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라는 제목에 책을 집어 들었는데 연작소설이라는 문구에 생경했다. 연작소설이 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한 강 작가의 연작소설은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으로 완성된 듯 하다.
이전에 읽었던 한 강의 `소년이 온다`는 실재에 기반을 두기에 소설 전반의 이야기 구조나 흐름에서 익숙함이 느껴졌는데 `채식주의자`는 작가의 온전한 창작의 산물이었다. 갑자기 채식주의자가 되어버린 영혜, 처제인 영혜의 엉덩이에 남아있다는 몽고반점에 매료된 언니의 남편, 영혜를 정신병원에 맡기고 돌보는 죽지 못해 사는 언니.
소설 전반의 인물들이 정상이라 할 수 있는 범주를 비켜간 듯 하다. 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남의 떡이 커보이는 건지 채식주의자에서는 처형을, 몽고반점에서는 처제를 자신의 아내와 비교하고 성적 욕망까지 갖는다. 결핍된 감정이나 애착을 무시하다가 폭발한 것 같은 쳇바퀴같은 삶의 결과물이 보인다.
갑자기 채식을 시작한 영혜는 결국 비정상의 상징같은 정신병원에 가게 된다. 몽고반점에서 예술에 대한 집착과 광기는 파멸과 추문으로 마무리된다. 한편 영혜는 자신은 나무가 될 거라며 인간으로의 삶을 끝내려한다.
나무 불꽃으로 연작소설이 마무리되는데 마치 그동안의 이야기를 정리하는 듯 하다. 경계에서 그 너머로 가고 싶은 욕망이나 고통에서 영혜와 언니는 아슬아슬한 차이만 있었을 뿐, 정상과 비정상이라 할 수 없다. 시간은 계속 가고 살아지는 것이다.
채식주의자 표지의 나무에서 사람이 기대고 있는 형상이 보인다. 착각인지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나무가 되고싶었던 영혜일까.
소설은 좋은 작품인 것 같은데 몸이 아프니 쓰는 글이 뒤죽박죽이다. 개인적으로 소설집보다 단편소설의 흐름이 이어지는 연작소설이 잘 맞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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