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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심리학 - 있는 그대로 살아도 괜찮아
토니 험프리스 지음, 이한기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4월
평점 :
자존감 심리학_토니 험프리스

-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 나는 누구의 인생을 살고 있는가? "
우리는 쉽게 남을 평가하고 평가받는 데 길들여져 있다. 자존감에 상처를 입히는 품평도 쉽게 하고, 멍청하다거나 모자라다거나 굼뜨다는 평가도 서슴지 않는다. .....(중략).... 그러나 날 때부터 그런 사람은 없다.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만의 삶을 살고 싶어 하면서도 스스로를 믿지 못해 자유로운 삶을 선택하지 못한다. 우리가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p.4 <프롤로그>
<나는 누구의 인생을 살고 있는가?>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던지는 저 간단한 질문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내가 나의 인생을 사는 것이 당연한데, 누구의 인생을 살고 있느냐니, 간단히 보면 이상한 질문 같다. 하지만, 오늘 하루에도 수 백, 수 천, 수 만 번..... 아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내가 이렇게 살고 싶었나를 고민하는 나로서는 정말 저 질문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내 의지로, 나의 선택대로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 돌이켜보면 가끔 의문나는 것들이 있었다. 그냥 남들이 하니까 일단 따라가 본 것은 아닌지. 혼자 무리에서 동떨어져 행동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선택도 그에 수반한 행동 모두에 나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은 것은 없었지만, 어느 순간 주변을 의식하며 선택해 온 것은 아닌지. 그런 의문들 말이다.
<나를 억눌러 온 것들에 대하여>
가족, 학교, 직장, 또래 모임 등 어떤 사회 조직에 속하든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자기만의 독창적인 행동 방식이 있다. 심지어 형제자매 사이에도 서로 행동 방식이 완전히 다른 것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그 차이를 부모와 교사를 비롯한 어른들이 지지하고 칭찬해줄 때, 단단한 자존감을 갖고 진정한 자신으로 살아가는 독창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대개 차이를 인정하고 격려하기보다는 순응을 권한다.
-p.52 <나를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것들>
인간은 스스로 하고픈 행동에 대해서는 격려를 받고, 내키지 않는 행동은 하지 않아도 되어야 한다. 흔히 어떤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은 도피와 혼동되곤 한다. 도피는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특정한 행동에 흥미를 갖지 않는 것은 뚜렷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p.54 <나를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것들>
읽다보면........ <미움받을 용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환경 탓 하는 거 아니야?'라고 하지 않을까 싶었다. 약간 <프로이트>의 이론에 가까운 것 같아서 였던 것 같다.
자존감 향상을 진정한 '자아'의 발현에서 찾고, 그것을 가린 '그림자 자아'를 분석할 때, 그에 영향을 준 환경을 분석하는 식으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 경우는..... 잘 안 읽히는 건 <미움받을 용기>랑 비슷했지만, 그것보다는 조금 더 납득이 가는 내용이었다. 물론 무조건 환경 탓을 할 수는 없지만, 아주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누구나 살다보면 한번쯤은 정해진 정규 교육 과정이라거나, 일반인 진학 코스나, 진로 계획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일 때가 있지 않나 싶다. 중학교 3학년만 하더라도, 인문계 진학과 실업계(마이스터나 특성화 고등학교) 사이에서 고민할 수도 있고, 요즘은 대학 입시와 공시 사이에서 고민하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내 경우만 하더라도 중학교 때 공부를 못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홍보 차 온 선배들을 보면서, 어차피 돈 벌 거라면 '기술을 배우는 게 좋지 않나?'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팜플렛을 받아드는 걸 보고, 주변에서 '네가 왜 거길 가?'라는 소리를 엄청 들었다. 그때만 해도 '일단 대학은 나와야...'라던 때였다.(요즘은 조금 바뀐 것 같지만)
부모님은 어떻게든 대학에 진학해서 학사모 쓰고 졸업하길 바라셨고, 자녀가 그에 걸맞은 직장에 들어가는 걸 당신들의 업으로 여기시던 때였다.
당연히 본래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목표의식이 확고하다면야...... 주변 환경이나 평판에 영향 받지 않고 꿋꿋이 자기 길을 가겠지만, 꼭 그런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지 않을까.
그런 측면에 있어서는 진짜 '나'를 찾기 위한 첫 단계로 나를 억압해 왔던 것들이 무엇인지 직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내용들이었던 것 같다.
이처럼 책은 그간 우리를 억압해왔던 가정, 학교, 직장....그리고 공동체 사회에서의 다양한 억압적인 표현들과 그로 인해 형성된 그림자 자아를 객관적으로 마주하고, 그 그늘을 걷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을 제안해준다.
<나에 대한 깨달음>
상대방이 우리를 통제하려고 할 때, 신체적, 언어적으로 공격적인 성향을 띨 수 있다. 이럴 때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더욱 강력한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공격 행위를 묵인하지 않는 것, 다른 사람의 도움을 구하는 것, 인간관계의 안팎에서 여유를 갖는 것, 합법적인 조치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대응은 상대방의 방어적인 태도를 변화시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진정한 나를 지향하는 강력한 행동이다.
-P.208 <참 자아에 대한 깨달음>
나의 자아를 가린 '그림자 자아'가 무엇인지 발견했다면, 다음은 나의 진짜 자아, '참 자아'를 찾는 여정을 떠나게 된다. 무의식 중에 상처와 위협 속에 형성된 방어기제를 해제하고, 그 행동 속에 숨겨진 진실을 꺼내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자아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주고, 나의 자아를 위해서, 나의 자아를 공격하는 외부적 위협이 있다면 기꺼이 맞설 필요가 있다고 한다.
살다보면 과연, 얼마나 내가 표현하고 싶은 대로만 살까 싶지만, 그럼에도 나를 상처 입히는 말들에 대해서는 절대로 함구하지 말고, 적어도 불쾌함은 표현하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건, 나도 결국, 내 자아를 상처 입히는 거랑 같은 결과일테니 말이다.
<기타/마무리>
처음 기대했던 내용과는 조금 달라서... 글을 읽는데 약간 힘든 점이 있었다. 아무래도 자존감을 억누르는 '그림자 자아'에 대해 다소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감이 있어서, 약간 딱딱했던 느낌도 들었던 것 같고. '흥미롭고 '공감'가는 글들이 많았지만, '감동'적이지는 않았던 작품이랄까.
그럼에도 요사이 계속 고민하던 소재라 그런지, 초반의 진입 장벽을 조금 넘기면서부터는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난다.
그간 직간접적으로 사회 생활을 하면서, 코드가 맞는 사람들과 지낼 때도 있었지만, 코드가 맞지 않아 애를 먹는 사람들과 장기간 보낸 적도 있었다. 한 때는 그게 '내가 잘못한' 혹은 '내가 잘못된' 사람이고,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무조건 고쳐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자존감은 더 바닥을 치고, 내 의지, 주장, 생각을 모두 쓸모 없는 것으로 치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저, (크기의 유무를 떠나)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굳이 상대방과 서먹해지고 싶지 않아서, 나만 조용히 하면 그냥 넘어갈 거라는 생각에....... 은연중에 넘겼던 소소한 일상들과 타인과의 관계가 지나치게 나의 자아를 억누르고 자존감을 망가뜨리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공동체 속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이지만, 그간 그것 때문에, 너무 나 자신을 한구석으로 몰아 붙인 것은 아닌지...... 반추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나를 가장 잘 이해해주고 사랑해 줄 사람은 나 뿐인 걸. 잊지 말아야겠다.
<본 서평은 '다산 북클럽 나나흰 6기'로 활동하면서 해당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직접 읽어본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