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노스케 이야기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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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아니, 태아 때부터 인간은 언제나 우연을 지고 산다. 오히려 어릴 때보다 어쩔 수 없는 우연에 자주 긍정하고 항복하는 것을 보면, 우연은 우리 삶 속에 시시각각 침투하고 있고 완벽한 방어(어떤 방어가 완벽할지는 모르지만)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나는 우연의 무게감과 신묘함에 대해서 별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항상 가까이 있어 오히려 존재감이 흐려지는 현상일까. 요시다 슈이치의 청춘소설 <요노스케 이야기>는 갓 도쿄에 상경한 스무 살 새내기 대학생 요코미치 요노스케의 1년 동안의 대학생활을 그린 소설로 우연의 힘을 주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우연 혹은 우연하게라는 단어는 실생활에 많이 쓰이는 단어다. 삶은 연속된 우연의 결과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에 이 단어가 많이 쓰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요노스케 이야기에서도 우연이 많이 일어나는데 당사자들의 20년 후 회상으로 그 우연의 결과도 알 수 있다. 구라모치 잇페이는 아쿠쓰 유이의 책꽂이 조립을 도와주러 갔다가 눈이 맞아 어린 나이에 애를 가지고 부부가 되었고, 부잣집 철모르는 아가씨 요사노 쇼코는 요노스케의 고향 바다에서 조우한 난민들로 인해 훗날 국제연합 직원이 된다.

 

요노스케는 회상하는 사람들의 추억 속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로 기억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대학 1학년 내내 빈틈투성이에 나사 하나가 빠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남자로 묘사되던 요노스케가 20년 후 주변인들의 추억 속에서 생각하면 기분 좋은 웃음이 나오는 사람으로 기억되어 있었다. 다음 구절이 대표적이다.

 

 요노스케와 만난 인생과 만나지 못한 인생이 뭐가 다를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봤다. 아마도 달라질 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청춘 시절에 요노스케와 만나지 못한 사람이 이 세상에 수없이 많다는 걸 생각하면, 왠지 굉장히 득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198p)

 

 요노스케는 비록 당시는 평범하고 별다를 것 없는 사람이었지만 충분히 좋은 친구, 연인, 가족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우연의 실타래로 감아진 인연이 비록 어느 날 끊어져 더 이상 이어지지 않더라도 추억, 혹은 회상이라는 이름으로 언제든지 기억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지화된 내 과거 속에도 그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의 과거 속에도 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요노스케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을지도 모른다. 이 소설을 읽으니 내 이미지가 악마나 괴물이면 어쩔까 두렵기도 하다.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은 독자를 압도하는 펀치력이 있다. 일단 한 번 맞으면 일어나기 힘들다. 무거운 주먹이기 때문이다. 적절한 소설 구조와 얼개를 이용해 요시다 슈이치는 내 심장을 마음대로 주무른다. 그의 책은 끊임없이 내게 질문한다. 그리고 답변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책을 덮은 뒤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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