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
김슬기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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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작가의 장편소설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는 삶의 의지를 송두리째 잃어버린 한 청년이 기상천외한 할머니들을 만나 생의 활력을 되찾는 유쾌하고 따뜻한 휴먼 드라마다. "다 자란 어른이 회복하는 데도 온 마을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작가의 질문에서 시작된 이 소설은, 각박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공동체와 연대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하며 가슴 뭉클한 감동과 위로를 선사한다.

소설의 주인공 '하고'는 배달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사는 일에 완전히 지쳐버린 청년이다. 결국 삶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은 순간,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은 저승사자가 아닌, "단호하고 또렷한 목소리"의 근육질 할머니들이다. 이들에게 영문도 모른 채 납치 당한 하고는 바닷가 마을 '구절초리'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곳에서 하고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마고할미처럼 엄청난 힘을 자랑하는 할머니 군단이다. 그들은 하고에게 다짜고짜 따뜻한 밥을 내어주고, 퉁명스러운 듯 다정한 오지랖으로 그의 일상에 스며든다. 하고는 할머니들의 억척스러운 활력과 보살핌 속에서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그리고 분명하게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해 나간다.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는 단순히 한 개인의 치유기를 넘어 현대 사회가 잃어버린 공동체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무관심과 개인주의가 만연한 도시의 삶에 내몰렸던 하고가 구절초리 할머니들의 다정한 간섭 속에서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 모습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어쩌면 거창한 해결책이 아닌 따뜻한 밥 한 끼와 진심 어린 관심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노년=희생, 소외”라는 편견을 거부하고,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당당하게 늙어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한 성장담이나 위로가 아닌 인생의 쓴맛을 깊이 경험한 이들이 전하는 단단한 삶의 힘, 그리고 끝까지 자기 자신답게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따뜻하게 그려낸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강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강함이란 단호함과 주체성, 아름다움이란 관계 속에서 나누는 따뜻함이었다. 작가는 외적인 아름다움보다 더 중요한 내면의 품격을 말하며, 그것이야말로 나이 들수록 빛나는 자산이 될 수 있음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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