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가 박민규
 

 

 

 

  박민규. 그는 한국문단에 이름을 내밀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인기작가가 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박민규를 알고 있고 환호하기도 한다. 박민규. 그가 한국 문단에 발을 얹은 것은 고작 2000년대였다. 그렇지만 그는 한참 전부터 활동했던 문인들과 비슷한 대우와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그런 그가 2009년에 이 책을 내놓았는데 나는 2012년인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굉장히 반가웠다. 그 이유는 그의 대표작이자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넘어선 작품이 탄생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작품.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말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누가 뭐래도 대중들에게 박민규를 각인시키고 그가 지금의 위치에 앉게 해준 걸작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의 대표작을 넘어서는 작품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대표작에 눌려 자신의 작품 활동에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는다. 나는 가수다로 비주얼 가수로 거듭난 김범수 역시 자신의 대표곡 '보고싶다' 때문에 신곡이 나왔지만 KBS 열린음악회에서 '보고싶다'를 불렀던 일화도 있다. 그렇지만 박민규는 <삼미>를 뛰어넘는 작품(물론 모든 분들의 동의를 얻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는 것이다)을 발표했다. 그것도 6년만에!
 

 

 

 

  줄거리
 

 

 

 

  간략히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이 책은 못생긴 여자를 사랑한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다. 중요한 점은 여자는 그냥 못생긴 정도가 아닌 정~말 못생긴 여자라는 점이다. 누가 봐도 '심하다' 할 수 있는 정도의. 그 여자를 사랑하는 과정을 통해 평범한 연애사를 넘은 구조적인 모순과 '진정한' 사랑을 보여준다. 이렇게 단 세 줄로 요약할 수 있는 줄거리는 세 줄 요약의 간략함과는 다른 중량감으로 다가온다.
 

 

 

 

  외모. 미녀. 추녀. 관념. 본능. 폐해.
 

 

 

 

  부끄럽지만 내 외모에 대해 말한다면 '평범'하다고 얘기한다. 키는 작지만 아주 작은 편은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평범'하다는 점에 안도하고 '아주 작지는 않다'는 점에 안심한다. 그러니까 이게 무슨 뜻이냐면 가까스로 평균 안에 들어왔다는 안도감과 가까스로 최하위권까지는 들지 않았다는 안심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그나마 그나마 그나마 "엄청 못생기지는 않았으니까 괜찮아"라는 마음속으로 하는 자위인 것이다. 부끄럽지만 나라는 인간의 본성인 것이다. 추악한.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고 세상은 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외모가 '전부'는 아니지만 필히 '적립금' 정도는 될 수 있다. 단지 태어나길 '미인'으로 태어났을 뿐인데 이미 적립금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무엇을 하던지 그녀들은 자신들의 '적립금'으로 인해 더 쉽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직업, 사랑, 친구 등등 그녀들은 단지 '그렇게' 태어났을 뿐인데 언제나 주위 여자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남자들에게는 호감의 대상이 된다.
 

  반대로 못생긴 여자로 태어났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마이너스 통장? 미인으로 태어난 사람들이 태어날 때부터 적립금을 가지고 태어났듯이 못생긴 여자는 마이너스 통장을 입 안에 물고 태어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돈을 넣어도 다음 날마다 일정 금액이 차감되는 마이너스 통장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하던지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세상은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 말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작품에서 말하는 시시한 것에 목숨 거는 '와와'하는 인간들이 절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옆으로 눈 돌릴 필요 없이 나같은 사람 때문에.
 

 이 책은 모두가 예외가 될 수 없는 본성을 사랑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예리하게 일침을 가한다. 모두가 예외가 될 수 없기에 이 소설 앞에서 한순간 모두가 죄인이 된다. 독자 모두가 못생긴 그녀를 바보로 만든 적이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독자 모두가 못생긴 그녀가 "아니, 아니에요."라는 말버릇을 가지게 만든 원흉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너무 사랑했지만 한순간 주인공에게서 증발해버린 그녀의 편지 속 그녀를 괴롭힌 수많은 사람들이 내가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진정한 사랑이라는 폴더 안에 사랑받을 수 없는 그녀를 파일로 저장한 박민규의 놀라운 연출에 박수를 보낸다. 사랑받을 수 없는 그녀를 소설 속에 저장함으로서 진정한 사랑은 더욱 완성되었고 너무나 숭고해졌다.
 

 

 

 

  사랑을 하자

 

 

 

  저자는 책 속에서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우리와 타인을 사랑하자고. 412p에 달하는 소설을 통해 부러워하고 부끄러워하는 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사랑 뿐이라고 말한다. 태고부터 인간에게는 본능적으로 가지게 된 감정이 있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내 생각에 좋은 감정보다는 흉악한 감정이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질투, 교만, 무시 등 다른 사람의 마음을 찌르는 감정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모든 감정을 극복할 감정도 딱 하나. 태고부터 존재했을 것이다. 바로 사랑이다.

 

 

  아쉽게도 사랑이라는 감정은 쉽게 가질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감정이다. 하지만 소설에서 말하는 잘난 사람을 부러워하고 부끄러워하지 않으려면 사랑이라는 감정이 필수불가결이다. 없어서는 부러워하고 부끄러워하는 행동을 멈출 수 없다. 마치 거대한 고아원과 같은 지구에서 사랑은 가장 어려운 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어려워도 해야 한다. 사랑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애절하게 말하는 책 속 그녀가 애절하게 말하는 "사랑합니다"처럼. 책 속 그녀는 주인공을 만나면서 예전의 그녀가 아니게 되었다. 그녀의 외모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녀의 마음에 불빛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사랑으로 인해 그녀를 둘러싼 모든 상황이 변하고 그녀가 소위 잘난 사람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사랑받는 사람이 되었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사랑받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마치

 

 

 

 

  나는 모든 감동과 희망을 주는 책의 내용엔 반드시 절망과 눈물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소설 속 인물들은 사랑하는 시간보다 아파하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그래도 이 소설은 사랑에 대한 소설이다. 사랑이 있다면 절망과 눈물은 지나가는 것일 뿐이다.
 

  "와와"하지 말고 "예예"하자. 이 책으로 인해 숭고한 메시지를 얻었으니 잊지 말도록 하자. 절절한 마음을 가지고 누군가에게 "사랑합니다" 말할 수 있는 삶을 살자.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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