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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에 그림 - 그림으로 꾸민 인테리어 30
조민정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11년 11월
평점 :
내가 어릴 적엔 우리집에도 제법 액자가 걸려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9살때 미술학원을 다니면서 그렸던 수채화나
아버지께서 찍어주신 동생과 나의 사진이 조금씩 걸려있곤 했는데,
어느새 먼지만 켜켜이 쌓여 붙박이 벽장 안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그 뒤로 자라는동안 집 안에서 그림은 커녕 사진 액자조차도 볼 수 없게 되었고,
개인적으로 말끔하게 차려진 것 같은 인테리어 사진을 볼 때마다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며
사진처럼 꾸미고 살려면 돈도 많이 들 것이라는 생각에 더 담을 쌓았던 것 같다.
그러다 최근에서야 방송을 통해 스스로 노력하기에 따라 생각보다 저렴한 비용으로도
집을 꾸밀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그제서야 조금씩
'집'이라는 공간에 눈이 뜨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접하게 된 책이 '내 집에 그림'.
큼직한 사진도 많고, 내용도 어렵지 않아서 술술 재미있게 읽어나갔는데
10평대의 원룸부터 오피스텔, 작업실, 20~40평대의 아파트, 주택, 한옥까지
다양한 공간과 그 공간에 매치된 가구와 그림 이야기가 가득해서
혼자 사는 20~30대의 싱글부터 자녀를 둔 가정, 자녀들이 다 성장하고 부부만 사는 집 등
다양한 연령대의 분들이 참고삼아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고,
갤러리 카페 및 레스토랑에 대한 소개도 있어
직접 내 집에 그림을 들이기 어렵거나 부담스러우신 분들은
이런 곳을 찾아가 공간과 그림의 어울림에 익숙해지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책의 뒷부분에는 액자의 종류에 대한 설명부터 그림을 장식하는 팁,
갤러리에서 그림을 구입할 때 알아두어야 할 것들과 그림을 구매하는 방법,
갤러리에서 추천하는 그림 등에 대한 설명도 있어서
실제로 그림을 내 집에 들이고자 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았고,
회화작품의 뒷부분이나 사고 파는 절차가 궁금했던 나에게는
약간의 호기심을 풀 수 있는 단서가 되기도 해서
그냥 그림을 좋아하고,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뒷부분에도 이렇게 그림을 집에 들이기 위한 팁이 정리되어 있지만,
한 집 한 집 - 소개하면서 그 집만의 특색과 함께
공간에 따라 그림을 거는 팁이 중간중간 잘 정리되어 있고
저자의 생각이나 조언도 곁들여져 있어서
실제로 활용하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계속해서 보이는 오타 때문에
책의 전체적인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본문에 해당하는 사진이 나란히 놓이지 않는 페이지도 제법 있어서
책을 계속 앞뒤로 살펴보면서 읽어보게 되거나
공간에 대한 설명은 있지만 사진이 전부 실리지 않아
선뜻 머릿속에 공간이 그려지지 않는 부분이 있어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책을 읽으면서 집을 꾸민다는 것은
결국 공간에 대한 애정이 기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애정을 바탕으로 나의 공간을 정갈하게 정리하면서
(꼭 값비싼 작가의 그림만 생각하며 어려워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회화작품부터 부조나 도자기 등의 입체적인 조형물,
혹은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이나 좋아하는 이미지, 마음에 들어 사모으던 엽서 등도
얼마든지 서랍에서 나와 멋스럽게 변할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동안 아까우니까, 빛 바랠까봐 고이 모셔만 두던 이미지들도
서랍에 넣어두고 잊고 지낼 것이 아니라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들이라면
아예 꺼내놓고 매일 보아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생겼다.
또한 같은 이미지라도 액자의 여백을 살릴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
이미지의 주변은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등의 사소한 차이로 공간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며
그러한 것들이 쌓여 나의 공간, 결국에는 삶에 대한 나의 방식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동안 마땅히 액자를 둘 곳이 없어 그려놓은 그림을 책장이나 바닥에 모셔두기만 했는데,
이 참에 방도 정리할 겸 그림을 꺼내볼 용기가 조금 생기는 것 같아 두근거리는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