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러멜 라이즈드
은지필 지음 / 신영미디어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1  작품 소개

내 멋대로 키워드
현대 로맨스 / 범죄수사추리물 / 복수물 / 애잔 / 잔잔물 / 사연있는 주인공들

주인공 소개
윤서린(27)
경찰대 출신, 4년차 경위. 유성그룹과 얽힌 남편과 오빠 서훈의 의문의 죽음을 밝혀내기 위해 경찰이 되었다. 지난 8년 간, 죽음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고, 유성 그룹을 무너뜨리기 위해 살아왔다. 당차고 거칠 것 없이 살아온 8년, 밝은 모습을 앞에 내세우고 복수라는 일념으로 버텨왔다. 그런데, 진실에 다가설수록 그것이 상처가 되서 날아온다.

""왜 그랬어..... 왜 그랬어, 오빠."


현도준(34)
PS 그룹의 일원이자 세계적인 비밀 정보조직 니르바나의 책임자. 유성그룹을 무너뜨리기 위해 한국에 왔다. 가진 것도 없이 특정 정보를 달라며 무모하게 다가온 서린을 보며, 일순 적대감이 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적대감이 아닌 다른 감정임을 깨닫게 되지만, 맘대로 품을 수 없는 그녀와의 관계를 상기하며 가슴 아픈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나는, 너 없이는 안되겠다."
 


 2  줄거리


역시나 도준은 서린이 맘에 들지 않았다.
흔한 매니큐어 하나 바르지 않고 바짝 잘라 낸 손톱도,
낡아 빠진 운동화 속에 있는 굳은살 가득한 발도,
숨 쉬기조차 벅찬 얼굴로 씩씩하게 짓는 웃음도.
저렇게 그를 믿고 무방비하게 등을 내보이며 걷는 것까지 모두.

"그래서,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미워해야 하니까.

"나는 별로 현도준과 뭘 어떻게 하고 싶지 않아."

그녀가 치열할 수록 그도 그만큼 치열하게 그녀를 미워해야 하니까.

"유감이네, 난 윤서린만 보면 어떻게든 해 버리고 싶은데."
                                                      - 책 소개글 中

**


올해로 4년 차 경위 윤서린은 겁도없이 PS금융의 현도준이 있는 곳으로 쳐들어갔다. 합법적인 허상인 PS 금융의 그림자 같은 실체인 '니르바나'. 그 세계적인 정보 조직 집단의 책임자인 현도준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자그마치 16년 전, 조그마한 아이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었고, 8년 전엔, 아버지의 죽음을 밝히려던 오빠마저 떠나보내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격으로 어머니까지 곁을 떠나보니고. 끊어져버린 이성을 간신히 붙들어 준 것은 가족에 대한 복수심. 그거 하나였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그녀가 그룹의 책임자를 무턱대고 찾아갈 수 있었던 이유. 어쩌면, 더는 잃을 것이 없는 상황, 미래에 대해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상황 때문이었을지도 몰랐다.

허나, 자신을 패로 사용하라는 서린의 말에도 도준은 시큰둥할 뿐, 일말의 감흥도 내비치지 않았다. 서린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오기 전까지.


".... 보고 싶어졌어. 진짜 배신이 어떤 건지 알고 난 후에 윤서린이 지을 표정을."


도준은 '적대감'을 시작으로, 서린을 체스 말로 사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과연 그녀가 모든 진실을 알고도 지금처럼 대찬 표정을 지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정말 배신을 모르고 설치는 그녀가 고까웠을 수도 있고, 혹은 자신의 속내를 모르는 것에 대한 서운함을 인지하지 못했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상황이 진척되며, 감정은 역전되고, 예상치 못한 전개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복수를 위한 장장 16년에 걸쳐 이뤄진 준비. 
그 문 앞에 왔건만, 누군가는 진실에 무너지고, 아파하며 돌이킬 수 없는 결말에 가슴을 쥐어 뜯어야 했다.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
    
진실처럼 믿었던 것이 혹여 진실을 속일지라도,
때문에 감정을 숨기고 도망쳐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려는 두 남녀의 가슴 시린 이야기.



 3  리뷰
     
* 잠깐 노래 듣고 가실게요(?)
널 사랑하지 않아 - 어반자카파
오늘은 가지마 - 임세준&벤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 한동근


제 저녁에 시작했다가, 새벽에 잠 못들고 한 번에 정독했던 작품이었다. 센치해진 새벽 감수성에 더해져서 가슴 찌릿찌릿하게 애잔하고, 가슴 묵직하게 만들어 준 작품이었다.

특히나 지금, 빗소리에 음악을 들으면서 스토리를 정리하려니, 막막 감정이 북받쳐서.. 리뷰가 산으로 가면 아니된다는 생각에 정신 줄 단디 먹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ㅠㅠ
작가님이.. 스포가 될만한 이야기는 최대한으로 다 빼라고 해주셨는데.. 더더더더 조심해야지!


(아래 아주 조금!의 스포  혹은 잡설도 싫은 분들을 위한 간단 리뷰)
- 가족의 복수를 위해 16년을 준비한 남자와 여자의 격정같은 걱정로맨스
- 복수만을 위해 살아온 사람들이 그러하듯, 꿈도 희망도 사랑도 없이 살아온 인물들이 보여주는 애잔 텁텁함
- 꼬여버린 상황 속에 감정을 죽이며 술래잡기하는 두 연인의 가슴 아픈 이야기
-  그 와중에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만나 보여주는 힐링 로맨스
- <베테랑>같은 수사물을 기대하긴 힘들었지만, 16년 전 사건의 전말을 추리할 수 있도록 깔아놓은 복선이 계속해서 궁금즘을 자아내고, 사건의 경과와 한데 엮인 인물들의 감정선이 흥미로웠음.



십수년 복수만을 위해 살아온 외로운 남자와 미래가 없는 여자의 이야기
처음 약간의 당혹스러움이 무색할 정도로, 전반적으로 주인공들이 애잔해서, 가슴 저미는 느낌 제대로 느끼며 읽었다.

 소개글에 나온, 외관 모습에서 풍겨오던 느낌이, 세상 팍팍하게 살아왔지만 그 속내 다 숨기고 씩씩한 모습으로 일관하는 여느 여주인공들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한 번씩, 꾹꾹 버티던 속내가 터졌을 때의 그 짠내와 안쓰러움에 같이 가슴 떨리고 막 토닥여 주고 싶고.... 뭉클해져서, 이런 쌀쌀한 가을날이면 가끔 읽고 싶을 때가 있었던지라. 그 점에 있어서는 정말 좋았다.

초반에 아무리 가진게 없어, 서린이 자기 몸 막 쓰라는 게 살짝은 눈살 찌푸려졌지만(아직도 조금 그렇지만), 이게 쭉 읽다보니, 절박함으로도 느껴졌다.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상황으로 몰린 사람이나, 미래도 그리기 어려운, 당장 앞 날을 꿈꾸기도 어려운 처지라는 점을 되새기는 서린의 모습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남주 도준도 짠하다. 복수 때문에 그 잘난 외모로 연애 한번 안한 천연기념물, 정말 기념물인 이 남자. 여자 두는 거랑 연애는 다른 거라며 시크하게 정리해주는 말에 턱이 쑥 내려가지만서도. 이런 답하기 전까지, 불필요한 감정하나 내비치지 않으려 무던히 애쓰던 사람인지라 그게 또, 막막 가슴 저미게 만든다.

머릿 속에서는 '이 여자를 멀리해야 한다.'고 사이렌이 막막 울리는데,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이는 바람에 가슴도 좀 태우는 이 남자. 와, 진짜, 말 한마디 더 해주면 입이 닳나 싶을 정도로 진짜 필요한 말 혹은 제대로 저격하는 날선 말만 하는데. 처음 느낀 적대감이라고 느꼈던 감정이 약간의 서운함이었다는 걸 자각하고. (읍읍읍!! 더 이상은 스포일 것 같아ㅠㅠ!!)
점차 몽글몽글 피어나는 감정을 자각하기 시작하는 현도준(34세/모쏠/복수전문가) 

자기와는 성격 완전 다른, (도준 기준 천방지축?) 서린 때문에 맷돌 손잡이란 손잡이는 다 찾아대는 데, 점점 이 여자를 미워할 수가 없다. 되려 어떻게든 해버리고 싶은 지경까지...!!

여튼 여차저차 해결되면서 체스 말이니 하다가 쫄이 퀸이 되고, (응?) 그러는 것 아니겠느냐 만은, 엮인 사건이 사건인 만큼, 복수를 위한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인 만큼 서로 맘을 받아들이기까지 평탄하지 않은 것이 안타까웠다.   


사건과 인물들의 감정선을 잘 띄워주었던, 소금 같던 추리요소들
하하.. 요즘 책을 많이 안 읽었는 지, 다른 분들은 반전히 뻔히 보였다는데, 나는 중간중간 몇 놈(?)들은 언뜻 눈치 챘는데, 마지막 이야기까지는 도통 추리가 어려웠다. 결국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새벽을 달리게 되었는데...!

솔직히 <베테랑>처럼 그런 수사물을 기대했다면 약간 실망했을 것도 같다. 그치만... 나는 요사이 몇번 데인 후로, 혹시나하는 마음에 모든 기대를 내려놓고 책을 시작하는 습관이 들어서..  또, 이것은 어디까지나 로맨스!.. 요렇게 생각하니, 이게 또 은근 감초 역할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읽었다.

어찌됬건, 나는 작가님이 뿌려놓으신 떡밥을 하나하나 잘 집어 먹으며, 뇌 부하 걸린채로 뒷통수도 맞아가면서(작가님이 뿌듯해하셨을 듯) 읽었기에 나름 즐거웠다. 범죄-수사로맨스가 거의 처음이라 그럴지도....;

음,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내 경우는 복수의 대상을 무너뜨리는 과정에서의 추리보다, 그 사건의 전말이 인물들의 감정선과 행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너무너무 궁금해서 책에서 손을 떼기 힘들었던 것 같다.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거짓으로 돌아올 때의 허망함, 그리고 자신의 잘못된, 섣푸른 판단에 상처 입었을 누군가를 떠올리는 것. 동시에 그런 사실들을 받아들여야 할 이를 바라봐야 하는 이의 아픔.

처음에는 미처 생각치못했던 부분이었는데, 그런 부분들이 절절하게 그러져서, 진짜 몇 몇 대사들에 가슴 한켠 찌릿함을 느끼면서 읽었던 것 같다...
특히 병원에서... 밥도 먹고 오라는 대사랑 뻔뻔하게 있어주라는 도준의 말...  허..ㅠㅠ


캐러멜라이즈드_숨막히는 시간을 견디고 오는 단맛
사실 스토리만큼이나 궁금했던 것이, 제목의 의미였다. 다양한 의도로 제목을 많이 내시는데, 이 작품은 어쨌거나.. 일단 작가님이 '격정'이라고 하셨던 만큼, 표지와 시놉이 선사하는 첫인상은 다소 다크하고 묵직한 느낌이었던지라, 처음 '캐러멜라이즈드'가 어떤 요리인지 몰랐던 나로써는, '캐러멜'? 왜 이렇게 제목이 달달하지?...

알고보니 달달한 이야기인가. 사건이 풀리면 급달달인걸까? 아니면 진중한 분위기에 막막 열심히 사랑하는 모습이 그려져서 격정인걸까..... 등등 엄청 많은 생각을 했는데.

책에 소개된 조리법을 보니 '오..'하고 짧은 탄식이 나왔다.
양파를 프라이팬에 계속 볶다보면 매캐한 양파가 점차 달달해진다는... 소개가 있었다. 극 중 서린이 그걸 보면서 삶도 저렇게 숨막히는 시간을 견디고 나면 단맛이 나는 것이라면 좋을텐데...하는 그런 부분이 있었다.

양파처럼 눈시리게 매운 삶, 그건 두 주인공이 겪었던 복수를 위해 보냈던 지난 수년을 의미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그걸 가열시킨 것은 두 사람이 맞부딪히며 일으킨 감정들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는....
문구를 가져온 작가님 말이,
고단한 삶 속에서도 사랑할 수 있는 만큼...
어느 정도 열심히 사랑하다보면.
그 팍팍한 삶 사느라 타인에게 내어줄 마음 한 켠 없을 지라도,
불꽃 한점 남겨두면 그 씁쓸함이 조금은 달게 녹지 않을까.
혹, 그런 의미는 아닐까 하고.... 혼자 또 엄청난 망상아닌 망상을 해보았다.


기타/마무리
 읽는 동안 몇 편으로 구성된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의문의 교통사고. 도로 위로 번져가는 선연한 피. 그리고 시작되는 복수의 굴레.
아픈 이야기를 안고 성장해야하는 처연한 소년 소녀들의 얼굴과 그들이 성장한 이후 전개되는 애잔한 드라마.

성인이 되었으나, 세상 살이에 넉살과 당당함만 붙어서 대차게 살아가는 경찰아가씨와 자꾸 부딪히는 차가운 남자. 앙숙같던 사람들의 미묘하게 변하는 시선. 잡고 싶은 걸 억지로 참느라 힘 줄터지게 꽉 쥐어드는 주먹이라던가.... 혼자 웅크리고 엉엉 우는 여주인공이라던가.. 

앞서 음악 몇 개가 떠올랐는데, '널 사랑하지 않아' 원래 뮤비는 진짜 이별을 고하는 연인이야기 이긴 한데.. 음악만 들었을 때는, 막막 이 작품에 몰입해서 들으니까, 사랑하는게 뻔한데, 숨기려고 애써 거짓말하는 인물들이 떠올라서 한참 들으면서 읽은 것 같다. 마찬가지로 오늘은 가지마랑...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도...

그 농담하나 받아주지 않던 도준이, 음유시인이 되서 행복의 크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서린을 설득하는데.... 으아아아... 진짜 짠내 폭발.

여튼, 딱 지금, 싸늘한 날씨에 어울리는 가슴 저릿하게 애잔한 두 남녀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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