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13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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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수학선생님께서 빌려주신(혹시 이 글을 보셨다면... 저에게 아는 체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아직도... 벤치에 앉아 저의 실없는 수다를 들어주셨던 그 인자함과 가시는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봤던 때가 생각나네요.. 다시 뵙고 싶어요......) 김현의 문학평론집과 황지우의 첫시집을 읽고 충격에 빠진 동시 "Poetic Justice"에 한창 경도되어 있었습니다. 한편 김수영문학상 수상작을 찾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접한 이성복,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문학과지성사, 1980은 이성복 시인의 첫시집이자, 제2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작입니다.

이 시집 또한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한번 읽어도 그 의미를 알기가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과거의 삶을 글로 목격할 수 있었으며, 문체 자체가 진솔하고 거칠면서 그로테스크하여 읽기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이 세상에서 자신을 속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하나의 진실은 우리가 지금 〈아프다〉는 사실이다."라는 시인의 굳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래서인지 다채로운 아픔을 느끼며 삶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 점 때문에 김현은 그를 "따뜻한 비관주의"라고 하였는지도 모릅니다(김현, 『젊은 시인들의 상상세계 / 말들의 풍경』, 文學과知性社, 1992, 121~134쪽.).

이성복 시인이 배웠다는 '사랑'은 이 시집이 출간된 이후에도 발현되었을까요? "폭력이 없는 나라"는 존재하나요?... 아마 이에 대한 그의 답은 "빈말이라도 따뜻이 말해 주는 것"(87쪽.)이라고 하겠지요?... 그래서 저는 쑥대밭이 되어버린 고향을 향해 "잘 있지 말아요 / 그리운......"(42쪽.)이라고 말하고 뒤도 안 돌아보려고 합니다......

"슬픔이 괴로움을 만나 흐린 물이 된다"(18쪽.)

"이제 집이 없는 사람은 天國에 셋방을 얻어야 하고 /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은 아직 慾情에 떠는 늙은 子宮으로 돌아가야 하고"(27쪽.)

"잘 있지 말아요 / 그리운......"(42쪽.)

"폭력이 없는 나라"(87쪽.)

"빈말이라도 따뜻이 말해 주는 것이다"(87~88쪽.)

"어떤 사람은 불쌍했고 어떤 사람은 불쌍한 / 사람을 보고 울었다 아무 것도 그 비리고 어지러운 / 숨 막히는 구멍으로부터 돌아오지 못했다"(96쪽.)

"우리가 죽어도 변함 없는 좌우명 인내!"(107쪽.)

"우리가 이 세상에서 자신을 속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하나의 진실은 우리가 지금 〈아프다〉는 사실이다."(책 뒷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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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근대의 패러독스
윤해동 지음 / 휴머니스트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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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에서 식민지를 이해하는 인식은 2가지가 지배적입니다. 하나는 '식민지수탈론'으로 일제가 식민지 조선을 폭력적으로 지배하면서 인적·물적 자원을 수탈하였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수탈-저항의 패러다임을 낳았습니다. 또 하나는 '식민지근대화론'으로 일제가 식민지 조선에 단순한 약탈이 아닌 '개발을 통한 착취'였다며 수탈-개발의 역사로 식민지기를 이해하자는 의견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지나치게 한국사(national history)만 강조하는 것이고, 근대적 사고(당시 근대적 사고는 크게 구미 제국주의를 최고로 보고, 그에 저항하면서 자국의 독립과 근대화를 이룬다는 시대적 과제인데, 입장에 따라 다르다. 간혹 일본은 구미 제국주의를 옹호하는가 하면 식민지 조선은 그러한 일제에 저항을 하면서 독립과 자발적 근대화를 궁구하였다.)에만 머무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으로는 '넓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상의 상황에서 윤해동, 식민지 근대의 패러독스, 휴머니스트, 2007은 2007년 이전 저자의 고민을 정리한 책이자, 인식의 전환점을 주는 전문서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식민지 조선 외에 현대사의 문제까지 국민국가 속에서 일어난 이항대립적 개념 이해를 문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도전적 '패러독스(paradox: 역설(逆說)로 번역되어 "어떤 주의나 주장에 반대되는 이론이나 말"이라는 뜻이다.)'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책 내용을 전부 소개하기 보다 제목에만 집중하여 제가 이해한 바를 이야기하겠습니다.

저자는 식민지 조선을 이해하는 데 민족주의와 근대화를 기반으로 한 '식민지수탈론'과 '식민지근대화론'에 함몰되지 않고 식민지 근대론’을 주목하였습니다. 이는 식민지를 일국적이고 자족적인 정치·경제·사회적 단위로 보지 않고 제국의 일부이자, 근대 세계 체제의 하위 체계로서 문화적 교류와 융합 및 동화가 가장 활발한 체제 및 시기를 구성한다고 봅니다. 이에 제국과 식민지를 관통하는 동시대성과 탈식민 시대에도 이어지는 연속성을 지니고 있고, 그 사이에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연관된 세계를 구성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의 한 축으로 삼았습니다.

이러한 인식을 통한 또 다른 역사상은 역사 외의 매사에 이분법적 인식이 너무 지배적이었나 회의를 가지면서 사고의 전환을 경험하실 수 도 있겠습니다. 다만 이 인식은 부분적인 것이기에 섣불리 크게 볼 수는 없습니다(그렇다고 아예 몰라서 이분법적 사고에 경도된 것보다는 아는 게 낫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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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문지 푸른 문학
앙드레 지드 지음, 이성복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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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지드(André Gide), 이성복 옮김, 좁은 문, 문학과지성사, 2013은 소설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소설을 많이 읽은 적이 없습니다.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앙드레 지드, 홍난지 그림, 고수산나 옮김, 좁은 문, 삼성출판사, 2012(http://aladin.kr/p/WGaxi)를 통해 처음 좁은 문을 접하였습니다(특히 알리사 그림은 10년이 지나도 제 눈에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때는 사랑을 잘 모르던 때라도 안타까운 이야기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창... 누군가를 진심으로 짝사랑하던 고등학생 때 이성복의 번역과 해설이 깃들어진 좁은 문을 읽으니(여기서 옮긴이를 주목하면, 우리가 아는 이성복 시인입니다. 한편으로 그는 훌륭한 불문학자이기도 하였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됩니다.), 더더욱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제롬과 알리사의 닿을 수 없는 사랑은 안타까움을 자아냈고, 그 감정이 강해질수록 아름답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들 사이에 쥘리에트라는 장애물이 있더라도 결국 제롬과 알리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사랑으로 어긋나기 시작하였고... 끝내 이루어지지 못한 채 알리사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 괴로움은 제롬에게 남긴 알리사의 일기장에서 전해졌습니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외치고, 그리며 종교로 감정을 승화시키려고 노력하지만 점점 죽음으로 향하는 내용이 전개되는데... 정말 볼수록 더더욱 안타까웠습니다...

... 저의 진지한 첫사랑은 끝내 짝사랑으로 결말을 맺었기에... 닿을 수 없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볼 때마다 설레지만, 끝내 아프고, 쓰리기도 하였습니다. 이 책 시작에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누가복음 1324)라고 하는데... 제 수준에서는 헛된 환상, 욕심을 버려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이해하였습니다.

이제 더 이상... 가족의 사랑 외에... 누군가를 그리워하였을지라도, 다시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저렴한 설렘만 느낄 뿐입니다. 그렇다고 좁은 문에도 들어갈 수준은 못 됩니다. 10년 동안 진정한 사랑과 우정을 찾느라고... 아주 노력하였는데... 그것을 환상이라고 결론을 내리기가 참... 싫습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7쪽.)

"미래에서 찾고자 했던 것은 행복이라기보다는, 행복에 도달하기 위한 끝없는 노력이었다."(31쪽.)

"솔직한 것만큼 좋은 것도 없단다......"(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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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값 창비시선 322
정호승 지음 / 창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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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밥값, 창비, 2010은 정호승 시인의 열번째 시집입니다. 

2016년에 이 시집을 잡았었는데, 저는 "읽으면 읽을수록 도(道)가 보인다(다만 실천하기 힘들 뿐이지...)."라고 써놓았었습니다. 시집을 보면 제 생각에 시인이 굉장히 고독하게 하루하루를 지내는 것 같지만 여전히 따스한 시선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보면서 건전한 사고를 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 때문인지 그의 시를 읽으면 되게 마음이 평온해지고, 깨끗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다만... 시인처럼 살기 어려울 뿐입니다. ... 그게 알고 보면 "밥값"일지도 모르는 데 말입니다......

2016년 이후로는 시집을 잘 찾지 않았습니다. 중학교 3학년생부터 대학교 2학년생까지 시집을 항상 가까이 하였는데... 어느덧 시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시를 읽고 혼자 좋아하고, 그것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던 저의 모습이 그립기도 합니다... 그러나 돌아갈 순 없겠죠... 그래도... 언젠가... 인연이 닿으면 정호승 시인을 뵈어 인사를 하고 싶고... 또 시집을 다시 읽으면서 시들어진 영혼을 씻어내고 잠시나마 시집 읽던 소년으로 돌아가 하늘에 구름이 떠다니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고 싶습니다...

"남은 인생의 첫날인 오늘보다 / 남은 인생의 마지막 날인 내일을 생각하며 / 봄비 내리는 창가를 서성거려라"(38쪽.)

"세상에도 가도 되는 길이 있고 안 가도 되는 길이 있지만 꼭 가야 하는 길이 있다."(1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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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zaie96 2022-05-18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빛나는 5월의 날입니다. 이 날을 잊지 않고 어떻게 하면 민주주의가 공동선에 이를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포옹 창비시선 279
정호승 지음 / 창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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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포옹, 창비, 2007은 정호승 시인의 아홉번째 시집입니다. 대학생이 되어서 간만에 읽었었습니다.

시집 표지가 분홍색이고, "포옹"이라니... 정말 따뜻한 느낌이었습니다. 수록된 시들은 냉랭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포옹"이 아니었을까 생각되었습니다.

다 읽은 뒤 저는 이렇게 글을 남겼습니다. "빈 벽이 되고 나서 비로소 나는 벽이 되"어 "빈틈"을 보이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빈틈"이 있어야 "포옹"할 이유가 생기고 "포옹"하는 시대가 인간적인 삶이 아닌가...

"시는 결국 한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아가는 한 개인의 삶의 총체적 고통에 의해 씌어진다."(130쪽.)

"화해와 포옹이 없는 시대에 이 시집이 우리를 포옹할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다."(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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