을 향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 민족의 자취가 서린 연변을 비롯하여 중국의 다채로운 소수민족들이 살아가는 국경 근처의 외진 땅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저자는 관광객의 눈이 아닌 연민과 이해를 담은 시선으로 변경의 사람들을 만난다. 가난하지만 넉넉한 웃음을 잃지 않는 농민,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조선족 동포, 그리고 수천 년 역사의 흐름에서 묵묵히 오늘의 삶을 일구는 이름 모를 이들이 책에 담긴 것은 화려한 볼거리가 아니라 바로 이들의 생생한 삶의 모습이다.

읽는 내내 ‘국경이 없다면 이들의 삶은 조금 더 평온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동시에 경계가 있기 때문에 더욱 강인해지고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변경'은 단지 지리적 주변부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화려한 중심의 논리에 가려진 소박한 진실이며 소외되었지만 끈질긴 생명력으로 이어져 온 삶의 다른 이름이다. 빠르게 발전하고 모든 것이 중심으로만 쏠리는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우리 자신의 삶마저 '변경'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구용 선생은 변경의 사람들을 통해 가장자리에도 엄연히 삶의 중심이 있으며 그곳에 깃든 정신과 문화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나직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이 책은 우리에게 여행의 새로운 의미를 제시한다. 그것은 낯선 곳에서 새로운 나를 만나는 것을 넘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인간의 보편적인 삶과 역사를 마주하는 성찰의 과정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한 국가의 테두리에서 가장 끝에 서 있는 이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경계와 차별, 정체성 문제까지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깊이 있는 여행기이자 인문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이국의 풍경이 아닌 사람과 사람을 중심에 두고 그려낸 진짜 여행의 의미를 느끼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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