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짜 엄마야?
버나뎃 그린 지음, 애나 조벨 그림, 노지양 옮김 / 원더박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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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보낸 그 시간들]

 

- <누가 진짜 엄마야?> 서평

 

 

다음은 이 책을 읽고 우리 집 어린이와 대화한 것을 기록한 것이다.

 

어린이(올해 7세가 되었다): 일단, ‘누가 진짜 엄마야?’ 라고 묻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것이 부끄러웠어요. 다음부턴 질문에 잘 대답할 수 있게 수수께끼 책을 더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모한테 빌려야겠다(맨날 이모가 넌센스 퀴즈를 준비해와서 아이들에게 문제를 내곤 함). 그리고, 이 책은요. 가짜 엄마도 나오고 진짜 엄마도 나와요.

 

: ? 가짜 엄마가 있어? 둘 다 엘비의 엄마라고 처음부터 이야기했는데.

 

어린이: ? 그래요? 그런데 엄마가 둘일 수도 있어요?

 

: 그럼. 엄마가 둘일 수도 있지. 한 명은 엘비를 낳은 엄마일 수 있고, 다른 한 명은 엘비를 같이 키우기로 결심하고 함께 살며 엘비를 키우는 엄마일 수 있지. 사랑하는 두 사람이 서로 같이 살다가 그렇게 결정하기도 해. 그 두 사람이 여자일 수도 있어. 아기를 낳는 방법은 다양하거든. 엄마가 두 명인 집도 있고, 아빠가 두 명인 집도 있고, 할머니랑 사는 집도 있고, 이모랑 사는 집도 있고. 음이 아빠가 음이를 자기가 임신해서 낳지 않았지만, 음이의 진짜 아빠지? 그거랑 똑같은 거야.

 

어린이: 맞아요. 어릴 때부터 키워 주셨으면 그게 진짜 가족인거예요. 그리고, 저는 니콜라스처럼 이런 질문을 다른 사람에게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누가 진짜 엄마냐 하는 질문). 왜냐면요, 만약 엘비의 두 엄마가 이 질문을 들으면 속상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절대 그런 거 안 물어볼 거예요.

 

: , 마치 너에게 맨날 너 여자냐 남자냐 물어보는 사람들의 질문처럼?

 

어린이: . 저도 그런 질문 들으면 기분 나쁘잖아요. 그래서 저도 그런 질문 안 할 거예요.

 

: 그럼 이 이야기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은 어떤 부분이야?

 

어린이: 엄마가 국수(스파게티를 말하는 듯하다)를 먹으면서 용 발톱을 깎아주는 부분이요. 물구나무 서서 하는 부분에서 엄마가 너무 대단하고, 멋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제 말할 게 없어요. 이제 제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돼요?

 

: 제발 조금만 더 이야기하다 가. 그럼 제일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뭐야?

 

어린이: 이로 엄마가 차를 끄는 부분. 엄마가 이빨이 상할까봐 걱정되어서.

 

: 그럼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 다른 사람한테?

 

어린이: 아니요. 이제 그만 말할래요. 안녕~

 

책 한 권 읽고 나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엄마가 귀찮았는지, 대화를 끊고 달아나버렸다. 본인은 충분히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 듯하다(원래 자기 생각을 시시콜콜 이야기해주는 스타일이 전혀 아니다). 일단 어린이가 말한 좋았던 부분과 싫었던 부분은 내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라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나야말로 엄마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되짚어보았다.

 

 

나의 생물학적 엄마는, 늘 나를 과하게 걱정하는 사람이다.

내가 읽었던 책 중에 좋았던 것을 추천하면 기꺼이 읽어 보고 평을 이야기해주는 사람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말 안 해도 아는 사람이다.

내가 살이 찌면 조금의 필터도 없이 너 요즘 좀 덜 먹어야겠다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내가 너무 페미니즘으로만 갈까봐 걱정하면서도, <왕자와 드레스 메이커> 책이 참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나는 네 딸보다 네가 더 좋다라고 공공연히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내 엄마는 나를 출산하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1950년대에 사는 사람 중엔 아주 드물게 대학까지 나왔고, 교직에서 일했다. 하지만 아빠를 만나 시골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게 되었다. 그로 인해 많은 고통을 겪었고, 지금도 그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저기 서천교 밑에서 너 주워왔다는 세상의 짓궂은 많은 사람들의 말들을 굳건하게 떨쳐내고 엄마를 내 진짜 엄마라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엄마가 나에게 주었던 관심, 과한 염려, 내 앞뒤 안 맞는 지어낸 이야기와 웃기는 노래에 대한 경청, 함께 보낸 오랜 시간.

엄마를 엄마로 만드는 일들은 그런 것들이 아닐까.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무섭다고 하면 날 안아주는 사람.

나를 침대에 눕히고 재워주는 분.

자기 전에 잘 자라고 뽀뽀해 주는 사람.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진짜엄마처럼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지.

우리집 어린이에게 차마 너에게 진짜 엄마는 어떤 거냐고 물어보지 못했다. 무서워서. 자식의 평가가 무서워서.

오늘도 배우자의 늦은 귀가로 인해 홀로 아이 둘을 감당하며 참 소리 많이 질렀다.

자는 아기의 얼굴을 보며 미안해, 미안해 하고 사과를 한다.

아이들이 깨어 있을 때 진짜 엄마,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그런 진짜 엄마가 되고 싶다.

그리고 이 책으로 인해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해 나와 내 어린이가 편견없는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처음 이 책을 읽고 나서 별로 마음에 안 드는 듯 휙 던져두었길래 책장에 가지런히 꽂아 두었는데, 며칠 전 어린이의 놀이방을 정리하다 보니 자기 아끼는 물건 모아 놓은 박스 안에 이 책이 놓여있었다. 나랑 이야기하고 나서 혼자서 몇 번 다시 봤나보다. 지금은 이 이야기가 아이 안에서 잠들어있을지 모르지만, 언젠가 그 싹이 자라나 어린이의 삶에 큰 나무가 되어있을 수도 있겠지.

 

 

아님 말고.

 

책을 다시 박스 안에 고이 놓아두고 방 불을 끄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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