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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니다, 우주일지
신동욱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1월
평점 :
1 책 소개
괴팍한 천재 남편의 아내를 위한 소행성 포획일지!
"자기야, 날 위해서 뭐든지 해줄 수 있어?"
"그럼, 자기를 위해서라면 하늘에 별도 따다 줄 수 있지!"
충고하겠는데, 남자들이여!
그딴 말 함부로 하지 마라
내가 이렇게 실제로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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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신동욱의 첫 작품으로 SF소설이다.
주인공 41살의 T그룹 CEO인 맥 매커천은 혁신적인 사업가로 화성이주를 꿈꾸는 남자다. 자신과 같이 우주를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그녀와 함께 '우주 엘리베이터' 건설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그에 필요한 소행성을 포획하기 위해 우주로 떠났다.
우주에 대한 기대와 희망, 꿈을 가지고 탑승했던 우주선,
그리고 우주에서 본 경이롭게 아름다운 푸른 별 지구.
하지만, 그 감상에 젖은 것도 잠시,
지구를 떠난 626일째 되는 날.
조울증에 걸린 대원이 기어이 사고를 치고 말았다.
그 일로 맥 매커천은 홀로 우주에 남겨지고 마는데.........
2 리뷰
언젠가 '신동욱'이라는 이름을 실검에서 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처음 보았던 병명과 함께였던 것 같다. 드라마나 영화를 다 챙겨보는 편은 아닌터라, 처음에는 생소한 이름에 왜 실검에 떴을까하다가 그 이유와 함께 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힘든 병을 겪었고, 그 고통을 책으로 승화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책에 관심이 생겼던 이유는 그게 가장 컸던 것 같다. 배우 신동욱이 썼다는 것 보다는, 작가 신동욱이 어떻게 그 힘든 시기를 견디며 책을 펴냈는지가 궁금했고, 그때서야 생에 꼭 해보고 싶던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하면서 쓴 책이란 어떤 책일지 너무 궁금했다.
특히나, 이 책이 카페에 떴을즈음. 계속되는 취업(실패라는 말을 쉽게 쓰지 말랬지만)실패에 좌절감이 극에 달하던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기사에 작가의 집필 상황에 그냥 울컥했고. 글이 너무 읽고 싶어졌다. 그냥 책이 출판된 것 자체만으로 희망적인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비록 그 작가(배우)님과 내가 처한 상황은 극명하게 다르지만, 그냥 이상하게 공감하고 싶어졌다. 육체건 정신적이건 어떻게든 하루하루 연장되는 생활 속에서, 어떻게든 죽지는 않겠지라는 실낱같은 희망만 가지고, 번번히 계속되는 실패나 고통을 감수하는 건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일이니까.
그치만 이 작가님과 내가 그 감정을 표출해내는 방법에서는 달랐던 것 같다. 나는 힘들다는 것을 온몸으로, 말로 소리내거나 글로 막 쓴다면, 이 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게 풀어간다. 실례되는 말이지만 투병 생활을 한 사람이 쓴 게 정말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비록 중간부터 맥 매커천이 고립되는 상황은 너무 암담하다. 그를 넋놓고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동지들의 무기력함과 죄책감, 그리고 지구에 혼자서 오매불망 그를 기다려야했던 아내 안나. 안나의 상실감은 진짜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맥 매커천이 시종일관 낙천적이고 희망적인 자세로 나오기 때문에, 두 사람이 대비되면서, 어쩌면 그게 더 슬펐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글 자체는 매우 흥미롭다. '정말 이게 처녀작 맞아?' 싶을 정도로 내용도 풍부하고, 또 어려운 과학적인 지식도 전문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잘 녹아져 있어서 깜짝 놀랐다. 물론 다 이해는 하지 못했지만, 진짜 SF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작가 본인이 우주에 관심이 많아서 100여 권 넘게 관련 책을 독파하고, 실제로 전문가(전 항우연 연구소장)의 자문을 받아가며 집필했다고 하니, 그럴만도 하다 싶었다. 하지만 전문적인 용어랑 이론들이 나와도, 또 작가가 주인공들 대화 속에 위트 섞어 재밌게 풀어내 주기 때문에 '아아.. 오호..'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그러니 정말 그쪽 장르 영화는 한 편도 안보았지만, TV보다 지나가며 보았던 우주 영화 광고나 영상들이 머릿속에 주르륵 펼쳐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책이 일지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하루하루 일상과 그 사이사이로 과거에 아내와 만나게 된 경위, 그리고 우주 엘리베이터 구상과 소행성 포착 계획을 하기까지 일련의 이야기가 함께 번갈아 가면서 나오니, 지루할 틈 없이 바로바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들었었다.
무엇보다, 이 작가 위트가 너무 잘 맞아서!! 시종일관 풉, 하고 자꾸 바람 새는 소리 내는 바람에, (회사에서 자투리 시간에 종종 읽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숨죽여 읽느라고 혼났던 기억이 난다.
작가가 (남자)배우라서 그런가 '수지'랑 '전지현'이 나오고 '별그대'도 나오는데, 그런 깨알 재미들이 코드가 맞아서 재미있게 읽었다.
또, 주인공들이 주로 외국인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약간 외국소설 읽는 기분도 들었다. 번역서를 본 기분이랄까. 근데 이게 나빴다는게 아니라, 진짜 외국 영화 보는 기분이 들었고, 헐리웃 배우가 책에서 튀어 나올 것 같아서 흥미롭게 읽었다.
이쯤되니, 투병 중에 쓴, 의지가 담긴.... 이런 초반의 다소 감상적이고 무거웠던 생각은 어느새 날아가고, 유쾌한 맥 매커천만 머릿속에 남아서 이 남자의 다음 행보가 너무너무 궁금해졌었다.
처음에 맥 매커천이라는 캐릭터를 보고는 '엇, 이 자존(부)심이 우주급인 또X이는 뭐지?. 현실에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상대다.'하고 약간의 어이상실과 함께 큭큭거리면서 읽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볼매 캐릭터였다. 여자주인공인 김안나 역시 화끈한 성격에 시원시원한 입담이 완전 내 취향! (언니 걸크러쉬 멋져요!하며 응원했다는....)
그러다보니 또 한편으로는, '그래 이런 희망적인 이야기를 쓰려했던 거구나,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다는 의지를 이렇게 유쾌하게, 낙천적으로, 희망적으로 썼나보다.'라고 자연스레 생각했다.
그리고 그 즈음 일이 터졌다!!! 진짜 빌어먹을 빌리같으니!!
그렇지 않아도 조울증으로 사고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는데,
하필 우주에서라니..!! 이 망망대우주에서!!
그 사고가 나고나서 처음 든 생각은 '헐'이었고, 안나의 이야기가 나올 때는 진짜 가슴이 '찡'했다. 하지만 우리의 유쾌한 우주 대스타 주인공은 그 '우라질' 상황에서, 상욕은 할 지언정, 쉽게 포기하지는 않는다.
그래, 이렇게 된거 꿈에 그리던 '화성'이라도 보자는 생각으로, 또 생존을 위해 부단히 움직이는 맥 매커천의 모습에서는 이제 존경심까지 들기도 했다.
그랬기에 마지막 결말이 참 가슴 아프기도 했는데, 어떻게 보면 이게 최선의 결말이었던 것 같기도하고. 또 나름 현실적 아닌 현실적인 느낌도 나고, 이렇게도 희망적으로 표현할 수 있구나 그런 생각도 들어서 감동 받은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생각을 갖게 해주고, 감동을 준 <씁니다, 우주일지>
내가 처했던 상황도 상황이었던지라, 더 감동적이었다. 또, 생업으로 찾고 있는 직장은 다른 곳이지만, 언젠가 글을 꼭 쓰고 싶다는 꿈이 있기 때문에 작가님의 작품이 더욱 값지게 다가왔다.
내 경우는 4차 혁명이랑 가상현실 이쪽인데, <한계비용 제로사회>에서 벌써 막혔는데.... 100여 권의 책이라... 작가님의 열정에 정말 경의를 표하고 싶다.
SF소설을 좋아하고, 우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