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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BL] 재생 외전 ㅣ 재생
블릿 / 2015년 8월
평점 :
보통 책을 구매하기 전에 리뷰와 별점부터 검색하고 봅니다만. 참, 찾아보기 힘든 이름이죠. 청정님의 '재생'. 무슨 공기청정기라든지 친환경업체만 주르륵 뜨는 게;;; 이래서 제목이든 필명이든 중요하다는 겁니다. 기껏 올라온 후기들이 묻히잖아요.
순전히 회귀물, 이란 소재를 좋아하기에 그거 하나 믿고 본 겁니다[...]
이 작품에 대해 평가하라고 한다면, 참 애매합니다. 개그물을 표방한 것 같긴 하지만 크게 웃기지는 않거든요. 가끔 피식피식하며 읽는 정도?; 주인공이 기르던 짐승에게 물렸을 때가 제일 웃겼던 것 같아요[...]
줄거리를 보면 후회공과 후회수를 내세운 치유물이라고 볼 수도 있긴 한데. 뭔가 흔한 소재에 흔한 감동, 익히 어디선가 본 듯한 구조를 반복하고 있어 그다지 가슴에 와닿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주인공의 관계가 서로 안타깝다는 건 이성적으로 납득하는데 애절하게 마음이 슬퍼지지는 않는다고 할까요[...;;;]
일단 눈에 띄는 이 글의 문제점 중 하나가, 주인수가 받은 상처에 대한 공감이 잘 안 된다는데 있습니다. 소설을 통한 이입이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원인과 과정이 주어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여기서는 이런이런 일이 있었다, 정도의 상황 설명만으로 주인수가 받았을 크나큰 아픔과 인내와 애증에 대해 독자가 알아주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니 현재에 이르러 주인수가 주인공의 사소한 행동에 반응할 때마다 왜 저렇게 오버하니? 란 생각이 더 듭니다[...]
웃기는 건 웃기는 거고, 슬퍼할 건 슬퍼해야 하는데, 무리해서 둘 다 놓치지 않으려다보니 어정쩡한 방식이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슬픔에 공감해야 그만큼 애증에 대해 이해하고, 지금의 달달함이 더 와닿기 마련인데, 슬픔에 대한 감명이 떨어지다보니 이로 인해 이어져야 할 감정의 공감대가 흐려지는 거죠.
주인공으로부터 학대 받은 주인수, 혹은 주인공을 학대한 주인수가 죽음을 앞두고 후회하며 이전과 다른 삶을 살기 위해 회귀한다. 상업BL쪽으로 출간된 작품 중에서 제가 읽은 것만 해도, '문회귀의'나 '되돌아 온 시간', '우리들의 시간', '테이크 투' 등이 있거든요. 타 장르물에 개인지쪽을 따져보면 훨씬 더 많고.
그렇다 보니 글을 쓰는 입장에서도 이런 부분들을 신경쓰게 됩니다. 이에 휩쓸리지 않고 본인이 쓰고 싶은 글을 쓴다는 건 힘들죠. 한 번 의식해버리면 끝도 없는 지라. ... ...해서 나름대로 '회귀'에 대한 의미를 두고, 주인공과 주인수가 동시에 가해자이자 피해자이며, 두 사람의 갈등 원인을 종족에 따른 문화 차이로 설정한 점을 높게 봅니다.
'취미'라든지, '후궁'이라든지. 이런 단어나 사고방식에 대한 이해 차이로 서로 오해하고 어긋나고 새삼 애정을 깨닫는 과정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하지만 아직은 서술이나 전개 방식이 가볍고, 문장에 진중함이 부족해 무거운 주제를 다루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던 듯 싶습니다. 주변 인물이 많은 반면 각 인물들의 성향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은 점도 그렇고요. 비슷비슷한 단어로 이루어진 관직명이나 이름도 마찬가지.
나름대로 차별화된 세계관을 설정하고 독특한 방식의 언어유희로 노력한 게 보이는 반면, 그만큼의 효과가 나오지 않은 점이 안타깝기도 하고요. 아쉽기도 합니다. 정말 잘 살렸으면 좋았을 텐데.
만약 이 작품이 초창기에 쓰여졌다면 좀 더 높은 평가를 받았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회귀물이란 소재와 회귀로 인해 이루어지는 전개 방식에 익숙해진 독자들에게 어필하기에는 어딘지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별점은 3.5점?; 이 놈의 점수; 쓸 데마다 부담이라니까요;
취향에 맞는 소재와 가볍고 무난하게 읽히는 글이 좋으시다면 괜찮다고 봅니다.
"못 살겠다. 애기야. 아파서 못 살겠다. 이렇게, 이렇게 아파서 어떻게 살아. 여담아. 네가 있어야 해.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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