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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밤바 - 1915 유가시마
이노우에 야스시 지음, 나지윤 옮김 / 학고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이노우에 야스시의 <시로밤바>는 다이쇼시대가 시작되었을 무렵의 이즈의 시골마을을 무대로 합니다. 초등학생 소년이 주인공입니다. 소년은 창고에 증조부의 첩이었던 할머니와 둘이서 살고 있습니다. 부모와 형제들에게서 홀로 떨어져있어 목가적인 마을에서 사는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시로밤바에는 인상에 남는 장면이 있습니다. 창고옆에는 위의집이 있습니다. 위의가정은 소년의 어머니 생가였습니다. 위의집, 사키코는 여학생 정도의 나이의 딸이 있었습니다. 소년은 자주 사키코에게 공동목욕탕에서 몸을 씻어받고 있었습니다. 사키코가 두층의 방에 틀어 박혀 숨어사는 듯이 보여서, 소년이 위층에 오르려고 하면 위의 집 할머니에게서 저지를 당하죠.
사키코는 폐병이었습니다. 소년은 집사람들의 눈을 피해 위층에 올랐갑니다. 사키코언니를 보려고 올라가죠. 방 안쪽에서 오면 안돼 라는 사키코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소년은 멈추지 않고, 미닫이를 열려고 합니다. 네 개로 된 미닫이를 어떻게 안쪽에서 눌러 있는지, 소년이 곳곳을 열려고 해도 아무데도 열리지 않습니다. 사키코는 마을을 떠났습니다. 머지 않아서 사키코가 죽었다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시로밤바는 3인칭으로 이야기되는 이야기이지만, 화자의 관점은 소년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이야기는 지속적으로 소년의 시선을 통해 말하고 있으며, 스토리는 소년이 보고들은 세계에 한정됩니다.
사키코의 방 앞에 미닫이을 열려고 하는 장면에서 슬퍼서 안타까운 장면이 있는데 어린 소년은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있는 듯이 힘겹게 매달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죠. 오늘날과 당시의 아이가 앞으로 성인이 되어서 살아갈 세상과 당시의 어른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너무도 다르다는 것은 아이는 모른 체 열어서도 보여서도 않되는 사람에게 "열어주세요" "안돼"의 입씨름을 하면서 소년은 당지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사키코와 대치하는 장면은 너무도 다른 입장에 놓인 사람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장면이죠. 사키코가 갑자기 미닫이를 열어 소년의 머리를 퍽 내리칠 때는 어안이 벙벙했지만, 나중에 아이가 즐겁게 그 장면을 회상하죠. 미닫이가 다시 닫은 뒤의 "돌아가라"는 말에서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무언가가 담겨있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장면입니다.
시로밤바는 소년이 모험하고, 사건이 일어나고 위기에 빠지거나 하는 드라마가 쌓여 이야기가 전개하는 유형의 소설은 확실히 아닌 작품입니다. 소년이 알고 싶고 궁금해 하는 할머니는 깊은 드라마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지만 끝까지 할머니의 이야기는 아무런 대답도 말도하지 않죠. 마을의 아이들이나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세상이 다른 어른들과의 생활 속에서 소년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가 소년의 시선에서 잔잔히 서술되어 나갈 뿐 입니다.
시로밤바의 라스트씬이 마음에 깊은 무언가를 남기는 장면이 됩니다. 소년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직전에 마을에 전학하게 되었죠. 그냥 소년의 제2차 성장이 시작했을 무렵이었습니다. 마을을 떠나기 전에 마을에서 함께 자라온 친구들과 공동목욕탕에 갑니다. 소년은 친구들이 미래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말하는 것을 듣고, 어제까지 놀고 있던 소년이 언젠가 마을을 떠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친구는 버스를 타고 마을을 나갈 때 거리에있어도 얘기해주지 않았습니다. 역 대기실을 나와 근처를 산책하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을 때, 소년은 변두리의 황량한 풍경을 보고 소년은 난생 처음 그것이 "황량한"것이다 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장면으로 소설은 끝이 납니다.
시로밤바를 읽고, 작가가 그린 것은 영혼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사키코가 어느 날부터 갑자기 없어져 버린 것도, 마을의 초등학교를 제일 먼저 졸업한 선배가 몰락한 모습을 하고 돌아온 것도, 함께 사는 할머니가 몸이 자유롭지 않게 말을 듣지 않게 될 무렵에서 욕심이 깊어진 것도, 소년은 그것이 왜인지 알 수 없어하죠. 성인의 도리라는 필터를 통하면 설명이 생기는 현상을 소년은 무엇과도 지키지 않은 순진한 마음으로 계속 받아들이며 갑니다. 라스트씬에서는 소년은 변두리의 풍경을 접하고 애절함을 느껴가는 마음을 어느새 키워져 나가고 있으면서 소년은 유년에게 작별을 고하고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을 모른 체 성장해 가 버리게 됩니다.
시로밤바의 부제는 ‘그리운 향수’라고 합니다. 소년이 유년의 그 시절에 간직한 것은 너무도 친절한 마음과 그리움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때가 묻지 않은 유리와 같은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해할 수 없는 어른과 나이 많은 주변의 사람들의 모습속에서 그것을 천천히 알게 되면서 유년에게서 작별을 고하며 황량하게 비춰지는 주변의 풍광을 소년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그런 소년은 어떤 어른이 될 것인지. 이노우에 야스시가 시로밤바를 통해서 전하려고 하는 것은 사람의 생명이 가진 숙명적인 애절함을 향한 아련한 유년의 추억을 다시한번 상기시키며 그시절을 생각하게 하고자 이 작품을 쓴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근처에 있는 사람의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들에게 따뜻함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이노우에 야스시의 장식없이 심플한 문체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희미하게 넓게 퍼지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일본의 국민작가 이노우에 야스시의 시로밤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