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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난폭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다른 사람의 <사랑의 난폭> 서평을 읽으면서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책을 보고 공통적으로 놀란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첫 번째는 불륜이라는 진부한 소재를 가지고 지루하지 않은 세밀한 감정묘사(그것도 남성작가가 여성주부의 심리)를 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앞서 말한 소재를 역으로 뒤집어서 방심하고 있던 독자들의 뒤통수를 때리고 오히려 통속을 깨트리는 도구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완독을 하지 못했다면 두 번째로 놀란 것이 무엇인지 아직 알 수 없을 것이다.
이 소설은 평범한 가정주부 모모코가 그의 남편 마모루의 외도를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가정의 붕괴를 그리고 있다.
책을 읽고 나면 소설 제목인 ‘사랑에 난폭’에 반드시 포함되는 인물은 주인공 모모코의 남편 마모루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곱씹을수록 모모코도 사랑에 난폭에 포함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모코는 소설 중반이 넘어가면 남편 외도에 대한 배신감 때문인지 기행을 하기 시작한다. 다다미를 뜯어보려고 전기톱까지 직접 구입해서 다다미를 뜯는다. 자신의 행동 때문에 정신이상자로 보는 시어머니 앞에서 일부러 혼잣말을 하고 미친 척을 하는 등 독자도 본인도 그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나는 모모코의 위 행동이 남편처럼 자신도 난폭을 휘두르고 싶은데 할 수 있는 대상이 없는데서 기인했다고 생각한다. 모모카에게는 난폭을 휘둘러도 될 만한 주체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
불륜을 저지르면서도 뻔뻔하게 ‘나는 너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고 더 이상 너와 결혼생활을 지속하고 싶지도 않다. 서로 사랑이 식은 것을 알고 있는데 붙잡는 너를 이해 못 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남편, 오로지 본인과 아들 생각만 하며 끝내는 모모코를 정신이상자 취급하는 시어머니, 피해자로 나오지만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는 모모코의 모습을 소설 곳곳에 걸쳐 볼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모모코를 동정할 즈음(감정이입을 할 만한 인물이 모모코밖에 없다) 밝혀지는 반전은 모모코를 불쌍한 본부인으로 만들어준 갑주와 그녀를 동정할 수 있게 했던 도덕이라는 방패마저 빼앗아 마모루와 시어머니가 서있던 위치로 가차 없이 추락시켜 버린다.
모모코 가정 구성원 그 누구도(단 셋뿐인데도) 배려하려 하지 않는다. 사회성은 인간이 살기 위한 필수조건 아니던가. 내 아내, 내 남편, 내 며느리, 내 시어머니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앵무새처럼 자신의 말을 반복한다.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도 한참 생각했다. 장고를 가능케 한 것은 소설 속에서 독자의 사유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한 작가의 내공 덕택일 것이다. 매번 쓰는 것 같지만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은 계속 생각하게 한다. 왜냐면 그가 늘 내게 질문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