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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꾼이다 - 세계 1등을 선포한 미스터피자 정우현 이야기
정우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나는 저자가 어째서 스스로를
'꾼'이라 자처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꾼'이었을까 궁금해하며 조금 생각해보는데
왜인지 '꾼'이라는 단어에서 땀 흘리는 자의 미소와 여유 같은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러한 이미지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은 채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을 통해 만나본 저자의 모습은 내 머릿속에 떠오른 '꾼'에 너무도 잘 어울렸다.
아주 어려서부터 공부보다 농사일에 시달렸을 정도로 한시도 쉬지 못했음에도
저자는 일을 '노동'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내내 받았다.
일을 생계를 위해서 해야만 하거나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으로 여기지 않고
마치 자신의 일부, 혹은 자신이 이루어야 할 어떤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일이라는건 흔히 무언가 생산적인 활동을 한다는 것으로 생각되고,
그것은 쉬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특히나 이 '일'이라는 녀석에게 시달릴 때면 그것은 '강도 높은 노동'으로 느껴지고
일이 노동으로 전락되는 순간, 일이 지겹고 고되어 쉬고 싶은 마음이 들어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잃기가 쉬울텐데도
저자는 한결같이 커다란 자신의 목표를 잃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으로 사회에 나와 동대문에서 일하며 그가 직원들에 대한 믿음으로 사람에게 투자하고,
그 후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며 가족점 사장들을 설득해
콜센터를 도입하는 과정 등의 일화를 읽으며
타인이 보기에 '남다른 비결'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저자의 가장 큰 장점은
모두가 잘 알고 있으며 아주 간단한 진실임에도 가장 지키기 어려운 '진심'이구나 -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을 믿지 못해 다른 사장들은 잠깐 자리를 비우는 것도 불안해할 때,
사회에 이제 막 발을 내디딘 저자는 자신이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는 입장임에도
그들을 믿고 그들의 월급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콜센터 도입을 반대하는 가족점 사장들을 몇 번이고 설득하며
소비자 입장에서의 안정된 서비스와 편리함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고, 그것을 행동에 옮길 수 있었을까? 궁금한 생각이 들면서
저자는 어째서 이러한 생각에 대해서는 책에 담지 않았는지 생각해보니
저자는 나의 이익이 중요한만큼 소비자, 혹은 직원들의 이익 또한 중요하며
그들의 이익과 만족을 지켜주는 것이 장사를 하는 사람의 기본이라고 -
너무도 굳게 믿으며 당연하게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다다랐다.
내가 타인에게 무언가를 판매함으로써 생기는 이익만 생각한다면
쉽사리 지키기 어려운 '진심'을 저자는 단단히 품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동안 나는 지나치게 '이익'에 치중해 나의 '첫 진심'을
잊고 있지는 않았나 싶어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또한 처음부터 큰 꿈을 품으면서도 섣불리 행동하지 않고,
적당히 무르익을 때를 기다리는 저자를 보며
일의 규모를 늘리거나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있어서
신중함과 소심함이 어떻게 다른지를 느낄 수 있었다.
당장에 행동하지 못함에 있어서 신중함과 소심함은 얼핏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소심함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는 저자를 보며
준비된 결단과 행동의 힘이 참으로 단단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사실상 일본에서 시작된 미스터피자를 한국에 들여왔으나, 들인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것에 맞게끔 고치고 발전시켜 나갔으며 결국 우리의 것으로 품어
세계시장으로 나아가고 있는 저자를 보며
판매(서비스)하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행동은 어떠해야 하는지
일이라는 것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브랜드의 성장과정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위기를 맞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는 나 또한 응원을 보내면서 읽었고,
그러한 힘이 바탕이 되어 탄탄한 브랜드로 성장해가는 과정에서는 자랑스러우면서도
'나 또한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자그마한 희망이 생겨나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너는 요령이 부족해. 열심히만 한다고 되지는 않아.
요령을 익혀봐."라는 얘기를 자주 들었던 나에게,
그리고 좀 더 빨리빨리 많은 일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받는 사람들에게
요령이나 당장의 이익을 위한 능력보다 진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주고
용기를 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느리고, 상대보다 가진 것이 없어도 괜찮다.
큰 꿈과 진심을 간직하고 그 길을 가면 된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