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노 슈지(2006, 일본)
`내 아들이 죽었습니다`는 논픽션 에세이다.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않아 덮었다. 살인 장면을 보여주는 부분에서 그 잔인함에 가슴이 묵직하고 답답해서였다.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다시 읽기 시작했다.
1969년 4월 23일, 일본 요코하마 인근 살레지오 고등학교 학생 히로시가 살해당했다. 소년 A는 학교 근처 언덕에서 괴한들의 습격이 있었다며 학교로 도망쳐 와 도움을 구한다. 부상을 입은 A는 히로시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몰려간 사람들은 언덕의 진달래 꽃밭에서 히로시의 죽음을 목격한다. 몸과 얼굴을 구분하지 않고 47군데 칼로 난자당한 히로시는 몸과 분리된 머리에 그곳에 있던 누구나 죽음을 알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범인은 쉽게 잡혔다. 증언은 그 곳에 동급생 A와 히로시뿐이었음을 말해주었고 자백이 이어졌다.
그 후 28년이 지난 1997년, 고베 `사카키바라` 사건이 일어난다. 소년 범죄와 머리를 잘라내고 경찰에 도전장을 보내는 등의 잔인함이 히로시 사건을 들추어 냈다. 이 책도 `사카키바라` 사건을 계기로 1969년 살해된 히로시의 가족들의 삶을 이야기하고자 한 저자에 의해 쓰여졌다.
가족들의 삶은 역시나 처참했다. 아들의 죽음 뒤에 어머니는 망각을 아버지는 인내와 책임감을 선택했다. 어머니의 기억은 굉장히 단편적이었다. 여동생 미유키는 가족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려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었다. 어머니는 1년동안의 수면제 복용, 자살 기도, 이중적 성격 폭발을 겪고 찻집으로 마음을 다잡고 간신히 삶을 이어갔다. 아버지는 참고 참았다. 결국 일찍 세상을 떠나셨으니 속이 곪았던게 아닐까. 여동생은 자신이 죽고 오빠가 살아야 했던게 아닐까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과 슬픔에 힘들었다.
가족은 히로시의 죽음을 뭍었다. 떠올리는 것조차 두려웠던 가해자 A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시간이 많이 흘러 히로시의 죽음에 대한 인터뷰와 함께 저자에 의해 가해자 A에 대해서도 알게 된 것이다. A는 변호사가 되어 있었다. 힘들게 살았을 거라는 막연한 추측은 빗나갔고 어머니는 A에게 편지를 쓰고 전화 통화를 하게 된다. A의 태도와 대응은 최악이다. 보상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50만엔 정도는 빌려줄 수 있다며 인감도장 등을 준비해 놓으라 한다. 돈이 아니라 사과를 하라고 하자 계획적으로 자신을 옭아매려 한다는 듯한 말과 함께 연락을 끊는다. 본래 보상해야 할 돈은 750만엔이었고 그의 부모가 40만엔만 보상했을 뿐이었다.
저자는 `소년법`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A가 변호사가 되고 자신의 범죄를 불과 2~3년 정도의 기간에 벗고 사회로 나올 수 있었던 근간말이다. 갱생이라는 근본적 취지에 딴지를 걸려는 것은 아니다. 수감 기간에 변화가 있다고는 하지만 `소년법`과 갱생을 위한 수많은 돈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 A가 저지른 일이 무엇인가? 살인이다. 잔인한 범행과 반성없는 태도에도 그는 3년만에 사회로 나왔다. 30년이 지났어도 암흑 속 고통에 시달리는 히로시의 가족들을 보며 정답없는 제도에 대한 원망과 허탈함만 남았다.
남의 일이다. 책을 덮고 나의 가족을 그려보았다. 별 생각없이 가족이라는 단어를 속으로 읊조려본 것뿐인데 눈물이 고였다. 살인 사건이 흔해졌다는 말을 쓰는게 송구스럽지만 사실이 그렇다. 불과 며칠 전에도 뉴스에서 흘러나온 소식이다.
아주 잠시지만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슬픔을 나누어 본다. 다시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