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세트] 부르다가 내가 죽을 여자뮤지션 1~3 세트 - 전3권
들개이빨 지음 / 아키노프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징말...최고의 만화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에 남자가 너무 많아서
민지형 외 지음 / 라우더북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들개이빨님과 미역님의 촌철살인 만화가 일품. 시대반영이 통렬하게 되어있다. 세상 모든 사람 읽고 공감해야할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 생물학 - 내 몸을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
이은희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뭘, 왜 하는지는 알아야되는데.

살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 중 하나다.

월경을 하기 시작하면서 '몸이 이상한 사이클에 들어간 것 같다'고 생각했던 기억. 하기 전 일주일은 우울, 월경 기간 동안은 골반통과 우울, 월경이 끝나고 나서 일주일 정도는 컨디션 부스트 모드. 그러고 다시 월경 준비 시간으로 들어갔던 이상한 시간들.

월경혈은 부정한 것, 숨겨야 하는 것으로 배워 생리대 빌리는 것을 부끄러워했던 학창시절. 생리대는 휴지로 둘둘 싸서 밖으로 보이지 않게 버려야 한다고 단단히 교육받았던 성교육 시간.

수영장에 가고 싶어서 탐폰을 집어 넣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제대로 들어가는지 몰랐던 20대. 탐폰이 자궁 안으로 들어가서 수술로 자궁을 쨌다는(!) 괴담을 그대로 믿었던 날들.

모유 먹이는데 집착해서 잠도 안 자고 미역국만 사발로 들이켰던 수많은 밤들. 잠을 안 자면 젖이 더 안 나온다는 걸 몰랐기 때문에 잠을 줄이고 젖 늘리는 비법만 검색해 시도했던 날들. 젖이 면역에 좋고 어쩌고 그런 과학적 사실을 알아서가 아니고,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애를 낳았는데 모유 못 주는 사람이면 안될 것 같아서 그렇게 했던.

자궁내막증식증 진단을 받고 마취도 없이 자궁 내벽을 뜯어 낼 때의 공포. 아무 설명 없이 그냥 들어간 수술실에서 팔 다리가 묶인 채 너무 아파요, 너무 아파요 라고 작은 소리로만 말했던 시간. 내가 울먹이자 그제서야 깜빡했다는 듯이 마취약을 넣어주던 의사. 말없이 보여주는 초음파 상에서 무엇을 어떻게 보아야할지 몰라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느꼈던 수치심.

여성으로 산 생의 대부분의 날들은 무엇을 어떻게 왜 하는지 모르는 채 흘러갔다. 고통이 있으나 그 근간을 모르며, 행위는 있으나 그 이유를 몰랐던.

특히 여성으로서 당연하다는 듯 어린이의 주양육자로 '지정'되며, '내 몸을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의 의미를 알기 위해 집어든 책이 바로 과학 저술자 '하리하라' 이은희 박사님이 쓴 <엄마 생물학>이었다.

"당시에는 혼란스러웠지만, 지금은 좀 더 분명합니다. 여성의 몸은 아이를 낳기 위해서 분명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여성은 기계가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이며, 사고하는 존재입니다. 자신이 겪을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것이 어떤 원리로 인해 일어나는지, 가능성과 부작용 사이에서 더 선택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전문가들은 과정 내내 알려주었어야 합니다. (...)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제가 기꺼이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선택한 일들이기에 그토록 절망적인 기분은 들지 않았을 겁니다."

여성으로서 겪는 다양한 문제들, 월경통이나 소변 볼 때의 찌릿거림, 부정출혈, 골반통증으로 병원을 찾으면 '원래 그래요', '남들도 다 그래요', '참고 사는 거예요'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다. 내 통증은 자주 무시당했다. '원래 그런' 줄 알고 집에 돌아갔다가 고열이 나서 응급실로 간 적도 있다. 방광염이었다. 더 참았으면 신장까지 감염됐을거라고 무섭게 말하는 의사의 눈빛에서 나는 왜 움츠러들기만 했을까. 병원에서 난 여자라서 대체로 억울할 때가 많았고 그렇지만 조용히 처분을 받아들이고 나오는 사람이었다.

"병원을 찾는 이들에게 가장 오래 가는 상처는, 실질적인 아픔 그 자체보다는 (...) 여기까지 왔으니 이 정도 고통과 수치심은 감당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며, 그 정도도 겪지 않고 어찌 부모가 되길 바라느냐는 주변의 시선과 태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왜 꼭 아파야 하는 걸까요? (...) 현대 의학은 질병을 저주나 형벌이나 운명으로 인식하는 고정 관념을 타파하면서 발전해 오지 않았던가요? 그런데 왜 유독 임신과 출산에 관련된 분야에서만 "아파야 얻을 수 있다."라는 말이 그토록 뿌리 깊게 남아 있는 걸까요?"

나는 내가 의사나 과학자가 아니라서, 해당 분야에 지식이 없는 '머글'이라서 부당함을 감수하는 게 당연한 줄만 알았다. 하지만 신경 생리학을 전공한 박사님도 현대 의학으로부터 여성이라는 성별과 양육자라는 이유로 차별과 무시를 당했다니. 의학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는 무엇보다 객관적인 학문이라 생각했는데, 실험이나 연구 결과는 상당수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결과가 해석된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인간 생의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연속적입니다. 인간은 매우 아날로그적인 존재인거죠. 과학의 발전은 인간이 어느 수준, 어떤 단계부터 인간인지를 구별해 내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의 생이 연속적이라는 사실만을 더욱더 확고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여성의 몸을 지닌 한 인간이 생물학적 재생산을 거치며 겪는 변화와 특징들을, 과학의 시선과 개인이 입장을 함께 엮어 보고자" 했던 노력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작지만 진한 위로도 얻었다.

인간은 유전자나 환경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존재이지만, 절대적인 것만은 아니며, 다양한 요인이 상호작용하고 균형점을 찾아 조절한다는 것. 편견이나 차별로 생이 끊어질 것 같고 바닥을 찍는 것 같은 순간에도 여전히 생은 어떠한 연속선상에 있어 긴 시간으로 보면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 과학적 지식을 아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 또한 시대의 산물이라는 것. 세상에서 강요하는 방향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좀 더 다정한 방향인지 스스로 가늠해 삶의 방향을 최대한 바른 방향으로 설정해야 할 거라는 것. 함부로 단정짓거나 단언하지 않고, 쉽게 절망하지 않을 이유가 있다는 깨달음을 이 책을 통해 길어올렸다.
책의 말미에 적힌 작가의 말처럼, 무한한 감사와 사랑이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하다. 우스운 말 같지만 과학에는 사랑과 감사가 필요하다. 그래야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참되고 진실된 과학적 사실을 완성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머글인 내가 감히 내린 결론이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배는 빼곡했다. 판촉물로 받은 색색의 플래그가 페이지마다 붙어 있었다. 잊을 수 없는, 잊으면 안될, 결코 잊고 싶지 않은 문장들로만 가득 찬

#대온실수리보고서 .
_

"돌아보면 항상 어떤 장소를 지워버림으로써 삶을 견뎌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나는 좋은 부분을 오려내 남기지 못하고 어떤 시절을 통째로 버리고 싶어하는 마음들을 이해한다. 소중한 시절을 불행에게 다 내주고 그 시절을 연상시키는 그리움과 죽도록 싸워야 하는 사람들을."

나는 이해받았다. 단어가, 문단이, 문장이 나를 이해했고 깊이 이해받았다. 노트에 필사한 문장이 그득찼는데, 어떤 문장은 감히 따라쓰기조차, 감히, 내 손에서 이런 문장을 피어나게 해도 될까, 싶은 것들이었다.

김금희 작가의 글들은 어떤, 나도 몰랐던 무르고 약한 부분을 기꺼이 어루만진다. 아주 조심스럽게. 함부로 들어오지 않고. 먼저 자신의 무른 부분을 내어보임으로써. 나에게 이런 일이 있었어, 하고 조용히 말해줌으로써. 살아 있는 사람이 줄 수 없는 그런 위로를 그의 글을 통해 받는다. 이토록 충만한 위로와 이해를 책 읽는 내내, 오롯이 내 것으로 쏟듯이, 빛이 쏟아지듯이 받았다. 아주 추운 곳에 혼자 서 있다가 따듯한 물 속에 스윽 들어간 것처럼 책을 들고 있는 내내 마음이 포근하고 다정했다.

"아무도 누구도 관심없다, 나에게, 라고 더 정확히 되뇌면 그 차가운 말에 마음까지 얼어붙을 듯하면서도 곧 그것에 지지 않겠다는 미약한 저항감이 들곤 했다. 음울함의 풀장으로 뛰어드는 건 어쩌면 어떻게든 힘을 내어 수면 밖으로 나오고 싶어서일지도 몰랐다."

불면과 불안, 우울로 마치 목 끝까지 물에 잠긴 듯한,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데 그 고통은 너무나 나만의 것이라서 누구한테도 이해받지 못할 거라는 절망의 우울을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나는 사실 어떻게든 힘을 내어 수면 밖으로 나오고 싶었던 걸까.

우울로 침잠하며 스스로를 생채기내던 나를 더이상 미워하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

이 문장을 솜이불처럼 뒤집어 쓰고.
_

"이모는 하루 마감하면서 가끔 이렇게 기도한다. 오늘은 다행히 아무도 안 죽였습니다."

"그럼 하느님이 칭찬하셔?"

"침묵하시지, 기도는 답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다리기 위해 하는 거니까."

(...)

"그럼. 쇠기러기 많이 잡아먹고 흰꼬리수리랑 다투고 귀찮게하는 까마귀들 무시하면서 잘 지내다 시베리아나 몽골로 갔겠지."

"정말 멋있어, 하늘에서 사냥할 때 화살처럼 꽂혀."

"맞아, 하지만 그러기 전까지 마마무(흰죽지수리)는 대체로 나무에서 뭘 했지?"

"기다렸어."

_

기다린다.

무엇을 기다리는지도 모른 채.

하지만 기다리는 것이 나타나면 그때는 반드시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기다린다.

나조차 알 수 없는 어떤 마음을.

_

이맘때는 늘 바빴다. 신춘문예 응모일을 체크하고, 원고를 최종점검하고, 어느 신문사로 보내야할지 고심하고, 특송으로 보낼지 일반으로 보낼지 고민하느라. 그리고 언제쯤 결과가 나올지 신춘문예 준비 카페에 들락거리며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혹은 이미 연락이 갔다는, 그런 소식들을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그리고 곧 깊고 깊은 우울海로 풍덩, 빠져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단편소설 응모를 하지 않기로 했다.

신춘문예 일정을 뒤져보는 것을 멈췄다.

이번에 김이설 작가님 합평반 수업을 들으면서 한가지 확실히 배운 것이 있다.

당선될 글과, 아직 덜 무르익은 글을 구분하는 법.

내 글을 덜 익었다는 것, 을 8번의 합평 수업을 통해 나는 알게 되었다.

그래서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로 한다.

올해의 목표는 100% 읽고 100% 쓰는 것.

50/50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

김이설 작가님이 가르쳐주신 것처럼. 100 읽고 100 쓴다. 그것을 붙든다.

_

언젠가는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대온실 수리 보고서는 거대한 산처럼... 이런 식상한 비유밖에 못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정말 거대한 산처럼...

내 앞에 서 있다.

지금은 올려다보는것만으로도 눈이 시리고 부시다.

이런 아름다운, 여린, 따듯한,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는 글을 언젠가 쓸 수만 있다면. 그런 확신만 있다면.

죽을 때까지 글쓰기를 놓지 않을 수 있을텐데.

_

이 책을 갖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결국 다 읽자마자 주문했다.
손 닿는 곳에 두고 자주 읽고자한다.


이달에 가는데 니는 이달에 말했지. 남겨지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었다. 매정하기가 쏜물같은 년이다. - P30

"이모는 하루 마감하면서 가끔 이렇게 기도한다. 오늘은 다행히 아무도 안 죽였습니다."

"그럼 하느님이 칭찬하셔?"

"침묵하시지, 기도는 답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다리기 위해 하는 거니까."

(...)

"그럼. 쇠기러기 많이 잡아먹고 흰꼬리수리랑 다투고 귀찮게하는 까마귀들 무시하면서 잘 지내다 시베리아나 몽골로 갔겠지."

"정말 멋있어, 하늘에서 사냥할 때 화살처럼 꽂혀."

"맞아, 하지만 그러기 전까지 마마무(흰죽지수리)는 대체로 나무에서 뭘 했지?"

"기다렸어."
- P318

"너무 마음이 아프면 외면하고 싶어지거든. 아까 우리도 말했지? 너무를 조심하자고." - P12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1권의 그림책으로 만나는 평화통일 수업
경기평화교육센터 외 지음 / 살림터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애들 방학이라 책 읽기 힘들다는 핑계를 단번에 깨고 끝까지 읽게 만든 책, <평화통일수업>.대학생 때 북을 향해 오래 기도했었고, 선교에 대한 열망을 늘 품고 있었다. 그러다 이효정 활동가의 강의를 통해 평화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평화통일수업>을 읽으며, 우리나라의 학벌 우선주의, 과열된 경쟁, 극우화 양상의 원인이 분단국가라는 현실에 있다는 생각을 했다. 분단 체제의 긴장에서 오는 경쟁의식과 그에 따른 만성적 불안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무 자주 분단 현실을 잊는다.

“평화통일교육은 분단을 감각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가 사는 곳이 비정상적으로 분단되었음을 깨닫고 그것이 나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보는 시·공간이 절실합니다.” 책의 이 문장은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 첫장에 실려야할 내용이 아닐까. 우리는, 아니 나는, ‘분단을 감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비정상적인 분단’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조차 없다. 북에 대한 나의 생각은 피상적이고 막연했다. 북조선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하며, 체제에 순응하고, 개인 취향이 없는 삶을 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내가 분단 국가라는 현실 속에서 북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아보려고 노력한 결과가 아니라, 안보교육이라는 명목하에 주입된 생각에 가까웠다.

체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분단민족인 우리에게 평화통일교육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지금껏 한 번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수업이다. 그래서 어렵게 느껴지고,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평화통일수업>책에서는 그림책을 활용해 평화와 통일에 대한 거리감을 좁힌다.

“그림책은 평등한 소통의 매체입니다. … 그림책을 읽는 과정에서도 세대 간 또는 다양한 층위에서 소통이 일어납니다.” 이 책에 소개되는 그림책과, 그림책에 연계된 발문을 통해 평화와 통일에 좀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평화통일수업>에는 학생들에게 평화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돕는 치열한 고민이 실려있다. 분단 현실에 대해 소개하는 그림책과 그에 맞는 발문, 교과서 연계가 꼼꼼하게 담겼다. 발문만 봐도 얼마나 저자들이 평화에 대해 나누기 위해 고민했을지 느껴진다. 나도 그 질문들에 하나하나 답해보려했는데 시간이 아주 오래 걸렸다(적과 나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은 누구인가요? 적의 참호에서 가족사진을 보았다면?). 평소 전쟁 역사에 대해, 평화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고 잘 알지도 못해서였다. 책 말미에는 나같이 관련 지식이 희박한 사람을 위해 추천 영상이 실려있어 너무 좋았다. QR코드를 찍기만 하면 한국전쟁 생존자의 생생한 인터뷰, 베트남전 진실을 증언한 참전 군인의 목소리를 듣고 볼 수 있었다. 수업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 읽기 자료도 매우 유익하다. 282쪽에 “가짜뉴스, 김정은 사망설”자료 같은 경우, 가짜 뉴스의 위험성과 팩트체크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문단별로 “추천하는 책”이 나오는데 이 또한 주옥같다. 추천도서 중 하나인, 한강의 <작별하지않는다>에 나오는 4.3사건에 대한 기록은 몇 번이고 다시 읽어도 가슴이 아린다. 북의 일상을 사진으로 담은 <평화로 가는 사진 여행>도 참 좋았다. 북에 대한 참혹하거나 슬프기만 한 이미지를 지우고 같은 ‘사람’이라는 감각을 가질 수 있었다.

<평화통일수업>을 통해 평화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고민했다. “평화는 저절로 오지 않습니다. … 평화는 자연스럽게 오지 않습니다. … 평화는 한없이 이상적인 상태로 추앙되는 만큼 현실적으로는 어렵게 실현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인류의 공존과 평화의 실현을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나의 노력은 어디로, 어떻게 가 닿아야 할까 고민하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논술 강사로서 한 가지 할 수 있는 일을 떠올렸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그림책과 발문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평화 수업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학생을 가르치다보면 상호 교육이 일어나는데, 그럴 때 참 기쁘다. 이 책을 활용해 평화에 대해 수업하며 나도, 학생들도 함께 배울 것이다. 집필자들의 의도를 상하게 하지 않고 가르칠 수 있도록 여러 번 되풀이해서 읽어야겠다.
그리고, 전쟁의 상흔이 남겨진 단어들-‘골로 간다’, ‘양학’같은-을 더 알아봐야겠다. 폭력이 스민 언어를 함부로 사용하고 싶지 않다. 이 책에 소개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의 내용을 떠올리면, 더 이상 ‘모르고’ 싶지 않다. 무지로 인해 악을 행하고 싶지 않다.
분단국가를 살아가는 현실의 나에겐 회복되고 변화되어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하지만 이 책이 있기에 든든하다. 치열하게 고민하여 이 책을 써낸 저자들께 기꺼이 의지하며 이 현실을 살아가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