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나는 스무살 철학 - 혼돈과 불안의 길목을 지나는 20대를 위한 철학 카운슬링
김보일 지음 / 예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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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일의 나를 만나는 스무 살 철학을 읽었다. 스무 살이라니. 20대라니! 평생 꼬꼬마로 살 것이라는 착각을 했었고 스무 살 어쩌고. 20대 어쩌고 하는 책을 사는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을 10대 때 했었나? 안 했던 것 같다. 그런 꼬꼬마였던 내가 갓 스무 살이 된지도 몇 개월이나 지났다. 1, 2월까지도 내가 10대 꼬리표를 뗀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이젠 진짜 리얼! 스무 살이다. 20대인 것이다.

 

  나는 10대에는 내 나이를 싫어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내 나이가 불편하고 부담스럽고 싫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내 나이가 내가 느끼기에 무거워졌기 때문인 것 같다. 술을 마실 수 있고 담배도 살 수 있고, 이제 몇 달 뒤에 대통령 선거 투표도 할 수 있다. 더 이상 어리광을 부릴 수 없고, 더 이상 내가 잘못하면 부모님께서 욕을 먹지 않으며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을 아무 생각 없이 받을 수 없다. 부모님을 방패막이 삼을 수도, 변명을 한다면 구차해진다.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듣는 말. ‘내 인생을 내가 책임져야 하는나이가 된 것이다. 항상 책임감이란 어깨를 무겁게 하지 않는가. 그 때문인 것 같다. 내가 내 나이를. 온 세상 어른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라며 부러워하는 나이를 싫어하는 까닭 말이다.

 

  이 책은 나와 같은 20대를 위한 교양철학 도서다. 딱딱하고 마냥 진지하게 장황한 책이 아니라 딱 공감하기 쉽게 영화, , 책 속 구절까지 첨부해가면서 내 마음을 다시 토닥거려줄 수 있는 눈높이 교양철학 도서다. 각 챕터별로 20대에 고민하는 것을 나열하고 욕망, 성공, 사랑, 불안, 선택 등 주제별로 조언해 준다. 20대는 10대 못지않게 배울 게 많은 나이니까.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이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숲 같네

 

  17p에 저자가 소개해 준 가사. 한국의 유명한 가요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 저자는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의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려고 이 가사를 인용했다. 노래 가사가 마치 한편의 시 같다. 분명 는 한 사람 뿐인데 역설적으로 나를 복수로 상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책의 전반부부터 탁월한 비유와 예시로 20대를 표현한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자신의 정체성을 간명하게 요약해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나는 나다. 그러나 정작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스무 살은 그런 나이다.(19p)라고 말이다.

 

  군대를 간다, 연애를 한다, 대학원에 진학한다, 취업을 한다……. 선택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은 나이가 스무 살 무렵이다.(77p) 이 구절을 보고 책에 밑줄을 치면서 머릿속에 생각난 게 있었다. ‘무엇을 선택하든 빠르지 않은 나이가 스무 살 무렵이 아닐까?’ 남자들은 20대가 되면 군 입대를 목전에 두게 되고 그대로 2년 동안 군 생활을 해야 한다. 2년이 그렇게 지나가는 것이다. 청소년 때처럼 중학교 입학. 3년 후 고등학교 입학. 졸업이라는 모든 대한민국 학생의 교육과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직접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청년들은 자신이 직접 무언가를 선택하는 일에 대체로 서툴다. 그렇다고 자신의 선택을 보류하거나 좀 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이 나라의 사회가 주지 않는다. 자신의 자격지심과 불안함도 자신을 스스로 벼랑 끝으로 세운다. 그렇지 않다고 위로해주는 사람들도 많지만 무엇이든 빨리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이 사회는 청년들의 등을 떠민다.

 

  그렇다고 이 책이 경고만을 해주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마치 아프니까 청춘이다 도서와 같이 희망을 주는데 다양한 매체를 인용하면서 위로도 해준다. “나는 나의 고통이 의미 없어질 때가 가장 두렵다.”라고 도스토예프스키가 말했다고 한다.(100p) 이 구절을 보고 나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왜 천재며 대문호인지 단번에 납득하게 되었다. 고통을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 의미 없어질 때가 두렵다고 한다. 고통도 다 약인 것이다. 그것도 엄청 쓸모 있는 약. 고통이 없다면 나의 성장도 없다.

 

  또 내가 이 책으로 인해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게 된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인간 행복의 기준에 대한 것이었다. 저자는 마시멜로 이야기라는 책의 행복론에 대해서 설명하고 그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나 또한 마시멜로 이야기를 읽었는데 그 책의 주제는 고통을 참으면 더 큰 행복이 온다.’였다. 마시멜로 실험이라는 걸 했는데 아이들에게 마시멜로를 주면서 15분 후까지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는다면 마시멜로를 하나 더 주는 실험이었다. 실험 결과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15분 동안 참은 아이들이 학업 성취도나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다. 나 또한 그 실험결과를 보며 나도 저렇게 살려고 노력해야겠다고 생각 했었다. 그러나 저자는 쾌락을 추구하는 현재형 인간들이 반드시 열등한 인간이라고 할 수는 없다(203p)고 정면으로 반박한다. 몸이 마시멜로를 먹고 싶어 하면 먹으면 그만이라고. 행복은 간단하다고 설명한다. 의심할 바 없이 행복은 결핍의 충족에서 생겨난다고 말이다. 저자의 반박이 나에게 먹혀 들었다. 마시멜로 이야기에서의 행복도 행복의 종류지만 15분 동안의 고통 후 먹을 수 있는 마시멜로를 포기하고 지금 당장 맛있게 먹는 것도 행복인 것이다. 그로 인해 15분 동안의 고통은 없어지는 것이다. 이런 것도 쾌락이 다른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마시멜로를 바로 먹는 쾌락이 에피쿠로스가 추구한 정적인 쾌락이라고 설명했다. 정적인 쾌락은 마음에 불안이 없고 몸에 고통이 없는 평정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마시멜로 이야기 속 어린아이들 중 마시멜로를 당장 먹은 아이들은 더 많은 마시멜로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는 하나의 마시멜로를 취했을 뿐이라고. 내 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논리와 논거였다.

 

  이 책은 내 인생에 있어서 알게 모르게 의의를 가져다 줄 것 같다. 무엇이든 공감과 반성. 그리고 책을 읽으며 생각하는 것. 어렵게 말하면 성찰은 발전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20. 앞서 적었듯이 어른들 말처럼 뭘 해도 될 나이다. 그렇지만 막상 당사자들에게는 불안한 나이다. 이 불안을 잘 컨트롤해서 행복한 내가 되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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