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 스트링_미치 앨봄출판사_아르테(arte)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어느 밴드에든 들어가죠.
삶이 계속되는 동안.... 여러분은 다른 밴드에 합류할 거에요. 어떤 밴드는 우정을 통해, 어떤 밴드는 로맨스를 통해, 어떤 밴드는 이웃, 학교, 군대를 통해.아마 여러분은 같은 옷을 입거나 여러분만이 쓰는 단어에 웃음을 터뜨리겠죠.
하지만 여러분은 밴드에서 여러분만의 파트를 연주하면서 밴드에 영향을 주고 그만큼 영향을 받을 거에요.
음악이 들려주는 ....20세기를 관통한 천재 기타리스트 프랭키 프레스트의 일화그 혹은 그녀가 들려주는 인간의 인생은.하나의 잘 짜여진 한편의 오케스트라를.혹은 한편의 뮤지컬을 연상시켰다.
미국의 전설의 기타리스트인 프랭키 프레스트가 죽었다.그리고 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많은 조문객들이 찾아왔다. 그 가운데에는 그의 재능을 애도하며 그의 아름다운 영혼과 재능을 가지러 온 또다른 존재가 있었다.'음악' .....음악이 의인화되어 '그 혹은 그녀'가 드려주는 프랭키의 이야기는 슬픔과 안도, 기쁨, 다시 절망 그리고 평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탄 것 마냥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경험을 갖게 해주었다.한편의 영화나 드라마와 같이 우여곡절이 많았던 천재 기타리스트 프랭키. 그는 인생 서막인 출생의 순간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20세기 스페인 내전 한가운데 낭랑한 종소리와 시끄러운 파괴의 불협화음이 만들어내는 이질적인 전주곡. 그 속에서 프랭키는 탄생했다.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떠나보낸 채로.이후 우연히 그를 거둬간 수녀에 의해서 키워졌지만, 프랭키를 데려갔던 수녀는 너무 어렸다. 미혼의 젊은 여자가 단순 도덕적 의무로 혼자 아이기를 키우며 먹고 살기에는 너무 힘들었을 것이다. 결국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게 된 그녀는 프랭키를 강물에 던지고 말았다.하지만 그의 아름다운 재능이 아까웠던 신의 은총이 있었는지, 아니면 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죽어야 할 아기에 대한 가여움이었는지. 가까스로 강둑에서 '파바'에 의해 발견된 그는 그의 양아들이 되어 자라나게 되었다. 어느덧 7살. 프랭키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고 다섯살부터 그를 가르쳐줄 스승을 찾던 파바는 7살이 되던 해 인상적은 음악을 들려주었던 선술집의 눈먼 기타리스트를 찾아가게 된다. 엘 마에스트로. 그는 프랭키의 음악 인생에 스승이자 정신적 지주가 되는 소중한 사람이었다. 프랭키의 음악을 듣고 그를 제자로 받아들여 음악적 재능을 일깨워주고, 파바가 불의의 사건으로 감옥에 수감되는 상황에서 아버지처럼 키워주던 그였다. 그와 음악을 배우며 소중한 것들을 깨닫고, 또 그의 연인 오로라를 만나게 되며 그의 음악 세계는 점차 성장하기 시작했다.그러나.오선지 위로 아름답고 풍성한 선율이 그려지는 중에 점점 다가오는 단조의 선율. 그 선율은 프랭키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기 시작하는데.....................물론 엘 마에스트로가 볼 수 있었다면 우리의 이야기는 달라졌겠죠.달빛 속에서 소년을 넘겨주기 오래전에 프랭키의 짙은 포도 색깔 머리카락과 푸른 눈, 입매를 알아보았을 테니까요..............재능은 뼛속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니에요. 입술에도, 폐에도, 손에도 들어 있지 않아요. 난 음악이라고요. 음악은 인간의 영혼과 연결되어 있고 말이 필요 없는 언어지요.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어느 밴드에든 들어가죠.그리고 여러분의 연주는 항상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해요.
가끔은 온 세상에 영향을 미치기도 해요.
매직 스트링.6개의 기타줄이 만들어낸 마법과도 같은 기적들, 프랭키가 자신의 밴드에 속한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력은 가히 엄청난 것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누군가에게는 영원한 안식을, 누군가에게는 용서를...... 주는 그런 것들이었기 때문이었다............오랜만에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었다.마치 주인공의 성장물을 그린, 한 편의 뮤지컬이나 뮤지컬 영화를 보고난 기분이 들기도 했고, 오케스트라를 듣고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책을 집어든 내내 프랭키의 인생을 따라가며 그와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함께 방황하기도 했다. 책을 읽고 난 직후인 지금, 그 여운에 잠식되서 가슴 한 켠이 먹먹하고, 한편으로는 긴 여정을 마무리하는 프랭키의 모습에 안도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너무 많지만 더 이상 스토리를 건드리면 큰 스포가 될 것 같으니. 그건 일단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겠다.일단 작품을 따라가면서 '음악이 들려주는'이야기 구성이라는 점이 참신하게 느껴지고 흥미로웠다. 마치 디즈니나 픽사(같은 곳인가..?)영화 한편을 보는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본 만화 영화가 인사이드 아웃이었는데. 마치 그런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음악이 의인화 되어 우리 주변을 맴돌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런 기분에 휩싸였다. 인생의 굴곡을 음악적으로 묘사한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와서, 내가 아는 최대한의 음악들을 떠올리며 작품에 더 몰입하며 읽은 기억이 난다.물론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과 내용을 꼽으라면 위에 인용한 문구일 것이다.
"누군가 살아가는 동안 어느 밴드에든 들어가죠.
그리고 여러분의 연주는 항상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해요"라는 말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프랭키가 속하는 여러 밴드와 그 속에서 형성되는 다양한 화음을 들으며, 나는 내 인생은 어떤 음악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아직까지 미완의 오선지 위. 지금까지 만난 다양한 밴드와의 화음. 때론 밝은 장조로, 또 빠르고 세게 열심이 치고 나가던 부분이 있었겠지. 그럼 지금은 장조일까, 아니면 단조일까. 또 지금 내가 속한 밴드는 어떤 화음을 만들어내고 있지?그리고 나는 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던 사람이었나하고 가만히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백세 시대를 놓고... 나이 기준으로 이제 본론 제 1장 정도 들어왔을까. 아니면 아직도 서막일까. 그건 잘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인생을 살아가면서 계속해서 밴드에 들어가고, 책 내용처럼 그 밴드는 우연한 기회에, 너무나도 잘 맞는 사람들과 운영되다가 불의로 해체되기도하고, 또 운명처럼 다시 재회하기도 한다는 점들이었다.그런 인생의 교훈들을 담고 있어서일까. 드라마틱한 프랭키의 일화에서 삶의 한 장면을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순간, 감동이 물 밀듯이 몰려오는 느낌이었다.또, 요즘 재밋게 보던 <슈가맨>이 떠올랐다. 한창 잘나가다가 갑자기 사라졌던 가수들. 음악적 재능과 열정이 있었으나 다양한 삶의 이유로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의 가수들을 볼 때면 괜히 안타까웠는데. 인생의 클라이막스에서 휘몰아치는 성공의 여운에 소중한 것들을 잠시 놓치고 방황했던 프랭키의 모습에서, 최근에 너무 빨리 이룬 성공 때문에 방황기를 보내고 자취를 감추었던 가수가 떠올라 가슴이 더 먹먹해졌었다. 이렇게 이 작품은 모든 인생의 굴곡있는, 음악적 재능이 있는 혹은 자신의 음악을 자아내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응집체 같은 작품이어서 보는 내내 쉽게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처음 뮤지컬을 보았을 때, 한 장면 한 장면 사이 너무 몰입해서 굳어버린 채 빠졌던 것처럼. 그리고 약간의 여담이랄까. 음악의 힘, 그 영향력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작년 여름, <폴란드 천년의 예술>에서 쇼팽의 음악을 들은 적이있다. 그리고 처음 알았다. '국가 없이는 예술도 없다.'는 말의 의미를. 국가 사랑이 잔뜩 묻어난 민족음악에서 모티브를 얻어 창안한 그의 음악들은 폴란드 사람들이 전쟁과 억압 가운데에서도 민족 의식을 강조할 수 있도록 지탱해준 힘이었다고 한다.극 중에서도 스페인 내전 가운데 꿋꿋이 금지된 음악을 부르면서 자신의 음악성을 표출하는 엘 마에스트로를 보면서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아마 그 전시회에서 느꼈던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음악이 주는 영향력은 지대한 것 같다. 이처럼 음악은 항상 우리네들 삶을 휘감고 있으며. 우리들 모두 살아가며 어느 밴드에 속해 있다. 지금 이 순간도. 그리고 우리 자신도 은연 중에 자신만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음악은 누군가에게 영향을 준다. 타인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화음을 만들어 내는 오케스트라 같은 인생.나는 나의 밴드에 속한 사람들과 어떤 화음을 만들어 내는 사람인가.<본 서평은 '아르테(출판사)'가 진행한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