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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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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보다는 아니지만 괜찮았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외국나이로 25세 우리나라 나이로 27세에 쓰여진 책이고,

저자의 첫 책이라 하니 빼어나다는 생각을 해본다. 형만한 아우가 없구나.

신랄하게 말하자면 이 책은 

자기의 욕망을 정확하게 파악할 줄 모르는 앨리스라는 여자와 

에릭이라는 나쁜놈의 연애이야기다. 

앨리스는 자기가 사랑에 있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게되고,  

에릭은 돈 좀 벌고, 얼굴은 좀 되지만 그냥 감정장애인이다. 

내가 생각할 땐, 앨리스는 에릭이라는 나쁜놈을 만나지않았다면 한단계 레벨업을 못했을 것이다. 

나쁜놈을 만나고 있을 때 이 책을 읽었으면 엄청나게 공감을 했겠지만, 지금 그런 시기는 아니니깐 뭐.

나쁜 남자가 나쁜 남자인 이유는 나쁜놈이기 때문이다. 

지금 만나는 남자가 나쁜놈인지 햇갈리는가? 

연애를 하고 있는데도 외로운가? 

이 책을 한번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역사'와 '약속'

  나는 최근에 나 혼자 어떤 용어를 정의했는데, 그게 역사약속이라는 개념이다. 

 역사는 너와 내가 함께 해온 사건들과 시간들을 말한다.  

띄엄띄엄 불연속성을 갖고 있고, 상대방에게 사랑의 맹세를 하지않는 시간들을 그냥 역사라고 부른다.  

가령 학창시절부터 호감을 갖고 좋은 친구로 연락하고 지낸 남녀가 있다면 그들은 그들의 역사가 있다. 

  약속은 너만을 사랑하고 함께 하기로 약속하고 일련의 시간과 감정을 공유해 나가는 것이다.  

위의 남녀들이 진지하게 교제하기 시작하면 그걸 약속이라고 부르는게 좋을것 같다.  

역사와 약속 사이에 무수한 남녀들이 그 경계를 가르고 맺어지고 어긋나겠지. 

 

감정적인 벌거벗음

  에릭은 자기 몸에 대단히 자신이 있었지만, 다른 형태로 벌거벗은 데는 심할 정도로 수줍음을 탔다 - 하지만 워낙 다른 영역이어서, 앨리스는 한참 뒤에야 무화과 잎을 찾는 태도와 그것을 연결 지을 수 있었다. 에릭은 강과 숲에서 벌거벗은 채  뛰노는 것을 좋아할지는 몰라도, 감정의 벌거숭이가 되는 상황에서는 매우 다급하게 상징적인 '가운'을 찾아 헤맸다....

  감정적인 벌거벗음은 남에게 자신의 약함과 모자란 부분을 드러내는 데서 시작된다. 거기에 의존하면, 우리는 존재라는 엄연한 사실 외의 다른 방법으로 어떤 인상을 심어줄 능력을 빼앗기게 된다. 더는 거짓말하거나 허세부리지 못하고, 뽐내거나 미사여구 뒤로 숨지 못한다 - 몽테뉴는 감정적으로 벌거벌게 되는, 죽음을 맞는 순간에는 단순한 프랑스어(자신의 모국어)로 말해야 한다고 했다.

  내 필요를 고백할 때는 감정적으로 벌거숭이가 된다 - 당신이 없으면 헤매게 될 거라고, 독립적인 사람처럼 보이려고 애썼지만 꼭 그렇지도 않으며, 인생의 방향이나 의미도 모르는 형편없이 유약한 인간이라고 고백하는 것이다. 내가 울면서 이야기할 때, 남들이 그 사실을 알면 끝장이지만, 나는 당신이 비밀을 지켜줄거라고 믿는다. 파티에서 유혹적인 시선을 던지는 게임을 그만두고 내가 관심있는 사람은 바로 당신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나면, 나는 조심스레 빚어온, 단단한 허상을 벗어버린다. 나는 무방비 상태가 되어, 서커스 묘기에 나선 사람처럼 판에 묶인 채 상대방을 믿어비란다. 그는 내 피부를 스칠 듯 비수를 던진다. 내가 자의로 그에게 내준 비수를, 나는 당신 앞에서 초라하고 자신을 믿지 못하고 동요하며 자신감을 잃고 자신을 증오하는 모습을 보였으므로, (필요한 경우) 그 반대 모습이 되리란 걸 당신에게 설득할 수가 없다. 새벽 3시에 겁에 질린 얼굴을 당신에게 보일때면 난 약한 사람이 된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뽐내던 허게도 낙관적인 철학도 없이 존재 앞에서 나는 불안하다. 나는 엄청난 모험을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평소 자신감 넘치는 미인이 아니더라도, 딩신이 내 두려움과 공포를 줄줄 꿰고 난 뒤에도, 당신은 날 사랑할 것인가.

  그러면 감정의 옷입기란 무엇인가? 그것은 무른 속, 상징적인 생식기의 약함, '당신이 필요하다'는 엄청난 비밀을 남에게 들키지 않ㄷ록 만든 옷장 전체로 이루어진다. 옷을 입는다는 것은, 내가 조종할 수 없는 사람, 곧 전화를 받지 않거나 다른 사람과 시시덕 거림으로써 우리를 미치게 하거나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의 손아귀에 잡히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에릭은 연애를 할 때마다 이중 안감을 넣은 양복으로 옷장을 채웠다. 사랑이 대들보가 아닌 삶, 행복의 토대를 자율이 아닌 다른 것에 양도할 필요가 없는 삶을 만드는게 목표였다. (p.134)

 내가 에릭한테 개자식이라고 했던 가장 큰 이유가 위의 내용이다.

 그러니까 앨리스는 에릭이라는 바구니에 자기의 달걀을 모두 부었지만,

에릭은 대화를 회피하고, 자기의 단점을 상대방에게 전가한다.

감정적 벌거벗음이 불가능하여 내가 감정장애라 이름붙였고,  

그는 앨리스에게 달걀을 다 주지않고, 여러군데 여자에게 분산한다.  

하나의 기둥이 무너져도 건물이 붕괴되지않도록 여러개의 기둥을 세워놓고 안심한다.

구구절절 책을 한번 읽어보면 그냥 나쁜남자다.

난 원칙적으로 상대방과 '역사'가 아니라 '약속'을 시작하면 모든 달걀을 붓는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역사에서 약속으로 전환할 때에 상황과 기다림과 타이밍과 적절한 조건들이 고려되겠지만)

모든걸 다 잃을것 같은 불안도 들겠지만, 생각보다 평안할 것이다.

연애는 거울과 같으니,  

상대방도 자신의 달걀을 모두 내 바구니에 넣는다면 서로 잃을 것이 없는 온전한 사랑인거다. 

한번 약속을 시작하면 그 약속이 설령 끝나더라도 거기에 충실하고 감정의 벌거벗음까지 가능해야

제대로 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감정적 벌거벗음이 안되는 상대방과 한 평생의 행복을 영위하는건 정말 불가능하다.

나의 허세, 나의 찌질함, 나의 쌩얼, 나의 질병, 온갖 단점들과 나의 그 초라한 것들을 알고서도  

그대 나를 사랑할 것인가. 

나는 그대를 사랑할 것인가. 

제대로 된 연애와 결혼은 그런거라고 생각한다. 

감정의 공유(연애)만이 아니라 수많은 과업을 함께 해나가야 하는 파트너(부부)라면 ,

이 정도의 마음가짐은 되어 있어야, 100세 시대를 함께 할 결혼생활이 끔찍하지 않으리. 

물론 쌩얼은...  

남편보다 일찍 일어나 화장을 하고 남편보다 늦게 잠들어 화장을 지우고 자는것이 진리라고 생각은 한다만. 

  

 

 사랑의 영속성 

   장피아제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일정 연령 미만인 어린아이는 자기 시야 밖으로 벗어난 물체가 다른 곳에 계속 존재한다는 것을 모른다. 생후 8개월에서 10개월 사이인 아이 앞에서 곰 인형을 흔들다가 쿠션 밑에 감추면, 아기는 인형이 영원히 사라졌다고 생각하여 인형을 찾으려 들지 않는다. 아기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인형을 찾기보다는 곰의 상징적인 죽음을 슬퍼한다. 하지만 이 기간이 지나면 아이는 이른바 대상 영속성을 인지하고 곰을 찾아 나서며, 곰 인형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믿고 쿠션 밑을 뒤진다고 피아제는 설명했다. 

  위니캇과 피아제의 이론을 앨리스와 에릭에게 적용하는 것은 지나친 일일지도 모르지만, 영속성이라는 문제는 공통된다. 여기서는 대상영속성이 아닌 사랑의 영속성 문제다.  이 사랑의 영속성이란 무엇인가? 상대가 당장 관심의 징표나 사랑이 지속되리라는 믿음, 상대가 밀라노나 빈에서 주말을 보내더라도 다른 정인情人과 카푸치노를 마시거나 초콜릿 케익을 먹지 않으리라는 믿음, 침묵은 단순한 침묵일 뿐 사랑의 종말을 암시하는게 아니라는 믿음.(p.159)

 

교복을 입은 시절의 첫사랑이나 20대 초반의 사랑을 생각해보면,

날 사랑하냐고 앵무새처럼 물어보며 그 사랑이 그 자리에 아직도 충만하게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한다.

피아제는 인지발달이론에서 출생에서 2세까지를 감각운동기라고 하는데,  대상영속성의 개념을 획득해가는 시기다.

사랑의 영속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거듭거듭 확인하고 싶겠지.

근데 이게 저절로 이해되는게 아니라 경험해야 알 수 있는 부분인듯하다.

조바심내거나 초조해하지 않고 상대방을 향한 전적인 신뢰는 공짜로 생기지 않는다.

 

 

 

사랑의 권력

 사랑의 권력은 아무것도 주지 않을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상대가 당신과 같이 있으면 정말 편안하다고 말해도, 대꾸도 없이 TV 프로그램으로 화제를 바꿀수 있는 쪽에 힘이 있다. 다른 영역에서와는 달리, 사랑에서는 상대에게 아무 의도도 없고, 바라는 것도 구하는 것도 없는 사람이 강자다. 사랑의 목표는 소통과 이해이기 때문에, 화제를 바꿔서 대화를 막거나 두시간 후에나 전화를 걸어주는 사람이, 힘없고 더 의존적이고 바라는게 많은 사람에게 힘들이지 않고 권력을 행사한다.(P.172)

 

사랑에서는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약자라는 말이 있는데.  

그런가? 그럴까? 글쎄. 

여하튼 사랑해요라고 말할 때, 대답을 안하고 007영화 어느채널이야? 라고 화제전환하는 남자는 정말 아니다.  

군림하는 권력자와 왜 사랑을 나눠야 하나. 안하고말지. 

법륜은 말하셨지.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을 때 결혼해야 결혼생활을 잘 할 수 있다고. 

외로운 사람은 결혼을 해도 외롭다. 사람은 원래 외롭다.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내는 사람이 둘이 있는 시간도 잘보내는건 정말 맞는 말인것 같다.

나는 내 삶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일정하게 확보되지 않는다면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갈 것이다. 

나는 내 파트너의 독립적인 공간과 시간확보를 당연히 인정할 것이며, 나 또한 당연히 그걸 누릴테다. 

 

 

읽기 힘든 책일수록 더 진리에 가깝다?

   읽기 힘든 책일 수록 더 진리에 가깝다. 인간관계에서도 이런 현상이 있다. 마음이 열려있고, 명쾌하고, 예측가능하고 시간을 잘 지키는 애안보다는 힘들게 하는 애인이 더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심성이 종교적인 - 낭만적인 사람에게, 이런 사람은 비난을 받거나 기피해야 할 대상이건만, 그들은 명석한 얄두 살짜리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훌륭한 문체를 비웃는 학자들처럼 행동한다.  

  마찬가지로 앨리스는 에릭의 침묵을 그 남자가 지루한 사람이라는 표시로 보지않고, 심오하고 흥미로운 존재라는 증거로 받아들였다. 그녀는 헤겔을 천재라고 믿으며 평생을 바쳐 헤겔을 읽는 학자와 비슷했다 - 어느 매정한 비평가는 이 비중있는 독일 철학자가 결국은 극히 평범한 사상가이며, 두세 가지 발상은 그럴듯하지만 표현력이 지독하게 떨어지는 사람이라고 말했건만. (P.190)

 

 나쁜남자는 그냥 나쁜놈이다.

파워블로거에 맛집이라고 소개되고, 티비 맛집프로그램에 맛집이라고 소개되어도 나는 별로인데 남들이 좋다니깐 나도 좋다고 말하는 심리에 대해서도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다.

내가 맛있어야 그게 맛집인거지. 

많고 많은것들 중에서 좋은걸 찾아내는 심미안이 필요하다. 

나에게 가장 좋은것, 내가 가장 행복해질 수 있는것을 알아보는 안목 말이다.

 

 

 

 

책임 떠넘기기 놀이

  책임 떠넘기기라는 고전적인 실내놀이가 있다 - 사람 두명, 금기시되거나 위험한 일, 책임감을 느끼거나 비난받을 가능성이 있으면 되는 놀이다. 방법은 놀이에 참가한 한 사람이, 양쪽이 원해서 일어난 일에 대해 다른 한 사람에게 책임이 돌아가도록 미묘하게 상황을 조작하는 것이다.

  정해진 행위에 네 단계가 필요한데, 네 번째 조치가 나오기 전에는 그 행위가 명백해지지 않는다고 하자. 상대가 1단계부터 3단계까지 밟았을지 모르지만, 결국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비난받게 될 사람)은 마지막 4단계를 밟는 사람이다. 능숙한 선수라면 첫 세 단계를 밟은 후 물러서서, 상대가 마지막 4단계를 취하기를 기다린다. 그러면 욕망을 해결하고도 책임을 피할 수 있다.

  앨리스는 별로 피곤하지 않았다, 그러나 필립과 키스하는 일은 에릭에 대한 죄책감을 짊어지운다고 상상해보자. 키스의 당사자가 되는 한편, 그 발단이 다른 사람에게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핑계가 있을까? 결국 그녀의 입술이 문지방을 넘은게 아니지 않은가? 그녀는 그저 소파에 앉아서 피곤하다고 한숨을 짓기밖에 더 했던가?

 필립은 천성적으로 자기 탓이 아닌 일의 책임을 뒤집어 쓰기 싫어하는 성품이어서, 앨리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 제발, 결백한 척해서 망치지말아요. 우린 몇 주일 전부터 이렇게 되기를 바랐어요. 이게 큰 문제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우리 둘이서 벌인 일이라구요."(P.152)

 

정확하게 기억이 안나는데.

게슈탈트 철학이었나? 인간의 욕망은 수시로 변한다.

배가 고프다. 목이 마르다. 영화를 보고싶다. 내가 결혼하고 싶은 것은 A가 아니라 B이다 등등등.

수시로 변하는 자신의  욕망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내가 뭘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그걸 충족할 수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다.

법륜스님의 <스님의 주례사>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경제적으로 부족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가 결혼을 앞두고 부모와 갈등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법륜은 충고한다.  

그 남자를 사랑하면 부모에게 감사하지만 제 인생이니 제가 결정하겠습니다 하고 결혼하면 그만이라고. 

지금 당신이 갈등하는 이유는 마음속에 경제적 능력이 보다 우월한

부모가 소개한  남자와 살아보고 싶다는 욕망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부모탓하지 말고 니 욕망을 똑바로 쳐다보라는 뜻이다. 

자기가 몰랐던 자기의 욕망을 인정하기 까지 시간이 좀 걸리지만, 그게 옳은 해결방법인 것 같다. 

 

 

 

그대,  

에릭을 보며 감정의 벌거벗음을 거부하던 나쁜놈이 떠오르는가? 

감사하라, 그는 반면교사다. 

 

그대,

사랑의 영속성을 깨우쳐 준 사람이 떠오르는가?

그러면 더 감사하라.

당신은 이제 레벨업 하였으니,

더 좋은 사람을 만나고, 더 좋은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013.4.28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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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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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숨막히는 오렌지색 

이 책을 받은건 작년이었나 재작년이었나

아파서 입원했었던 쑥이언니를 보러갔는데, 보라고 준 책이었다.

받아놓고 책장에서 묵혀두길 여러달이 지나갔지만,  나는 이 책의 표지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째서 이렇게 숨막히는 오렌지 색인가? 어울리지 않는다.

책을 다 읽은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고,  커버를 벗겨 하얀 속살만 드러나게 하고싶지만 조금 참아본다.

나라면 차라리 흰색을 택했으리라.

그저 부분 부분 알아온 글귀들이 아니라 이 책을 온전히 다 읽은건 처음이다.

앞으로 여러번 읽게 될 것 같은 책이었다.

내가 왜 그랬지 하는걸 내가 이래서 그랬구나 하고 소상히 밝혀준다.

현학적인 문체가 싫었지만, 이제 그것 때문에 좋아하게 된 것 같다.

 

꼬장꼬장

홈쇼핑에서 내 친구에게 전화를 하여 다른 사람의 이름을 대면서 상품주문에 대해 구구절절 말을 늘어놓았다.

내 친구는 말했다.

나는 그 사람이 아니다. 나는 8년째 이 번호를 쓰고 있고, 당신네 홈쇼핑에서 이런 전화를 받은게 벌써 다섯번째다.

내가 번호수정하라고 몇번이나 말했는데 왜 자꾸 전화를 하느냐?!

홈쇼핑 상담원은 고객님이 분명히 정보를 이렇게 가입해 놓으셨다면서 말을 이어가더란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것>에 나오는 임수정처렁 내가 화가났고, 꼬장꼬장해지는 아침은 엊그제였다.

학교에 들고갈 것을 챙겨놓고 까먹은채 인간 콩나물처럼 낑기는 버스를 타고 힘들게 터미널쪽에 내렸다.

다시 그것을 사러 제일 가까운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물건들의 가격택이 하나도 붙어있지 않았다.

저번에 갔던 터미널 근처의 편의점도 그랬었다.

건방진 편의점 같으니라고!!!!

나는 카운터에 있는 주인과 알바생에게

"왜 가격택이 하나도 안붙어 있어요? 가격택 전부 붙이셔야 할 것 같은데요?!"

하고 계산을 하며 볼멘소리를 했다.

여자주인은 미안한 목소리로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그건 변명이라는거 본인도 알겠지.

 

유머

요즘 왜 이렇게 짜증이 날까? 하는 그녀의 질문에 공감한다.

다들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그날은 계속 짜증스런 일이 일어나고 그 짜증의 기운이 쉬이 가시지 않는 그런 날.

(나는 최근에 짜증이 난다기 보다는 우울한 순간이 더 많았다.)

어차피 일년기준으로 볼 때 이유없이 기분좋은 날이나 이유없이 짜증나는 날의 갯수는 비슷할것이라고.

여하튼 우리들의 결론은 짜증나지만 유머를 잃어서는 안된다고.

그런 의미에서 말하는데, 나 칼퇴근한다고 책상서랍에 화장품이 몽땅 든 파우치를 두고 집에왔다고.

내일 쌩얼로 출근해야 하는 참사를 상상하며 웃어보라고.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나는 지금 나의 배경지식과 경험으로 너무나 공감되는 부분에 연필로 밑줄을 긋거나 포스트잇으로 페이지를 표시하기도 했다.

알랭드 보통은 사랑의 탄생에서 부터 죽음까지 너무나 보편적이고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그런 연애사를 쓰고 있다.

그의 통찰력(?)과 현학적인 문체를 빼버렸다면 이 책은 그냥 그런 연애소설이었을거다.

사랑의 탄생도 죽음도 그냥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나 똑같은 사랑과 연인의 변화과정을 겪고 새로운 사랑을 할 것이다.

뭐랄까.

이 책은 예수컴플렉스에 잠시 빠져있었던 나를 비추어주었으며,

내가 아프다는 것을 과거연인에게 끝까지 말하지 않은 뭐라 확실히 말할 수 없는 그 마음을 확실히 알게 해주었다.

난 내가 조금 기특해졌다.

백퍼센트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유야 어찌되었건

본질은 한가지라고 본다.

 

 사랑의 보답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사랑을 받고 싶다는 오만이 생겨났다.

 나는 내 욕망만 가지고 홀로 남았다.

 무방비 상태에, 아무런 권리도 없이, 도덕률도 초월해서, 충격적일 정도로 어설픈 요구만 손에 든 모습으로.

 나를 사랑해다오!

 무슨 이유 때문에? 나에게는 흔히 써먹는 지질하고 빈약한 이유밖에 없었다.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정말 분명히 깨달은 것이다.

예수컴플렉스에 여배우 놀이는 이제 그만.

그냥 아기가 태어나고 그의 생을 살고 죽듯이,

우리의 사랑도 태어났고 그의 생을 살았고 이제 죽은 것이다.

그 뿐인 것이다.

내가 막을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이건 별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당연히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빠른 속도로 인정하게 되다니 나는 천재인가보다. 

이 책은 내가 내일 당장 새로운 사랑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고,

일주일 뒤에 헤어진다해도 이상하지 않게 여길만한 마음가짐과 용기를 주었다.

다른 독자리뷰의 한 제목에 몹시 공감하며 인용한다.

누구와도 사랑에 빠질 수 있는데, 왜 나는 그것이 운명의 귀결이라고 믿었던가.

나는 내가 조금 가벼워져서 기쁘다.

 

 

 

김춘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싶다

  

 어쩌면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아주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는 말을 이해하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제대로 말을 할 수 없다는 것도.

 본질적으로 우리는 사랑을 받기 전에는 온전하게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2013.4.23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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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스페셜 에디션 한정판)
하야마 아마리 지음, 장은주 옮김 / 예담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오전에 조금 일찍 일어나 제빵제과 자격증을 딴다는 엄마의 시험접수를 대신 해주고, 청소기를 돌렸다.

티비에서는 새로운 그녀의 취임식이 한창이고, 나는 그 타이밍에 시원하게 모닝똥을 쌌다.

샤워를 하고나서 내 방 베란다 창 쪽에 앉아, 햇볕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비타민 D를 생성시킬 만큼은 아니었지만, 등이 따끈해지는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책을 좀 볼까.

최근 동시에 두권의 책을 읽고 있는데, 한권은 거의 다 읽었고, 포스팅이 거창해져서 수습이 안되어 임시저장을 하고 있는 중.

다른 한권도 나답지 않게 나름 꼼꼼하게 읽어나가고 있다.

띵똥~ 누구지?

엊그제 반갑지 않은 교회일당이 다녀간 이후로 경계하게 된다.

포장만 봐도 누군지 알만한 반가운 선물이 도착했다.

나에게 힘을 주는 서혜교의 손글씨와 함께.

나는 읽고 있는 책을 밀어두고, 이 책에 두어시간 정도 푹 빠져서 읽었다.

 

아마리, 이 여자의 난폭한 자기개혁

주인공은 29세의 아마리(나머지,여분 이라는 뜻)라는 여자.

변변한 직장도 없고, 애인에게 버림받고, 못생긴데다 73키로그램이 넘는

만날이도 없이 초라한 자취방에서 혼자 자기 생일을 축하하던 그녀.

나 왜 이렇게 동질감 느껴지지?

학창시절에는 특별히 잘하는 것 없이 공부를 열심히 잘하는 편으로 살아왔고,

안정된 삶에 편승하고자 도쿄대에 다니는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꿈꾸고(버림받지만),

갑자기 아버지는 아프시고....

아마도 그녀의 삶은 "나한테 왜 이래"하면서 세상과 상황에 밀리다가 허겁지겁 그 좁고 초라한 자취방에 도착했을거다.

생일케익의 딸기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그걸 재빨리 주워먹으려니 머리카락이 달라 붙는다.

그걸 떼려고 싱크대로 달려가 딸기를 씻어먹으려고 물을 트는데.... 자기자신이 너무 초라한거다.

최근 내가 쭉쭉 바닥으로 떨어지던 기분과 아주 유사해서 감정이입이 너무 잘된다.

망연자실해서 티비를 보던 그녀는 거기 나온 라스베가스에 가겠다고 결심하고

자신의 여생을 1년으로 정한 뒤 미친듯이 그 목표를 향해 살아간다.

 

뭐야 타락하는거야?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마리는 분명한 목표(라스베가스에서 짜릿하게 인생의 대승부로 잭팟을 한 다음, 죽겠다)가 있다.

낮엔 파견직원(3개월 열악한 계약직)으로 일하고, 밤엔 긴자의 호스티스로 일하고, 주말엔 누드모델로 일한다.

잠은 네시간 정도 자면서 시간을 틈틈이 쪼개어

라스베가스에 대한 책들을 섭렵하고, 영어회화 공부를 하고,  블랙잭에 대해 공부하고 연습한다.

1년 후 죽겠다는 그건 그녀에게 두려울것도 무서울 것도 없게 만든다.

라스베가스에 가려면 돈을 더 벌어야 해. 화류계라며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호스티스가 되겠다고 제 발로 찾아간다.

누드모델을 하며 사람들이 그린 자신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고,

1년 뒤에 죽을거니까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겠지. 나가지 않던 동창회에도 나가 거기서 자신의 꿈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난다.

호스티스로 일하지만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제 양분으로 삼는다. 그 과정에서 친구들도 얻게 된다.

 

중요한 건 이 여자는 목표와 수단이 분명히 정돈되어 있다.

수단이 주는 안락함에 정체되지 않으며 점점 당당해진다는 것이다.

수단이 주는 안락함에 정체되었다면 아마리는 파견직원 일을 떼려치우고 호스티스로 전업했겠지.

라스베가스라는 자신만의 무대를 위해서 파견직원계의 김연아처럼 업무를 똑부러지게 마치고,

밤엔 호스티스로 일하고, 따로 공부도 하고, 힘들어서 살이 저절로 빠지고, 누드모델을 하다보니 거울을 자주 들여다봐서

결국엔 이뻐졌단 이야기도 듣는다.

마침내 라스베가스에 가서 자기가 상상해왔던 것들을 온전히 즐기고,

블랙잭으로 인생의 대승부를 건다.

대박이 터지거나 아니면 가진돈을 모두 잃는 것만이 카지노에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아마리.

그녀가 카지노에 걸었던건 1만 달러였고, 그녀가 나중에 얻은 돈을 세어보니 1만 5달러!

5달러를 벌었다.

왜 5달러인가?

그녀는 죽지 않았고, 이 5달러가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기 충분한 기회라고 생각하여 그녀의 삶을 충실히 살아나간다.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 그녀는 호스티스 일을 그만두고, 모델일도 정리한다.

파견직원을 그만두겠다고 하자 정직원으로 일할 생각 없냐는 제의까지 받지만(파워오브계약직을 보여주었으므로) 

자신은 할 일 이 있다며 거절한다.

모든 수단과 작별한 그녀는 다시 벌거벗은 채 세상앞에 서지만, 길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안다.

그녀는 라스베가스 카지노에서의 몇일을 소중하게 기억하며,

파이낸셜플래너 자격증을 취득해서 글로벌회사에서 정직원으로 일하게 된다.

 

책 마지막 장을 덮을 무렵 이 책을 아마리가 썼겠구나 생각하며 작가이력을 보니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이다.

아무런 비전도 없이 노력도 않고 비관만하고 살았던 그녀는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면서 부터 치열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마치 성공한 어떤 이의 특강을 듣는 것 같은 기분이지만,

이 여자의 난폭한 자기개혁은 지금 나에게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느낀바가 있게 만든다.

 

< 인상깊었던 목차 > 

기적을 바란다면 발가락부터 움직여보자.

가진게 없다고 할 수 있는것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속적인 당당함은 자기무대에서 나온다.

변하고 싶다면 거울부터 봐라.

나를 망설이게 하는 것들 너머에 내가 찾는 것이 있다.

꿈을 가로막는 것은 시련이 아니라 안정이다.

극한까지 밀어붙인다.

주저할 때가 바로 승부를 걸어야 할때.

'끝이 있다'라는 것을 인식한 순간, 인생의 마법이 시작된다.

 

내가 갈구했던 그 모든 안정이 결국 나를 도태시킨것 같다.

나는 아직 스물일곱이니깐 좀 더 힘을 내도 되겠지?

어쩌면 지금이 내가 끝자락을 잡고 있는 이 안정(여러가지 의미로 해석)과 안녕해야 할 때인지도 모르겠다.

용기를 내어서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폴발레리).

아마리는 용기를 내서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살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는 파견직원생활을 전전하며 바닥에 떨어진 딸기나 주워먹으며 사는 채로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 느낀 바와 이 책을 읽으며 얻은 생각 하나.

방에 잊지 말고, 지금 밖으로 나가서 지금 당신이 생각하는 바로 그 사람을 만나자.

사람을 만나면서 배우고 얻는 그 에너지는 실로 엄청난 가동력을 주니까.

서혜교 덕분에 나는 오늘 방에 앉아서 아마리를 만났다.

내가 이렇게 인복이 많다.

감사한 하루다.

 

2013.2.25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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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평전 1 - 행동하는 양심으로
김삼웅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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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이었나. 평전을 여러권 샀었는데.

김삼웅씨가 평전전문가라고 해서 이 사람이 쓴 것으로 많이 선택했었다.

 그의 생애는 한국의 현대사다. 나는 이 책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물론 다른 성격도 있겠지만) ‘침착함, 완벽주의추구’ 성격을 본 것 같다.

저자 김삼웅은 이 인용문으로 책을 시작한다.

 

 

아직 어둠 가득한 이 시대

그대, 별과 달로 속히 돌아오소서.

 

 

 

읽은지 꽤 오래되어서 기억이 선명치는 않지만, 기억에 남는 것이 몇가지 있다.

사람은 행동반경이 폐쇄되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미치는 경향이 누구나 있다고 난 생각한다.

그것이 법으로 규정된게 감옥일 것이고, 작가 이외수는 자기스스로 엄격한 글쓰기를 위해서 방문을 감옥문으로 교체하고 감옥에 자신을 가둔채 글을 썼다.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서 김대중이 자택에 감금당했을 때다.

이희호 여사가 장을 보러갈 때도 중정요원들이 따라붙고 자택주변의 이웃집들을 매수해서 감시초소로 쓰고 있었다.

오로지 집안에서만의 생활. 고시생도 아니고.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양복을 갈아입고 서재로 출근을 했다고 한다.

서재에서 하루를 보내고 안방으로 퇴근하는 생활 말이다. 이건 그가 미치지 않기 위해서 한 선택이라고 했다.

감옥에서 보낸 나날중 편지들을 보면 (난 신앙심이 없지만) 그의 깊은 신앙심과 가족에 대한 사랑, 부인에 대한 존경심이 대단했다. 이희호 여사도 대단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치적 보복을 하지 않겠다는 그의 신념이 내가 배울 가장 큰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에 대해 반성하면서 성숙한 인간이란 이런 것일까하고 생각했다.

독서하는 대통령도 좋다. 김대중 도서관도 가보고싶다. 사실 학벌은 중요한게 아닌것 같다. 그가 얼마나 양질의 책을 읽고 자기화하는 노력을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다만 그건 눈으로 보이는게 아니니 우리는 눈에 확인되는 스펙이라는 라벨을 보는것이겠지. 나부터 그럴걸 아마.

나는 이 분과 같은 시대를 짧게나마 공유했지만 너무 무지했었지. 낯짝뜨겁게.

책을 읽자.

 

 

노화는 육체적 늙음을 말하는데, 그 늙음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늙어서 죽는’ 것보다 ‘늙어서 낡아지는’ 것이다.

인간에게 늙음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지만, 낡음은 결코 그렇지 않다.

 늙음과 낡음은 정비正比관계도 아니고 동격어는 더더욱 아니다.

늙음이란 성숙이나 기여를 뜻하지만, 낡음은 썩음이나 쓸모없음의 대명사이다.

그래서 늙었다고 해서 낡아서는 안되며, 늘 새롭고 젊게 살아야 한다. 한마디로 ‘늙은 젊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며, 흔히 말하는 노익장의 본새이다.

- 본서p.424인용문(정수일/ 초원 실크로드를 가다/ 경향신문)

 

 

 

행동하는 양심. 뒷날 전원책은 <자유의 적들>에서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말 자체가 서로 성립하기 힘든 성질의 조합이라고 생각을 말한바있다.

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부분에서 나는 살짝 <고조선과 고구려>에서 민족(한민족)에 대해 생물학적으로 접근했던 저자의 태도가 오버랩되었다.

내 생각은 행동하는 양심이란 휴머니즘으로 이해해야 할 말이지 메스를 대고 분석할 것은 아닌것 같다. (아, 민족개념이 휴머니즘이란 뜻은 아님).

나는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이 말이 좋다.

 

 

인생은 생각할 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

(2009.1.7 김대중 대통령의 일기)

 

 

저자는 이렇게 책의 끝을 맺고 있다.

'권력은 짧고 역사는 길다.'

2012.2.14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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