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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괜찮습니다만,
이윤용 지음 / 예담 / 2017년 3월
평점 :

- 당신도 괜찮을 겁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
대한민국 1인 가구의 마음을 탐방했던 <생겨요, 어느 날>에 이은 작가 이윤용의 두 번째
책
그래도 세상을 향해 날려보는 대답
"저는
괜찮습니다만,"

아무래도 작가 본인이 1인 가구의 삶을 살며 쓰신 글이라선지, 부쩍 공감가는 글귀들이 많이 있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해. 어떤 불편한 부분들이 있으니, 이런 부분들은 좀 주의해야 해....가 아니라, 혼자 사는 삶 속에서 생생하게
느껴져오는 작가의 생각들이 담겨있다.
혼자 살아가는 '나'의 선택이 절대로, 잘못되고 틀린 선택이 아님을 얘기하고 싶은 것 같기도하고, 아니면 글을 읽을
독자들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것 같기도 하다. 작가의 시점으로 보이는 소소한 일상의 단편들과 함께 담긴 혼자 사는 삶에 대한 사색이 귀여운
일러스트와 함께 정겹게 다가왔다.
역시 수필이나 에세이는 공감에서 얻게 되는 즐거움과 위로가
참 좋은데. 이 작품은 작가님이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 나가신 거 아니야? 싶을 정도로 공감되는
글들이 많아서, 더 즐거웠던 것 같다. 마치 10년지기 친구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본 느낌이랄까.
또, 혹은 내가 나중에 ..... 정말 서른 마흔까지 혼자
지내게 된다면 사회에서, 혹은 주변에서 이런 반응을 겪고, 그런 생각들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도
있었다.
"이 남자, 나랑 성격이 좀
안 맞는 거 같은데?"
"그 안 맞는 성격이 나중에 문제가 될 거
같은데?"
그런 복잡, 미묘, 잡다한 생각으로 연애를 시작도 못하는
것이다.
일단, 샀다가 맘에 안 들면
반품하고
일단, 사귀다가
맘이 틀어지면 이별하면 되는데
그 '일단 시작'이 왜 안 되는 걸까, 나란 여자. -p.24
<일단 시작>
아, 어쩜 연애관이 나랑 이렇게 똑같던지. 소름. 뒤에 <이래서 연애를 못하네>라는 글귀들도 있는데 ..
어휴, 그냥 눈에서 땀이 났다. 주변에서 왜 이렇게 눈이 높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당장 손에서 로맨스 소설 내려 놓으라고 했다. 드라마로
연애를 배우지 말라고 했다. 그래도 '연예인 해체설에 밤잠 설치며 울던 너네보단 낫지 않니....'라고 속으로는 이죽거리기도 하면서, 조금 더
나이를 먹었을 때는 계속 소설에 갇힌 내가 마냥 잘못되고 어린 것만
같았다.
그치만 20대 중반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럼 나, 아무나 만나라고?"
요즘 데이트 폭력에 무서운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근데, 정말 웃겼던 건, 최근(이라고 하기에도 이제 오래됬지만) 소개팅 받았을
때 사진을 돌렸더니,
'정말 이 사람이랑 만날 수 있겠어? 너 이번이 첫 연애잖아!! 다시
생각해봐.'라며 나를 다그쳤다. 그 친구들이!!!!!
남자에게 '사장님' 하는 것은 결혼 여부와 관계가
없다.
미혼의 남성도
사장이 될 수 있으니.
그러나 사모님은 결혼한 여자에게만
해당된다.
결혼 여부도,
나이의 많고 적음도 관계없는
그런 무난한 호칭은 없는
걸까?
방금 전화가 왔는데, 상대가 다짜고짜 이렇게
부른다.
"선생님?
실비보험 있으신가요?"
그래, '선생님' 그것도 나쁘지 않네. -p.31
<사모님>
딱히 남녀
차별적인 의식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다만, 어째서 우리 나라는 이렇게 별별 나이
성별적 요소가 자리한 호칭들이 많은 건지.
그냥 영어처럼 Mr, Ms 이렇게!! 응응? 좀 저런 느낌 안 느껴지게하는 호칭들 없을까? 누가
개발 좀 해줬으면.
(Ms는 혼인 여부에 상관없이 ~씨라고
함)
물론 사람이 간사한게,
나도 요즘 아가씨 소리 듣다가, '학생'소리 들으면 괜히 반색하며, '네?!'이러긴 하지만, 나중에 나이 먹고. 혼자 사는데 거기 아줌마!!
이러면 정말 화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쭈욱 읽다가, 이걸 발견했다.
"그런 환상을 품고
결혼하면 망하는 거야. 맥가이버는 현실에 없거든."
그러나 현실성 없는 나란 여자는
오늘도 맥가이버 칼
같은 남자를 꿈꾼다.
오늘은 칼이 되고, 내일은 와인 따개가 되는 그런 남자를-
p.180 <맥가이버 남편>
요즘 부쩍 그런 생각을 하고는 했다. '혼자 살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 '왜 굳이 결혼을 해야 할까?'라는
의문들에 대해서 말이다. 이것 저것 떠올랐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우선적인 건 '안전'이었다. (아, 씁쓸해라. '사랑'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매 내 연애세포는
회복 불능 상태. 음, 아니 이미 인턴 때, 오빠가 앞에 있는데도 눈 앞에서 프린트 패트리지를 척척 갈았을 때부터 이미 나는 자신이 맥가이버를
택한 걸지도.
물론, 인식이라는
게 '상대적'이니까! 훗날은 모르겠다. 그치만 '지금의 나'로서는, 결혼은 '사회적 의무, 안정된 가족을 이룸으로써 부모에게 안심을 주기 위한
자식으로서 도리.'같은 개념이다.
또, 아무래도 연애하고 싶은 이상형은 (그렇다, 아직도 속 못 차렸다.) 로맨스 소설 속 주인공 같은 남자고, 결혼은
친구 같은 사람이랑 하고 싶기에... 그냥 언젠가 결혼을 하면 '친구, 혹은 함께 살아갈 전우, 동지'와 같은 사람과 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들을 했다.
그리고
가만 생각해보니, 그 의식의 기저에는 내 삶의 '안전, 안정'이 내포된 게 아닐까 싶다.
무튼 그러다보니, 그걸 내가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아... 결혼, 굳이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싱글들에게 무작정 왜
결혼을 안하느냐고 다그치지
말아주세요.
안 하고
싶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그 무게가
너무 힘겨워 못하는 사람도
많답니다. p.265 <횡단보도에서>
음, 위에서 안전과 안정을 이야기했는데 생각해보니, 경제적인
면도 있다. 그치만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살거라면..... 아이를 안 낳....을 수는 없겠지, 한 명? 낳는다면, 내가 지금 계획한
곳에 들어간다면(아!! 왜 이렇게 조건이 많이 붙어야 하는 건지ㅠ!!) 근근히는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애가 갑자기 예체능 계열로 공부하고 싶다고
하면, 이제 인생 다큐가 시작될 뿐이려나.
여튼, 우리 집은 풍족한 집도, 안정적인 집도 아니지만, 부모님은
대학까지 보내 주셨고, 또, 내가 잘 집, 안식처를 마련해 주셨다. 지난 날 힘들다고 투정부리던 내가 너무 한심할 정도로, 부모님의 책임감과
사랑은 정말 무한하고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다는 걸 요즘 느낀다.
그러다 보니, 과연 나도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아직도
부모님 등골 브레이커 중인 내가? 지금 그나마 기대는 건 '취업'이지만, 솔직히 취업을 하고도 등록금 값느라, 생활비 대느라 정신없이 살아가는
친구들을 보면 내 미래도 그닥 순탄치 만은 않을 것 같다. 물론 직장 안정기에 접어들면 착착 모이겠지만.
그걸 떠나서, 과연 정말 티끌만큼 긁어 모으는 돈으로,
100세 시대 내 생활비에, 부모님 노후까지 얼마나 지탱할 수 있을까. 삶의 무게가 남다르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연애가 사치라고 느껴지는 판에
과연.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20 대에
만났던 남자를, 40대인 지금 만난다면 우린 헤어지지 않을까.
20대에 했던 싸움들을, 지금 겪게 된다면 난 웃으며 넘길 수
있을까.
왠지, 그럴 수
있을 거 같다. 아니, 싸움조차 만들지 않겠지.
그래서 나는 20대의 나보다 40대의 내가 더
좋다.
그리고 40대의
나보다 50대의 내가 더 좋아지기를 기도한다. p.78 <일기장>

결국, 작가는 글 속에서 몇 살까지는 결혼을!!이라는 말은
언급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까지 삶을 반추할 뿐. 그게 싱글 라이프일 뿐이지, 하루 하루 살아가면서 느끼는 삶의 의미와 자기 성찰의 이야기가
독특하다가도 공감되고, 때로는 친구가 쫑알쫑알,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거 같아서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수다 떨고 난 뒤의 느낌도 느낀 것
같다.
어쩌면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독립적인 여성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롯데리아에서 혼자 햄버거를 먹거나, 생수 두 팩을 혼자 들고
오거나,
혼자 산책을
하고 혼자 영화를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독립.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한 발자국 더 진보된 독립을
해봐야겠다.
진정한
싱글여성이 되기 위해. -p.292 <나와는 또 다른 널 보며1>
그런데, 커버린 지금의 나는
어떤가.
화가 나도
화나지 않은 척, 질투가 나도 질투 나지 않은 척,
......(중략)......
'성숙'이라는 핑계로 '순수'를 잃고 살았던
나.
어쩌면 나는, 욕을
입에 달고 싸우는 그 학생들보다
더 때 묻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해왔는지도
모르겠다.
내 감정을
존중했던 순수.
그
순수함을 다시 찾고 싶다. -p.304 <요즘 것들의 순수>
역시 마지막은 삶에 대한 성찰들. 혼자 있는 생각이 부쩍
늘어나며 하게 되는 고민들이 많이 겹쳐 보여 많은 위로가 되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그런 위로.
아무래도 혼자 있게 된다는 건, 그냥 물리적인 객체로 혼자
남아 있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되려 유의미한 삶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도 언제 변할 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혼자 지내면서 계속 성찰하고 고민하면서, 내일이 오늘 보다 더 나은,
내년이 올해보다 더 나은, 작년 보다는 더 발전한 그런 내가 되길 바라본다.
<본 서평은 출판사(위즈덤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