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근대의 패러독스
윤해동 지음 / 휴머니스트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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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국사에서 식민지를 이해하는 인식은 2가지가 지배적입니다. 하나는 '식민지수탈론'으로 일제가 식민지 조선을 폭력적으로 지배하면서 인적·물적 자원을 수탈하였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수탈-저항의 패러다임을 낳았습니다. 또 하나는 '식민지근대화론'으로 일제가 식민지 조선에 단순한 약탈이 아닌 '개발을 통한 착취'였다며 수탈-개발의 역사로 식민지기를 이해하자는 의견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지나치게 한국사(national history)만 강조하는 것이고, 근대적 사고(당시 근대적 사고는 크게 구미 제국주의를 최고로 보고, 그에 저항하면서 자국의 독립과 근대화를 이룬다는 시대적 과제인데, 입장에 따라 다르다. 간혹 일본은 구미 제국주의를 옹호하는가 하면 식민지 조선은 그러한 일제에 저항을 하면서 독립과 자발적 근대화를 궁구하였다.)에만 머무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으로는 '넓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상의 상황에서 윤해동, 식민지 근대의 패러독스, 휴머니스트, 2007은 2007년 이전 저자의 고민을 정리한 책이자, 인식의 전환점을 주는 전문서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식민지 조선 외에 현대사의 문제까지 국민국가 속에서 일어난 이항대립적 개념 이해를 문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도전적 '패러독스(paradox: 역설(逆說)로 번역되어 "어떤 주의나 주장에 반대되는 이론이나 말"이라는 뜻이다.)'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책 내용을 전부 소개하기 보다 제목에만 집중하여 제가 이해한 바를 이야기하겠습니다.

저자는 식민지 조선을 이해하는 데 민족주의와 근대화를 기반으로 한 '식민지수탈론'과 '식민지근대화론'에 함몰되지 않고 식민지 근대론’을 주목하였습니다. 이는 식민지를 일국적이고 자족적인 정치·경제·사회적 단위로 보지 않고 제국의 일부이자, 근대 세계 체제의 하위 체계로서 문화적 교류와 융합 및 동화가 가장 활발한 체제 및 시기를 구성한다고 봅니다. 이에 제국과 식민지를 관통하는 동시대성과 탈식민 시대에도 이어지는 연속성을 지니고 있고, 그 사이에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연관된 세계를 구성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의 한 축으로 삼았습니다.

이러한 인식을 통한 또 다른 역사상은 역사 외의 매사에 이분법적 인식이 너무 지배적이었나 회의를 가지면서 사고의 전환을 경험하실 수 도 있겠습니다. 다만 이 인식은 부분적인 것이기에 섣불리 크게 볼 수는 없습니다(그렇다고 아예 몰라서 이분법적 사고에 경도된 것보다는 아는 게 낫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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