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드 칼리 글, 세르주 블로크 그림(2007, 유럽)

보고싶던 동화책은 없고 정사각형 모양의 책들이 들어찬 책장에서 삐죽 나와있던 책을 집어들었다. 아무 이유없이 동화책 `적`을 읽게 된 것이다. 동화는 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처럼 전쟁 이야기이다.

사막과도 같은 들판에 두 개의 참호가 있다. 나와 단 한명의 적은 아주 작은 자신의 참호를 지킨다. 전쟁이 끝나지 않은 것이다. 그들의 전쟁은 일상이 된지 오래이다. 아침에 일어나 총 한발씩을 쏘고 얼마 남지 않은 식량으로 버티고 또 밤이 된다.

힘든 나날 중 밤하늘의 별을 보며 전쟁이 끝나기를 바란 나는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적의 참호를 습격한다. 마치 내가 있던 곳인 냥 흡사한 적의 참호는 비어있다. 적도 나의 참호로 최후의 공격을 떠난 것이다. 나는 적의 가족사진과 지침서를 발견한다. ˝적은 사람이 아닌 짐승이다.˝ 자신의 것과 똑같은 내용의 지침서와 사진을 보며 전쟁의 의미를 생각한다.

군인에게 내려온 지침서는 전쟁의 당위성을 설명, 주입시킨다. 적이 먼저 전쟁을 일으켰으며 불필요한 살상을 자행했기에 적을 반드시 물리쳐야한다는. 지침서는 똑같다. 단지 적의 이름만 다를 뿐이다.

책 표지에 있는 군인의 모습은 무공 훈장을 가득 달고 있는 장교인 듯 하다. 하지만 실제 전쟁에서 싸우는 군인은 아무런 결정도 내릴 수 없는 보통의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아군과 적군 단 둘만 등장하는 `적`에서 이분법적 구분의 무서움을 보여준다.

전쟁과 평화에 대한 동화라니... 책을 읽으며 생각하니 내 삶에 전쟁은 없었다. 군인이라는 신분이 한 번씩 되는 남자들은 직접, 간접적으로 전쟁을 느끼겠지만 말이다. 전쟁없는 세상을 막연하게 꿈꾸지만 실제 아는 것이 없기에 동화를 통한 울림이 작지만 크게 느껴졌다.
그림체는 어릴적 그렸을 법한 볼펜으로 그린 듯한 단순한 선의 모음이다. 전쟁을 표현하는데 화려함이나 생생한 묘사는 나도 보고싶지 않고 아이들에게도 별로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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