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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민주주의 내란의 끝 - 역사학자 전우용과 앵커 최지은의 대담 ㅣ K민주주의 다시만난세계
전우용.최지은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5년 1월
평점 :
정우용 작가의 『K민주주의 내란의 끝』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와 현재의 위기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겨온 민주주의가 실제로는 ‘내부의 내란’이라 부를 만한 심각한 권력 투쟁과 법치 파괴의 역사로 얼룩져 있음을 보여준다. 민주주의란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법치·권력분립·시민 감시라는 섬세한 균형 위에 세워진 취약한 질서임을 다시 깨달았다.
한국 민주주의가 시작부터 왜곡되었음을 강조하며,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헌법 유린을 대표 사례로 든다. 이승만은 발췌개헌, 사사오입 개헌을 통해 권력을 장기화했으며, 반대파 탄압과 법치 훼손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파괴했다. 그의 행태는 권력을 사유화한 '왕정적 민주주의'였고, 이는 곧 작가가 말하는 ‘K민주주의의 내란’의 원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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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최근 이재명 대표의 전원합의체 판결도 법치주의의 정치화를 드러냈다. 정치인의 허위사실 공표에 대한 법적 책임이 모호해지고, 사법부의 정치적 고려가 앞서면서 법과 원칙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다. 그러나 이 모든 사례들보다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노골적인 위협은 윤석열 정부 하의 계엄령이다.
2024년 윤석열은 거대야당의 횡포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단정짓고 계엄령을 발동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위기관리가 아니라 헌법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위헌적 쿠데타 기도로 볼 여지가 크다.
이러한 위헌성과 불법성 때문에 정우용 작가가 말하는 ‘K민주주의의 내란’의 현대적 실례라 할 수 있다. 권력자가 정치적 위기 시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헌정질서를 유린하려 했다는 점에서, 이승만의 개헌 강행·법치 파괴와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정우용 작가는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은 외부 적이 아니라,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내부 권력 엘리트라고 강조한다. 이승만의 헌법 왜곡, 이재명 판결로 드러난 법치의 정치화,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 모두 권력의 사익화를 위한 법과 원칙의 파괴라는 동일한 뿌리에서 나온 것이다.
민주주의가 단순히 선거만으로 유지되는 체제가 아님을 느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권력 제한, 법치, 시민 감시다. 'K민주주의 내란의 끝' 은 한국 민주주의가 여전히 위태로운 과도기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더 이상 ‘내 편 민주주의’를 추구하며 법과 원칙의 훼손을 묵인해선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또 다른 내란의 공범자가 된다. 시민 감시가 강력하게 필요한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