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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22가지 재판 이야기
도진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12월
평점 :
➰제목: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지은이: 도진기
➰펴낸곳: 추수밭
국민들의 공분을 사는 재판 결과가 많다. 글로 써 내려가는 순간마저 가슴이 싸해지는 ‘조두순 사건’의 범인, 조두순은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으로 징역 12년을 받는 것으로 그쳤다. 한 아이의 삶을 회생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뜨려놓은 결과치고는 너무 형량이 적었다.

도진기 작가님은 서울대 법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통과한 후 법관이 되신 분이다. 또한 미스터리 소설 작가로서 집필을 이어오셨다. 2013년에 처음 출간 한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는 10년 만에 새로 단장하고 독자들 곁으로 왔다. ‘가장 쉬운 법학 이야기’로 스테디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우화에 기본적인 재판 상식을 잘 녹여내 청소년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사람들은 법이 주는 처벌의 무게의 경중을 판결에서 재보고 있다. 대한민국의 사법제도를 믿고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인지 말이다. 법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강화된 법도 있다. 예를 들어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없어진 것과 스토커법에 대한 처벌의 수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법은 자체의 기준과 원칙을 절대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범죄 드라마만큼 법정 드라마도 인기가 많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지옥에서 온 판사>, <굿파트너>는 정주행하면서 한 편도 빠짐없이 봤다. 그 덕분에 법정 용어에 많이 익숙해졌다.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를 읽으면서 정확한 용어와 개념에 대해 쉽고 재밌게 배울 수 있었다.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인물인 염라 판사와 소크라테스 변호사의 케미는 이 책의 웃음 포인트다. 두 인물은 지옥과 천국 사이 ‘연옥’에서 2,000년 동안 밀린 재판을 진행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와 실제 사건들까지 도덕과 윤리적 관점이 아닌 법의 시선으로 새롭게 시사해 준다.

도로시가 동쪽 마녀를 죽인 것에 대한 죄를 묻는 장면,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자가 무죄로 풀려났던 이유, 베니스 상인의 계약서가 이행될 수 없었던 이유 그리고 O.J. 심슨의 형사와 민사 재판의 차이까지. 예시와 법적 용어가 적절하게 버무려져서 법을 처음으로 접하는 아이들이 읽기에도 좋을 듯하다.
1️⃣ 죄형법정주의
🔖 ‘죄와 형벌은 미리 법으로 정해 놓아야 한다는 주의’ - 70쪽
너무 쉽게 잘 설명되어 있다. 양치기 소년의 사건을 재판할 때 언급되는 내용이다. 양치기 소년에게 너무 당해왔던 마을 사람들이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하면 처벌하도록 법이 새로 생겼습니다”라고 한다. 그래서 이미 무죄를 선고받은 양치기 소년에게 벌을 줘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양치기 소년은 새로운 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여전히 무죄라는 것이다.
2️⃣ 합리적 의심 없는 증명
🔖 ‘증거가 있으면 유죄‘가 아니라 ’증거가 충분히 있으면 유죄‘입니다. 여기서 ’충분히‘라는 의미는 증거가 여러 개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증거가 한두 개밖에 없다고 해서 부족한 것도 아니고, 증거가 100개쯤 있다고 해서 충분한 것도 아닙니다. 죄를 지었다는 확실한 증거라면 한 개로도 충분하고 분명치 않은 증거라면 100개라도 모자랍니다. 증거의 양보다는 증거의 질이 중요합니다. - 222쪽
드라마에서 형사들은 범인의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그 이유가 바로 ’합리적 의심 없는 증명‘때문인거다. 증거의 양보다 질이라는 말이 제대로 와닿는다.
마지막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반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간에 떡밥을 깔아놓으셨는데 그 이유가 왜인지 마지막에 등장한다. 도진기 작가님은 확실히 이야기꾼이다.
법에 따른 판결은 그만큼 무겁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법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강력한 약속이자 잣대이다. 사회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시스템이며 사람들이 믿고 살 수 있도록 안전함을 제공해 준다. 법의 처벌이 약한 것이 아니라 원칙을 따라 재판을 하다 보면 그 수위가 약해질 수도 있던 것이었다. 국민들의 법 감수성은 고취되어가고 있다. 미디어의 발전과 디지털의 발전으로 교묘해져가는 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법‘도 변해야 한다. 하지만 기본과 원칙이 제대로 지켜져야지만 우리는 그 법을 믿고 따를 것이다.

북피티(@book_withppt)님의 서평단에 당첨, 청림출판사(@chungrimbooks)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