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요에게
은일 지음 / 다향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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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요에게>는 고등학교 동창인 은호와 우주가 갑작스런 이별 후 9년 만에 재회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절망 속에서 두 연인이 서로 의지하고 극복해 나가는 모습이 애틋한 이야기였다.


"9년 동안 숨어 산 기분이 어땠어?"

 우주는 자신의 그림이 전시된 갤러리 안에서 9년 만에 은호와 재회하게 된다. 고등학교 동창이자 한 때 마음을 주었고, 여전히 사랑하는 남자. 이은호. 하지만 그와 관련된 과거 모종의 일과 사건 때문에 그녀는 아무말 없이 돌연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그리고 전혀 이 내막을 알리 없었던 은호는 미친듯이 9년 동안 우주를 찾아왔다.

"나만의 삶은 원래 없었어.
이미 죽은 삶이었고, 살고 싶지 않은 인생이었어.
...... 네가 나를 살렸잖아."
 
우주는 자신을 꽁꽁 가두었던 괴롭고 어두운 삶 속에서 은호를 끌어내 주었던 유일한 사람. 때문에 은호는 자신을 밀어내고 계속해서 도망치는 은호가 야속하기만하다. 하지만 절대 놓을 수 없다. 결국 계속해서 우주에게 다가서고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된다.

"나는 너 사랑해.
겨우 이 말 따위에 담을 수 없을 만큼 계속 사랑해 왔어."


*

  오랜만에 연달아 남자의 순정에 푹 빠졌다. <나 그리고 너>에 이어 은일 작가님의 <나의 고요에게>까지! <나 그리고 너>의 환이 조용하게, 하지만 존재감을 과시하며 지나버린 10여 년의 시간을 가만히 기다렸다면, <나의 고요에게>은호는 9년 동안 쌓인 애증과 갈망으로 여주에게 달려드는 모습이 애처롭고 짠하게 그려졌던 작품이었다.  

  이야기는 프롤로그에서 두 사람이 영국에 있는 우주의 갤러리에서 재회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누가 보아도 오랜 세월 속 삭혀낸 듯한 원망과 짙은 애정이 뒤섞인 듯한 은호의 대사. 우주를 찾느라 잃어버린 9년이 매 순간 지옥이었던 은호. 궁금증을 잔뜩 증폭시켜놓고 바로 이어지는 글은 두 사람의 첫 만남이 담긴 고등학생 이야기다.

  첫장 두 사람의 첫 만남이 담긴 고등학교 이야기를 시작으로 학창 시절과 현재 시점이 번갈아가면서 나오다가 두 사람이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 밝혀지는 중후반부터 현재 시점으로 거의 이어진다. 그런데 과거 이야기와 현재 시점의 두 사람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다르다보니 각 시점의 이야기 자아내는 분위기가 더 짙게 느껴졌고, 두 사람이 도대체 무슨 일로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어른들의 이기심 때문에 말을 잃어버렸던 어린 은호, 그런 그를 이끌어주었던 착한 우주. 너무나도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그들이었기에 둘의 사연이 너무나도 안타까웠고, 사랑하면서도 마음을 속이고 밀어내기 바쁜 우주가 짠하고, 그런 그녀 앞에서 포기할 수 없어 매달리는 은호의 모습도 애잔하니. 얘네 언제 이어지나 조급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속독을 하게 되더랬다.

   좋아하는 친구>연인에 순정남 코드라 너무 좋았던 <나의 고요에게>. 남주인 은호는 단연 좋았다. 좋았는데.... 그의 집착과 소유욕으로 범벅된 애증어린 대사들이 묘하게 온탕과 냉탕을 오갔기도 했다.

"그동안 내가 너를 찾으면서 무슨 생각까지 한 줄 알아?"
"......"

"너를 다시 찾으면, 어딘가에 너를 가둬 두자.
그래서 네가 다시는 도망가지 못하고 나만 보게 하자.
......  그보다 무서운 생각도 많이 했어.
그 긴 시간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더라."-p.60

솔직히 9년을 넘게 찾았는데 온순하게 받아주는 건 진짜 판타지라는 생각이라, 애증과 집착으로 계속 득달같이 달려드는 은호가 되레 현실감 있고 좋았다. 다만, 후반부 쯤, 우주를 시험하려 드는 모습이랑, 이 짠내나는 소금 인형이 제 딴에서 우주를 위한다고 했던 행동이 살짝 반감을 사버렸달까. 
 
여주 우주는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 여주인공 느낌이었다. 특히나 고딩 우주는 왠지 일본 순정만화에 나올 법한 착하고 오지랖 넓은 순수 열혈 청년(?) 느낌인데, 과함과 동시에 그 나이의 풋풋+사랑스러움 사이를 오갔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귀여워 보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나의 고요에게>.
어른들의 이기심 속에서 어긋난 어린 인연이 다시 마음을 확인하기까지 애틋했고, 두 사람이 아픈 사연을 털어내며 각자의 상처를 딛고 일어나 성장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던 이야기였다. 



<이 서평은 출판사(다향)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직접 작성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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