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호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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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트 에코의 유작인 <제0호>는 주인공 콜론나가 신문 <도마니>의 창간 과정을 담은 소설 집필 의뢰를 받으면서 일어나는 일화를 담은 소설이었다.

 

싸구려 글쟁이 노릇을 하던 콜론나 앞으로 시메이라는 이름의 주필이 나타난다. 그가 요구하는 것은 창간하기로 해놓고 끝내 창간되지 않을 신문을 내기 위해 1년 간 준비하면서 겪은 일을 이야기 하는 책의 집필이었다.

 

지방 일간지들을 상대로 기사를 쓰거나 번역일을 하던 콜론나에게 시메이의 제안은 당혹스러웠으나, 시메이의 금전적인 제안과 함께 그 '소설'을 집필하는 것의 의의를 들으면서 콜론나는 이 의뢰를 수락하게 된다. 이후 시메이가 소개한 6명의 기자들과 함께 창간되지 않을 <도마니>를 창간하기 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의 뒤표지에 있는 소개글만 보고서는 신문 편집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추리해나가는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창간되지 않을 비밀스런 신문 집필, 그 배후에 일어나는 음모와 그로 인해 일어난 살인 사건. 이런 일련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살인사건은 후반부의 이야기고, 기자들이 기사를 쓰면서 나누는 이야기가 주된 화두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또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이었다.

 

* 어떤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는 모범적인 저널리즘을 실현하기 위해 내가 1년 동안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보여주면서, 결국 자유로운 목소리를 얻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모험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을 암시해야 합니다. -p.39

 

한편, 콜론나는 창간 과정을 소설화 하는 일을 맡게 되는데, 이 부분만 보면서도 기사 한 편이 나오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압박과 억압이 있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고는 했었다. 그리고 읽는 과정 내내 기사 한편의 영향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순간들도 더러 있었다.

 

* 우리는 거짓말 속에서 살고 있어.

그리고 만약 누가 너에게 거짓말하고 있음을 네가 안다면, 너는 의심 속에서 살아야 해. 나는 의심해. 언제나 의심하면서 살아. -P.62

 

또, 글을 읽으면서 함부로 판단하는 버릇과 의심하지 않는 안일주의, 편파적인 관점을 경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풀어 쓰는 지에 따라 다르게 되는 기사 내용들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 맞아요. 신문들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가르칩니다.-p.145

 

특히 주인공인 기자들의 기사거리에 대해 토론하는 내용들을 읽고 있노라면, 정말 아무것도 믿지 못할 것만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신문 창간의 핵심 세력의 입맛에 맞추어 편집하고, 또 읽을 독자들의 수준과 입맛을 고려해 집필해야 하고. 이런 고민들에 대한 대화가 허구가 아닐 것만 같아서 더욱 소름이 돋았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너무나도 유명한 <장미의 이름>을 쓴 움베르트 에코의 유작 <제0호>. 때문에 기대를 하고 읽었는데 생각만큼 술술 읽히지는 않았던, 다소 난해한 내용의 작품이었다. 그건 아무래도 내 어휘력 부족이나 상식 부족 탓이 더러 있었을 것 같지만. 역사적인 사건이나 그와 관련한 비유들이나 각종 작품 등등이 비유적인 표현으로 나와서 ...... 개인적으로는 읽다가 흐름이 종종 끊겼던 것 같다.

 

그럼에도 언론사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상황을 그려볼 수 있는 재미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안겨준 작품이었다.

 

 

<이 글은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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