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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화가 되다
최종호 지음 / 메이킹북스 / 2025년 6월
평점 :
최종호 작가의 '영화, 명화가 되다'는 단순한 영화평론집을 넘어 스크린 속 이야기들을 인문학적 프리즘으로 깊이 있게 성찰하는 책이다. 도시지역개발학 박사이자 남다른 영화 애호가인 저자는 자신의 전문 분야와 영화에 대한 열정을 결합하여 영화와 우리 사회의 복잡한 관계를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책의 제목 '영화, 명화가 되다'는 단순히 유명한 영화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한 편의 영화가 시대를 초월하여 불멸의 가치를 지니는 '명화(名畫)'와 같이 우리에게 깊은 울림과 사유의 시간을 선사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하다.
책은 여러 편의 영화를 통해 다양한 사회 현상과 인간 군상의 모습을 조명한다. 저자는 영화의 서사, 캐릭터, 미장센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며 그 안에 숨겨진 사회적, 역사적, 철학적 의미를 길어 올린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익숙하게 보았던 영화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며 나아가 우리 자신과 우리가 발 딛고 선 세상을 성찰하게 된다.
저자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넘나들며 폭넓은 분석을 제시한다. '영웅본색'을 통해서는 영웅 서사 이면에 감춰진 시대적 욕망과 남성성의 신화를 탐구하고, '시네마 천국'에서는 영화가 개인의 삶과 공동체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과 같은 고전 추리 영화를 통해서는 복선과 암시의 틀을 깨고 인간 본성의 양면성을 고찰하며, '조커'에서는 사회적 타살의 문제를, '범죄도시'에서는 캐릭터가 어떻게 전체 서사를 이끌어가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이 책에서 특히 깊은 감명을 받은 부분은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에 대한 저자의 통찰이다. 저자는 김장하 선생의 삶을 통해 우리 시대에 진정한 어른이란 무엇이며 선한 영향력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평생을 한약방 수입으로 수많은 학생들의 학비를 지원하고 지역 사회와 문화 발전에 헌신한 김장하 선생의 삶은 그 자체로 한 편의 감동적인 영화와 같다.
영화 애호가는 물론, 미술에 대한 문턱을 느끼는 독자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하나의 장면에 담긴 시간, 감정, 의도를 읽어내는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 이 책이 잘 보여준다. 일상에서 새로운 시각과 사고의 확장을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영화와 인문학, 그리고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