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미션 - 죽어야 하는 남자들
야쿠마루 가쿠 지음, 민경욱 옮김 / 크로스로드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데스미션_죽어야 하는 남자들> _ 야쿠마루 가쿠

출판사_크로스로드

<데스미션_죽어야 하는 남자들>에는 서로 상반되는 사명의 두 사람이 등장한다. 누군가를 죽임으로써 자신의 사명을 다하려는 한 남자와 그 사람을 잡는 것으로 자신의 사명을 다하려는 남자.

자신의 사명을 완수해야 한다. 머릿속에서는 그 생각만 들끓고 있었다. 자신을 절망의 바닥으로 내동댕이치고, 스미노와의 미래를 빼앗고, 자신을 이런 괴물로 만들어 버린 원흉을 인생의 마지막이 오기 전에 제거해야 한다.-p.366

자상한 이미지에 부까지. 누구 못지않게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것 같던 사카키.

하지만 그는 아무도 모르게 강한 살인 욕구를 참고 살아가는 잔혹한 성정의 남자였다. 대학 시절 동아리 사람들과의 화기애애한 모임도, 첫사랑과의 아련한 재회도 잠시.

사카키의 머릿속에는 살인을 부추기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그를 자극하기 시작한다. 그 소리에 사카키는 성욕을 풀며 이를 억누르려하지만, 그때마다 더욱더 충동은 심해진다.

이 와중에 위암말기 판정을 받으며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지만, 치료를 만류하고 자신의 욕구를 마음껏 분출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시작된 첫 번째 살인.

그는 격렬한 쾌감에 사로잡히며 욕망에 충실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고통으로 위 언저리를 움켜쥐었다. 손톱을 세워 세게 힘을 줬다. 시야가 눈물로 흐려졌다. 이 녀석을…… 이 녀석을 몸 밖으로 긁어내고 싶다. 적어도 범인을 잡을 때까지.-p.182

한편, 살인사건을 쫓는 형사 아오이 역시 사카키와 같은 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게되지만, 사카키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선택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몸부림치며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5계의 사냥개?“

“사건의 실마리를 잡는 후각과 범인 체포에 대한 집념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지.”-p.190

그렇게 형사로서의 감과, 범인에 대한 집녑, 사명감으로 무장한 아오이의 맹추격으로 수사망은 점점 좁혀오지만, 이와 동시에 사카키의 살인에 대한 집념 또한 강해지기 시작한다. 여기에 옛 연인 스미노와으 재회로 과거 속에 묻어 두었던 무언가가 사카키를 자극하면서 더욱더 폭주하게 하는데.

**

<데스미션>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두 남자가 살인과 체포라는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이며 그려지는 추격과 심리묘사가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가독성이 좋아서 간만에 책을 편 자리에서 바로 술술 읽어버렸던 작품이기도 했다.

이미 소설 서두부터 범인도, 시한부라는 설정도 모두 공개된 상태. 제한된 시간 안에 과연 어떤 결말이 날 것인지, 범인은 잡힐 것인지, 내일이 없는 사람이 그리는 범죄는 얼마나 잔인할 것인지. 생명을 태워가며 범인을 잡으려는 남자의 사명감은 어떤 것인지.

그런 것들이 어떻게 묘사될지 상상하며 읽는 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솔직히 사카키라는 캐릭터가 너무 욕망에 충실하게 살인을 저지르다보니, 트릭이나 알리바이가 치밀하다거나 그런 느낌은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아오이의 수사도 은근슬쩍 주로 형사의 ‘감’에 의존하고, 그게 맞아 떨어지게 전개되는 감이 있어서 약간은 당황스러웠던 기억도 난다.

다만, 그것보다 이 두 남자가 왜 이렇게까지 목숨 걸고, 죽이고 잡으려는지 조금씩 흘려지는 밑밥. 그리고 두 인물이 겪는 인간으로서의 갈등이 흥미진진하다. 사카키는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마음과 폭력적인 성향 사이에서, 그리고 아오이는 사명과 자녀들과의 이별 사이에서. 그 간극에서 오는 내적 긴장이 있다.

처음에는 이유 없는 사카키의 마음의 소리가 의아했지만, 세상에 이유 있는 살인은 또 어디있으랴. 그냥 싸이코패스인가. 싶다가 조금씩 풀리는 어린 시절 이야기가 또 딱하기도 하고.

물론 그렇다고 그의 행동이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걸 읽으면서 괜히 살인자의 환경적 요인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도하고, 그랬던 것 같다.

아오이는 사명감 넘치는 형사로 그려졌지만 한편으로는 감 믿고 행동하는 약간 막무가내에 냉정하고 매정한 아버지라는 캐릭터라는 게 묘하게 현실적이면서도 극적이었던 것 같다. 저렇게 까지 투철한 형사가 있을까. 드라마 속에 나오는 수사반장 느낌이 나서 우와, 싶다가도 현실의 아버지 같기도 하고.

그래서인가, 아이들과 마지막을 그려야겠노라며 놀이공원에 가는 장면은 울컥해서 슬쩍 눈물을 감췄던 기억도 난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며칠이 지나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과연 이 살인자는 죗값을 제대로 치른 것일까. 어쩌면 피해의식을 사명감으로 둔갑해서 본인의 이기심만 챙긴 것은 아닌지. 최근 온갖 살인사건이며 폭행사건이 보도되는 가운데 조현병이었다, 억울한 삶을 살아왔다 하며 유야무야 무마하려는 사람들이 스쳐가는 순간이었다.

또, 사카키 같은 사람이 현실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는 작품이었다.

<위 서평은 출판사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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