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는 남북국사 페이퍼로드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
이문영 지음 / 페이퍼로드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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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통일신라 라는 이름에 익숙해져 있을 때, 북방에선 고구려의 기상을 이어받은 발해가 엄연히 존재하며 남과 북이 공존하던 시기가 있었다. '하룻밤에 읽는 남북국사'는 바로 이 남북국시대를 조명하며 한반도 역사의 입체적인 모습을 알려주는 책이다. 삼국의 역동적인 경쟁과 고려의 건국이라는 거대한 서사 사이에서 통일신라와 발해가 공존했던 약 230년의 시간은 그 중요성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했다. 통일신라는 삼국통일의 영광 뒤에 가려지고, 발해는 만주 벌판의 잃어버린 왕국 정도로 희미하게 인식될 뿐이다.

통일신라와 발해의 역사를 단순히 시간 순으로 나열하는 연대기적 서술에서 벗어나, 당나라와 일본, 북방 유목민족이 얽힌 동아시아 국제질서라는 거대한 체스판 위에 두 나라를 올려놓는다. 신라가 나당전쟁에서 어떻게 실리를 챙겼는지, 발해가 신흥 강국으로 성장하며 일본과 어떤 외교적 줄다리기를 펼쳤는지, 장보고의 해상 네트워크가 동아시아 무역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따라가며 당시의 역동적인 세계관을 그려줬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그동안 한국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발해의 역사를 비중 있게 다룬다는 점이다. ‘해동성국'이라 불릴 만큼 융성했던 발해의 건국과 발전, 그리고 멸망의 과정은 한민족의 역사적 강역과 정체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한층 확장시킨다. 발해가 단순한 고구려 유민의 국가가 아니라 고구려 문화를 기반으로 말갈 등 다양한 종족을 아우른 복합적인 국가였음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이는 발해사를 둘러싼 중국의 동북공정 논리에 대응할 수 있는 역사적 근거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책은 ‘장보고는 왜 반역자로 몰려 최후를 맞이했는가?’와 같이 흥미로운 질문들을 던지며 독자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교과서에서는 몇 줄로 요약되고 마는 사건들의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사료를 바탕으로 추적해 나가는 과정은 마치 한 편의 역사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풍부한 지도와 사진, 유물 자료들은 당시의 시대상을 머릿속에 그리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물론 비판적 독해의 여지도 존재한다. ‘하룻밤에 읽는다’는 제목이 무색하게 방대한 정보와 다각적인 분석을 담고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 든 독자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또한, 제한된 지면 안에 두 나라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를 모두 아우르려다 보니 각 주제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보다는 사건 중심의 서술이 주를 이루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룻밤에 읽는 남북국사'는 잊혀졌던 남북국시대의 역사를 생생하게 복원해낸 좋은 책이다. 통일신라와 발해라는 두 축을 통해 우리 역사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고, 나아가 동아시아 전체의 큰 그림 속에서 한반도의 역사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현재를 살아가는 지혜를 동시에 얻고 싶은 독자라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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