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내 아들이 괴물인 것 같다. 착잡한 표정으로 이준호(전광렬)가 글씨를 쓴다. 사이코패스 아들을 다른 방에 격리시켜 가르치며 하는 말은 "남들과 같은", "평범한" 안타까움과 사랑이 함께 느껴지는 온기에 아들 이현(서인국)은 어떤 상처를 받았을까. 2015년 KBS 방영 드라마는 아버지의 오해와 상처받은 어린아들의 표정으로 극을 시작한다.
괴물이 될 것 같은 아들 이현은 사이코패스 이준영(도경수)에게 아버지를 잃고 끔찍한 기억은 지워버린다. 범죄심리학자가 되어 잃어버린 동생을 찾고, 이준영을 잡기 위해 한국에 귀국해 특수범죄수사팀의 자문을 시작한다. 역시 이준영에게 아버지를 잃은 차지안(장나라)와 공조하며 사건을 처리하고 끝내는 믿기 힘든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극본을 쓴 권기영 작가의 최근 작품 <수상한 파트너>와 비교했을 때 비슷한 연결고리가 있다. '너를 기억해'의 정선호(박보검)과 '수상한 파트너'의 정현수(동하). 정선호는 자신을 배신한 형을 반복 살해하는 연쇄살인마고 정현수는 사랑했던 소녀의 복수를 위해 친구들의 목숨 값으로 단죄하는 연쇄살인마다. 형이 자신을 버렸다는 이준영의 말은 거짓말이었고, 비겁한 공범의 자기 도피였다.
특수범죄수사팀의 수사를 도우며 이현은 본인의 동생이 이준영 밑에서 싸이코패스 살인자로 자랐음을 알게 된다. 아버지의 작은 오해와 학대는 이준영을 집안으로 불러들였고 동생은 그리움을 먹이 삼아 괴물이 됐다. 정선호(이민) 뿐만 아니라 극 중 범죄 에피소드의 아이들과 어른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옛 트라우마 때문에 같은 방식의 살인을 반복하는 재벌 2세, 억울하게 감옥살이하는 아빠를 대신해 복수하는 어린 학생, 범죄자 자식과 자식이라고 믿은 피해자 자식의 비극, 방치한 아들의 죽음을 못 본 척 한 부모 등 이중민이 이현에게 한 행동과 같은 선 안에 있다.
연출 방식은 정적이고 주요 인물 대부분이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표현하는 데 익숙지 않다. 어둡고 퇴폐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찐득찐득한 관계에서 선과 악 둘 중의 '악', 옳고 그름의 '그름'이 되는 정선호가 희미해질 때 진짜 생각해 좋은 고민을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