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지는 중입니다
안송이 지음 / 문학테라피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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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지는 중입니다_안송이

출판사_문학테라피




<괜찮아지는 중입니다>는 스웨덴에서 사는 한국인 안송이의 이야기로, 상처 속에서 더욱 견고해지는 삶의 자세를 일상 속에서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이야기였다.
  
싱글맘에 자폐증이라는 병을 가진 아들 선물과 타지에서 살아야 하는 상황.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녀는 너무나도 힘들어했다. 처음에 스웨덴에 살고 있는 한국인의 일상 이야기라고 하기에, 자연스레 평화로운 북유럽을 배경으로 소탈하지만 즐거운 일상 이야기가 담겨 있을 줄 알았는데, 완전히 착각이었다.


 

*

'엄마, 아빠는 안 왔어.'
'엄마, 병원은 무서웠어.' -p.25

책을 편 지 얼마 안되어 애처로운 아이의 몇 마디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석증 때문에 응급차를 부른 저자가 아이를 태우고 병원에 급하게 갔던 이야기였다. 서문에서 이야기를 시간 순서에 상관없이 나열했다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저자의 상황을 몰랐고, 그저 아이가 많이 놀랐나보다, 그 정도로만 생각했다. 다 읽고나니 이 부분이 제일 슬펐다. 

아이를 당장 맡길 사람이 없어서, 그래서 아이가 열다섯이 되기 전까지는 응급실에 가지 않도록 기도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울컥했다.

자신의 꿈을 위해, 공부를 위해 떠나 온 고향. 먼 타지에서 꾸린 가족. 하지만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았던 남편, 갑작스런 이별과 돌연 확인하게 된 아들의 병. 스웨덴에서 그녀가 배운 것은 인생은 절대로 교과서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  나이를 먹고, 이혼을 하면서 삶이 교과서 같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 어릴 때 부모에게 사랑받고, 자라서 학교에 가면 공부를 열심히 하고, 대학에 가고, 성실히 일하면 그에 맞는 대가를 받고, 내가 정직하고 다정하면 나 역시 그런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 세상이 그만큼 단순하다고 생각했다.

 *  노력한 만큼 행복하게 사는 것이 시간이 지나면 나이를 먹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부모의 사랑조차 자연의 진리가 아니었다. -p.94  

한국어로 수다 떠는 것이 너무 그립다는 일화를 보면서는 얼마나 슬펐을까, 닥친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말이 통하는 (의사소통을 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없다는 데에서 오는 고립감은 얼마나 심했을까, 이런 생각들이 연달아드니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절망감이 떠올랐다. 급기야 너무 힘들어 병원에서 상담도 받았던 저자였다. 

*  아이를 키우면서 늘 나 자신의 부족함과 동시에 겸손을, 사랑을, 그리고 아이들의 위대함을 배운다. 세상에는 무수한 위험과 괴로움이 있고 내가 막아줄 수 있는 건 너무나 적다. 아이와 나는 그런 세상에 대처하는 방법, 그 세상에서 빛을 찾아내는 방법을 함께 배워나갈 것이다. -p.120

*  가장 아픈 여름에도 선물이는 자란다. 자라나는 아이를 보면 숨 쉴 수 있다.-p.150

*  선물이의 작은 발전들은 나한테는 큰 희망이다. 큰 위안이다. 행복이다.
   선물아 엄마는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는 구나. -p.296

하지만 저자는 이겨나갔다. 아니, 이겨나가려고 노력했다. 자신을 응원하는 주변 사람들의 힘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자신의 아이 때문이었다.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말을 여기서 떠올렸다. 모성이란 정말 숭고하고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 그런데 살다 보면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해서 상대방에 대한 이해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를 경험하게 된다. 나를 제일 잘 이해해줄 줄 알았던 사람이 나도 경험해서 아는데 이거 별 거 아니야, 라든가 너만 그러는 거 아니다, 라는 식으로 나오면 너무나 아프다.

  아픔 속에서 깨달았다. 공통된 경험이 꼭 이해를 부르는 건 아니라는 걸. -p. 278

이 부분을 읽으면서 반성했다. 혹은 앞으로도 계속 경계해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었다. 내가 힘든 일을 겪었다고 해서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만에 대해서 말이다. 늘 경계하려고하지만, 나도 모르게 나보다 어린 사람을 만나거나, 경험이 없는 사람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비집고 나오는 자만심과 허영심이 있다. '응, 그래, 힘들었지, 나도 그랬어.'같은, 이해한다는 식의 표현들.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책을 읽기 시작했지, 속단하려고 시작한 것이 아닌데 늘 그런 실수를 하고 산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그러했고. 그런 부분들에 대해 반성하는 마음도 들게 해 주는 글이었다.


삶 속에서 큰 상처를 받았지만, 그걸 극복하고 이겨나가는 과정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나간 <괜찮아지는 중입니다>.

시간 순서대로 배치되어 있지 않고, 인터넷에 쓰셨던 글을 모아서 엮어 낸 그 '순간'들의 모음이라......  드문드문 이혼 당시의 생각이나 남편(거북이)에 대한 회고가 나와서 살짝 당황스럽기도하고, 정말 힘들었나보다 싶기도 했지만, 확실히 이겨나가는 모습이 보여 읽는 동안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계속 드는 책이었다.
 
점차 나아지는 모습과, 매순간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며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나가는 작가님의 희망적인 자세가 감동적인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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