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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황홀한 순간
강지영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2월
평점 :
➰제목: 거의 황홀한 순간
➰지은이: 강지영
➰펴낸곳: 나무옆의자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을
보고 난 후 감흥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탄탄한 스토리의 구성과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결말까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모든 장면에 몰입되어 시청했다.
“작가님 천재인 듯”
주말을 순삭 시키고도 여운에 휩싸여
그날 밤 꿈속에서 나도 총을 쏘고 있었다.
그런 강지영 작가님의 소설이다.
표지부터 강렬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스토리 속에서
이무영 파트에서 경악에 휩싸이다가
김하임 파트에서 설렘에 가슴이 뛰었다
지옥과 천국을 왔다 갔다 했다.
한 여성에게 가해진 육체적, 성적, 정신적 폭력은
그 여인을 나약한 피해자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아니, 충분하고도 남았다.
세상을 채 알아가기도 전에 남성에게 짓밟히고 유린당했다.
원치 않은 임신과 책임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작은 동네에서 17세 여고생 미혼모라는 딱지가
부모님께 피해가 될까 봐
모든 것을 등지고 고향을 떠난 무영은
자신의 이름마저 잊은 채 살아간다.
천성이 악한 것일까,
아니면 악함이 그저 약자에게만 발현되는 것일까,
그의 폭력은 끝이 없이 쏟아지는 폭포수다.
그녀의 몸을 지배하는 것으로 시작해
사라진 그녀를 찾아 자신의 노리개로 전락시킨다.
“남편 노릇 잘할게”
그 한마디로 그를 선택한 지옥의 문은
그녀를 시커먼 구렁텅이로 빠뜨린다.
햇살같은 그를 만났을 때
무영은 더러운 세상밖에 모른 채 살아가고 있었다
🔖제대로 인사를 하고 싶었다. 그의 눈을 들여다보며, 가슴에 이마를 비비며, 어린애처럼 칭일거리며. 229쪽
단란하고 화목한 집안에서 자란 김하임이 첫눈에 반한 남자가 있다.
그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은
20대 중반의 풋풋한 연애의 감정을 상기시킨다.
그저 존재만으로도 귀여운 청춘 소설을 장면들
하임은 할 말도 제대로 못했던 ’호구 같은‘ 연애를 했다.
그런 자신의 흑역사를 바탕으로
자신감 있는 연애를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자못 귀엽다.
🔖“제일 좋은 걸 나한테 준 거예요?”
지완의 등 뒤에 붙은 유리창에 얼빠진 내 얼굴이 비쳤다. 가장 좋은 걸 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매대에 쌓인 싸구려 사과 중 가장 예쁜 걸 골라도 좋고, 읽던 책 중 가장 낡아도 괜찮았다. 좋아서 준다는 그 마음 하나면 값이 비싸졌다. - 89쪽
🔖 유행은 지났지만, 클래식은 영원하다. 다시는 혼자 남겨지고 싶지 않았다. - 175쪽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글 속에서
작가님의 필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느꼈다.
이 정도 글발과 스토리의 구성력이 있어야
그리고 매력적이고 확실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는 것
새삼 다시 느꼈다.
그리고 어디엔가 존재하고 있을 ’이무영‘들이
이 소설로 위로와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
🔖 사랑은 차창에 프르는 풍경과도 같다. 한번 지나가면 볼 수 없지만, 길이 끝나지 않는 한 비슷한 풍경은 쉬지 않고 이어진다. 그녀와 함께했던 시절, 지완의 차창엔 성에가 끼고 김이 서리고 빛물이 튀었을지 모른다. 아마도 그는 손톰을 세워 성에를 긁고, 소매을 당겨 김을 닦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빗물을 피하느라 그 아름다운 풍경을 모두 놓쳤을 터였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새로운 풍경이 나타났을 때, 비로소 지원은 서두르거나 당황하지 않고 지켜보는 게 즐거운 여행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리라. - 275쪽
나무옆의자(@namu_brench)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