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애하는 불면증 - 잠 못 이룬 날들에 대한 기록
마리나 벤저민 지음, 김나연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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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과 거리가 먼(?)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건 단순히 호기심이었다. 나는 머리만 대면 잠들기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 궁금해졌다. 모두가 잠들고 고요한 시간, 잠들지 못한 사람은 어떠한 밤을 보내고 있을까.


이 책은 마리나 벤저민이라는 저자의 잠 못 드는 시간에 찾아오는 감정과 생각을 섬세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기록한 에세이다. 밤에 쓴 글이라 그런지 약간 몽롱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책의 감성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새벽에 읽어서 그런지 이 책을 다 읽은 느낌은 몽환적이며 각성 상태에 있는 느낌이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지새운 밤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새벽감성과 참 잘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라진 잠을 억지로 이으려고 하지 않고 그 밤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 인상깊은 책이었다.










밤, 잠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도 나오는데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면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를 뽑을 수 있다. 그리스로마신화를 재미있게 읽었던 나는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만을 기억했는데, 저자는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에 대해 포커스를 두었다. 실종된 남편이 언젠가 돌아오리라 믿으며 쉬이 잠들지 못하는 밤을 보냈던 페넬로페. 그녀에게 밤은 남편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의 불씨를 다시지피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또 하나는 <아라비안나이트>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매일 밤 처녀들의 목을 베었던 페르시아 왕에게 죽음을 각오하고 자진해서 도전한 셰에라자드. 그녀는 왕에게 매일 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왕은 그 이야기를 들으며 매일 밤, 잠들었다. 왕은 그녀 덕분에 잠들었지만 그녀는 잠들지 않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기에, 그녀에게는 잠이야말로 죽음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이러한 글을 쓸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잠들지 못한 밤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최근 인지행동 치료를 받으며 잠을 잘 자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그래서인지 불면이라는 것이 마냥 불행하다고만 느껴지진 않았다. 불면이라는 시간을 괴로움으로 지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풀어냄으로 이런 책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새벽 감성으로 읽으면 좀 더 빠져드는 책이었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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