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군대의 장군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1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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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책을 읽으며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우리나라의 6.25전사자 유해발굴에 대해서 쓴 <죽은 자들의 증언>이 생각나서 옆에서 같이 찍어봤습니다. 여러모로 많이 비슷하죠.

 

이 책은 알바니아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가 1963년에 발표한 첫 장편소설. 문학을 통해 조국 알바니아의 역사와 정서를 표출해온 카다레의 문학세계에서 출발점이 되는 작품이자, 이후 발표한 그의 다른 걸작들의 탄생을 암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20여 년 후, 알바니아에 묻힌 자국 군인들의 유해를 찾아 나선 어느 외국인 장군의 시선을 통해 전쟁의 추악함과 부조리성을 폭로하는 이 소설은 알바니아에서 발표된 직후 불가리아, 프랑스,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간되며 카다레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주었고, 1999년 프랑스의 르몽드 지가 뽑은 '20세기 100대 소설'에 선정되기도 했다죠.

 

“지금 나는 죽은 자들로 이루어진 한 군대를 지휘하고 있다. 비닐 가방이 군복을 대신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테두리는 검고 흰 줄이 두 개 쳐진, 올림피아 사에서 특수 제작한 푸른 가방. 처음에는 관 몇 개가 전부였지만 차츰 중대와 대대가 형성되었고, 이제는 연대와 사단이 완성되어가고 있다. 비닐 가방에 든 일단의 군다가..." (P. 157)

 

책은 이국의 한 장군이 알바니아란 낮선 땅에 묻힌 전사자들의 유해를 발굴하는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추악함과 부조리함을 폭로하고 있습니다. 성스러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온 장군의 시선이 변화해 가는 과정을 통하여 전쟁의 참모습을 느껴볼 수 있는데, 군대를 다녀온 분들은 과거의 자신의 군대의 관한 인식의 변화를 추억하게 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 같습니다.

 

“수많은 어머니들이 아들의 유해를 기다렸다. 이 유해를 봉환해 그들에게 돌려주어야 할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다. 그는 이 성스러운 과업을 의연하게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었다. 동족 중 단 한 명도 잊히거나 이 이국땅에 버려져서는 안 되었다. 아! 이 얼마나 숭고한 임무인가!"(P.13)

 

소설 초기, 장군은 이 영광스러운 임무를 맏은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작업에 착수한다. 알바니아로 오기 전, 많은 이들이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신을 찾을 것을 부탁했는데, 그중 명문가의 자제로, 주변 평판이 좋고 미모의 미망인을 둔 Z대령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죠. 하지만 장군은 힘겨운 작업 속에 점점 지쳐가고, 과거 침략자를 바라보는 알바니아인들의 따가운 시간은 힘들기만 합니다.

 

장군은 이 낯선 땅에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대면하게 됩니다. 강제로 끌려와 어이없게 죽은 매춘부, 탈영하여 농장의 머슴으로 살아갔던 이름 모를 병사, 알바니아 곳곳에서 학살을 자행하는 청색부대 등은 그에게 차츰 전쟁의 본모습을 일깨워주고, 한 결혼식장에서 만난 노파의 울부짖음으로 Z대령의 본모습과 함께 전쟁의 추악함에 눈을 뜨게 됩니다. 결국 과거의 영광을 잃은 체 모든 것이 무의미해지고 질려버린 장군은 마지막까지 시비를 걸고 추태를 부리게 되고 지친 마음으로 알바니아를 떠납니다.

 

매체나 포장된 정보들로 전쟁이란 ‘멋지고 정의로운 것’으로 잘못 알려지게 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영광스러운 영웅들의 서사시, 전장 한 가운데서 생겨나는 동료애, 자신의 조국을 위해 장렬하게 전사하는 병사 등 이러한 것들은 우리에게 전쟁에 관한 그릇된 환상을 품게 하기에 충분하죠. 허나 땅 속 깊은 곳 파묻힌 해공이야 말로 전쟁의 본 모습입니다. 전쟁이란 결국 추잡하고 부조리한 폭력에 지나지 않으며 이 책 <죽은 군대의 장군>이 보여주는 진짜 얼굴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뜻밖의 악운이 닥치기 전에 여기서 떠나게 해주십시오, 장군은 이따금 마음속으로 기도를 올렸다. 자신은 일단의 군대가 오롯이 빠져 있는 깊은 잠을 흔들어 놓기 위해 먼 곳에서 온 사람이었다. 지도와 명단을 손에 든 그는 이들을 덮고 있는 흙에 쇠붙이 연장을 내리치고 있다. 이런 방해를 정작 그들이 원하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채."(P.224)

 

늘 전쟁과 같은 시련 속에 시달려 올 수 밖에 없던 알바니아의 모습, 그리고 전쟁은 아니지만 여전히 평화를 찾지못한 알바니아 인들의 모습이 생생히 그려지고 있는 <죽은 군대의 장군> 바람잘 날 없는 시련의 역사를 가진 알바니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소설이 이 책 <죽은 군대의 장군>이고 그래서 이스마엘 카다fp를 발칸의 호메로스라고 불리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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