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이라는 착각 -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이정표
안호기 지음 / 들녘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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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기 작가의 성장이라는 착각 은 단순한 경제 비판서가 아니다. 이 책은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온 ‘성장’이라는 단어를 정면으로 해체하며, 그것이 만들어낸 사회적 허상과 개인적 소진을 통렬히 짚어낸다. 특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현실을 떠올리며 읽을 때, 이 책은 단순히 공감의 차원을 넘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한국 사회는 그동안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것을 정당화해 왔다. 압축성장, 산업화, 세계화, IT 강국, 스타트업 붐… 국가와 기업, 개인은 끊임없이 더 빠르고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살아야 했다. 성장은 곧 성공이고, 성장을 멈추는 순간 도태된다고 여기는 분위기 속에서 ‘쉬어가는 삶’, ‘멈추는 용기’는 사치로 취급되었다. 이처럼 오랜 시간 동안 성장에만 몰두해온 대한민국의 풍경은 지금 어디를 바라보아도 그 후유증을 피할 수 없다.
그 대표적인 결과가 바로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다. 이제는 저출산이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는 단지 청년들이 아이를 낳지 않아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만든 사회 구조,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성장 중심의 정책이 만들어낸 결과다.
치열한 경쟁, 끝없는 노동, 불안정한 일자리, 과도한 교육비, 비싼 집값, 부족한 돌봄 시스템… 삶의 기본적인 안정조차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누가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을까? 저자는 이런 문제들이 단지 정책 실패가 아니라, 성장 신화를 절대 진리로 받아들인 이 사회 전체의 집단적 환상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특히 인상 깊었던 문장은 “우리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으며, 성장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이다. 이는 비단 경제적 측면을 넘어, 사회적 상상력의 한계를 넘어설 것을 요구하는 말이기도 하다. 더 많이가 아니라 더 좋게, 더 빠르게가 아니라 더 함께 가는 삶. 그것이 성장의 종말 이후 우리가 새롭게 상상해야 할 세계다.
성장의 결과로 우리는 정말 행복해졌는가? 더 나은 삶이 아니라 더 지친 삶만이 남아 있는 지금, 우리는 어떤 전환을 상상할 수 있는가?
이 책은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 그 질문을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방향성 모두에 던진다. 성장의 환상에서 벗어나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다시 묻고 싶은 이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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