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심리 법칙 - 효율적으로 일하고 유연하게 관계 맺고 싶은 당신을 위한 45가지 이야기
강호걸 지음 / 오아시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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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란 말을 들으면 왠지 어렵단 생각이 먼저 든다.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이 쉽겠는가. 내 마음조차 왜 이러는지 잘 모를 때가 많은데... 상대방 그것도 직장 상사나 동료, 후배, 경쟁 관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속마음을 아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다른 사람이 내게 이렇게 해 주기를 바라기 전에 먼저 자신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 지 방향을 잡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생각과 행동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이런 현실적인 고민에 대한, 직장인-자영업이나 프리랜서가 아닌-을 위한 실전 심리학 안내서가 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저자 강호걸은 취미로 만화를 그린다고 한다. 그의 신간 '만화로 보는 심리 법칙'은 이렇게 이런 배경에서 나올 수 있었던 게다. 책 속의 주인공 최도진의 입사 시기부터 45가지의 에피소드를 직접 그렸다. 승진을 거듭한 최도진은 초고속 승진으로 대표이사가 되는데...

45가지 에피소드는 곧 45개의 심리학 주제를 담고 있다. 물론 이 책은 학술적인 심리학 입문서가 아니다. 오히려 직장 생활 가운데 겪게 되는 인간 군상들의 여러 상황들이 심리학 개념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 소개해 준다. 목차를 보면 소제목들이 모두 질문으로 되어 있다. 첫번째 질문. 합격 확률을 높이는 면접 복장은? 이 에피소드에서는 '현저성 효과' 개념을 소개한다. 주인공 최도진은 서류전형 34회만에 첫 면접을 보게 된다. 어떤 복장으로 면접장에 갈까 고민하는 주인공에게서 저자는 현저성 효과 뿐만 아니라 후광 효과, 뿔 효과 등을 끄집어내서 설명해 준다. 개념만 잡아주고 가는 편이니 더 깊이 알고 싶으면 더 두꺼운 책을 찾아야 한다.

만화라는 매체로 각 에피소드를 시작하니 몰입하기 좋다. 그림체 자체가 선이 두텁다. 그림보다는 글풍선에 집중하라는 배려로 보인다. 솔직히 잘 이해되지 않는 심리학 개념들도 많이 있었다.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신입 최도진의 좌충우돌 직장생활은 그의 내면을 두텁게 하고 외연도 다듬어 준다. 어느덧 중진이 된 그는 멘토로서 후배들을 돕는다. 여기서 주의할 점. 라떼(!)를 주의해야 한다. 228쪽에 부장님이 그렇게 '라떼'를 찾는 이유 에피소드에서 다룬다. 심리학에선 회고 절정이라 설명한다.

이 책은 세대를 불문하고 꼭 읽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대와 직급을 막론하고 직장에서 함께 하루를 보내는 동료를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개념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주인공 최도진의 성장기를 바라보면서 동기 부여를 받는 것은 덤이다.

*** ***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려면 그 문제에 완전히 집중하여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엄청나게 긴 시간을 인내해야 한다. 한마디로 완전한 집중, 그 자체다. 그런 다음, 생각을 멈추고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하다 보면, 무의식이 서서히 작동하기 시작한다. 이때 바로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는 것이다.(145쪽)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중년과 노년기의 사람들에게 과거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경우 10대 후반에서 20대까지 초기 성인기의 사건들을 더 중요한 것으로 느끼고, 더 생생하게 기억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회고 절정이라고 한다.(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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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교양 필독서 87 - 철학부터 정치, 문화, 예술, 과학까지 지적 대화를 위한 교양 필독서 87권을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23
나가이 다카히사 지음, 김정환 옮김 / 센시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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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열대야는 처음 겪에 본다. 예년 같으면 덮개를 씌웠을 에어컨을 밤마다 튼다. 선풍기 바람과 함께. 시원한 것이 고플 때 뜨거운 커피와 함께 묵직하지만 가벼운 읽을거리를 찾게 된다. 무려 760여쪽에 이르는 묵직한 읽을거리를 찾았다. 2500년 인류 지식 체계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찾다가 없어서 작가가 그럼 내가 쓰지 하고 쓴 책이라 한다. '그런 책이 없다면 내가 쓰자고'

저자 나가이 다카히사는 공학을 전공하고 일반 회사에 다니다가 마케팅 전략 등을 강의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평생에 걸쳐 철학, 정치학, 사회학, 예술, 문학, 과학, 역사 등을 공부하였고 자신의 말로 녹여내 강연을 했고, 이것들을 한 권으로 엮은 책이 요즘 교양 필독서 87이라 할 수 있겠다.

저자는 묻는다. 왜 지금 교양을 공부해야 하는가?

인공지능이 모든(?) 질문에 대해 친절히 답을 해 준다는 요즘 세상에 굳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교양을 공부해야 할까 싶다. 그러나 아무리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문해력과 통찰력이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전략적 사고를 강의하는 저자의 말처럼 단순히 많이 아는 것과 그 단편적인 지식들을 융합하여 상황에 맞는 지혜와 통찰로 녹여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 능력은 다른 사람이나 인공지능이 저절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님이 분명하다.

부단히 읽고 생각하고 자신의 것으로 익혀야 하는 과정이 반복되어야 한다. 그럼 서말이나 되는 구슬을 어떻게 꿰어야 할까? 친절한 선생님의 코칭이 필요하다. 이 책의 장점은 어렵게만 느껴지는 고전을 학술적이지 않은 설명과 오늘날 상황에 맞게 접목하는 저자의 설명 스킬이 탁월하다. 그저 고전을 읽었다고 자족하는데 그치지 않고 오늘 내가 직면한 문제 상황에 어떻게 접목할지 실마리를 던져준다.

저자는 6개 분야에 걸쳐 87권의 책을 소개한다. 각 주제별로 시대순으로 배치하되 저서와 저자 간의 연관성 또한 설명해 준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며 도움이 된 것은 핵심 주제를 도식화해준다는 점이다. 이 책이 고전 원저를 온전하게 요약해서 소개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서두에서 권고하듯 이 책을 읽고 나서 기회가 되면 원서를 읽어보는 것도 좋을듯.

지적 대화가 그저 지식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지혜를 축적해 가는 시간이 되어야 할 터. 그런 여정에 이 책은 좋은 길라잡이가 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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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이 책은 연구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바쁜 현대인들이 교양을 몸에 익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도구일 뿐이다. 그러므로 흥기를 느낀 책이 있다면 원서에 도전해볼길 바란다.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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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비법 100문 100답 - 개정 증보판 100문 100답
곽상빈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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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족이란 말을 들어보거나 읽어 본 적이 있는가? 국어사전을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다. 의대생들이 방대한 양의 공부를 할 때 사용하는 방법을 줄여서 쓰는 말이라고 한다. 바로 '말로 된 족보'의 줄임말이다. 기출 문제 또는 매우 중요한 내용을 압축 정리해서 무한 반복하여 외우고 되새김질-무조건 외우기만 하는 것은 아니고 체계를 잡고 연상하는 등-하는 공부법이다.

열대야가 계속되어 신기록을 갱신한 2024년 여름 끝자락-희망 사항-에 두툼한 벽돌책을 한권을 읽었다. 무려 726쪽이다. 다행히 모든 챕터를 다 읽을 필요는 없었다. 독자가 응시해 보려 생각하는 부분을 골라서 읽으면 되니까. 예를 들어 수능을 준비하는 독자라면 7장 공무원 시험과 8장 전문직 시험 챕터는 건너 뛰는 식이다.

저자는 책 소개 뿐만 아니라 본문에서도 자신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진솔하게 풀어낸다.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와 겪게 된 시행착오를 담담하게 소개한다. 결론적으로 비법은 없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겪어보고 효과를 본 수험공부의 모든 것을 찬찬히 주제별로 설명한다. 객관식과 주관식 시험 공부 방법을 읽다보면 저자의 진심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이 내용을 독자 자신이 실천에 어떻게 옮길 것인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 책의 장점은 분명하다. 무려 37개에 이르는 전문직 자격 시험을 치러낸 저자가 입문자를 위해 숲을 그려주기 때문이다. 적어도 저자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독자가 반복하지 않도록 아낌없이-물론 독자는 책을 구입하고 읽는 수고를 다하지만-노하우를 알려준다. 저자는 단언한다. 합격하는 공부법은 따로 있다!. 무조건 열심히 하면 된다는 조언은 한정된 자원-시간과 에너지-을 가진 독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각 시험의 특성을 알고 접근해야 한다. 특히 주관식의 경우 출제자와 채점자가 어떤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는지 알아야 한다. 그에 맞춰 정해진 시간 안에 채점자의 눈에 드는 답안을 써낼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필기구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시험에서 요구하는 지식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핵심 키워드와 목차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시험을 잘 치르는 비법 아닌 비법이다.

지금 진학이나 취업을 위해, 또 제2의 인생을 위해 공부를 하고 있거나 시작하려고 고민하고 있다면 검증된 길라잡이 곽상빈의 멘토링과 코칭을 받아봄직하다. 덤. 부록도 흥미롭게 읽었다.

*** ***

정말 부족하다고 느낄 때, 그리고 실패와 좌절을 경험했을 때가 공부를 죽어라 해볼 타이밍이다. 공부를 하되 제대로 기본부터 시작해야 한다. (115쪽)

그럼 단기간에 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수험계획은 어떤 것인가? 나는 먼저 기출문제를 빠른 시간 안에 체계적으로 5번 훑어보고, 문제별로 빈도수를 체크해서 등급을 매긴 뒤 기본서에 챕터별 등급을 매기고 강약을 조절하며 기본서 회독수를 높여가는 순서를 추천한다.(172쪽)

전날 잘 자고 일어나면 시험장에 일찍 도착해서 문제를 풀어보며 감을 끌어올릴 수 있다. 시험을 치를 최고의 준비가 되는 것이다. (236쪽)

의식적으로 암기를 하는 과정은 분명 고통스럽다. 그냥 아무 생각 하지 않고 보는 것보다 높은 집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언젠가는 거쳐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시험장에서 구체적으로 내용을 떠올려 정답을 맞힐 확률이 높아진다.(268쪽)

공부를 많이 해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주관식이 생각보다 쉽다는 것이다. 객관식보다 쉽다고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주관식 시험은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고도의 사고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지하게 생각하며 목차를 정하고 논리구조를 짜서 답안지를 작성하는 훈련만 제대로 해주면 객관식에서 보일 수 있는 실수나 오류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시험에서 안정적으로 합격할 수 있다. (301쪽)

손에 책을 잡았으면 처음에는 목차 위주로 보면서 책 전체에 무슨 내용이 담겼는지 추측해보는 것이 좋다. 그러고는 빠르게 책 읽기에 돌입한다. 이때 잘 이해되지 않거나 어려운 문장이 나오더라도 멈추지 말고 진도를 나가야 한다. 책을 다 읽은 뒤 그 부분을 다시 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될 것이다.(618쪽)

매번 똑같은 생각과 주인을 반복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면 스스로 자의식을 개조할 필요가 있다. 즉 완전히 새로운 내가 되어야 한다. 자의식을 바꾸려면 우선 의식의 바닥부터 뒤집어엎어야 한다. (6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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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하버드대학 세계 고전 - 수능 세대의 문해력과 문장력을 높이는 세계 고전 읽기 10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정인호 지음 / 팬덤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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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스마트폰이나 전자북 전용 리더기로 책을 읽는 빈도가 늘었다. 전자북은 휴대가 편하다. 수백권을 담아 다닐 수도 있다. 그런데 전자북을 책으로 보지 않는 이들도 있다. 종이책은 생각의 훈련이 이뤄지는 3차원의-종이 한 장의 상하좌우와 두께- 좌표를 가진다고 설명한다. 이 좌표를 갖고 인간의 뇌에서 장소 세포들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공간적 위치와 사물의 배치를 감지한다. 전자북과 다른 점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들리는 사삭하는 소리는 뇌리를 자극한다. 아무리 전자북에 효과음을 넣어도 손가락과 눈과 귀가 동시에 반응하는 경험을 대신하긴 어려울 터.


책읽기의 즐거움을 어려서부터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시험 문제를 잘 풀기 위한 독서가 아니라 선현의 지혜를 배우고 익히는 법열-깨달아 아는-의 기쁨을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은 누구나 고전 읽기를 권한다. 유행을 타는 동시대의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고전이라 함은 수천년 동안 버림 받지 않고 계속하여 독자들의 선택을 받는 스테디셀러라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시대를 거스르는 보편적인 또는 절대적인 진리에 근접한 통찰의 집합체라 할 수 있겠다. 


장맛비가 추적거리는 주말 오후에 찬물로 몸을 씻고 나서 뜨거운 커피 한 잔 홀짝이며 각을 잡고 읽은 책. '10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하버드 대학 세계 고전은 그저 그런 류의 요약서로 보였다. 제목이 너무 뻔해 보여서 그랬다. 수능 세대의 문해력과 문장력을 높여주는데 도움을 주는 건강(?) 도서라 할 수 있겠다. 막상 한 권씩 읽어나갈 때마다 저자의 수고로움이 느껴진다. 방대하고 심오한 고전 한권 한권을 먼저 읽고, 씹어서 먹여주는 어미새처럼. 단순한 요약에 그치지 않고 저자의 단상을 곳곳에 더해 주어 고전 읽기의 길라잡이를 충분히 해준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을 때 수백년 전에 씌여진 치국론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에 놀랐다. 왕(오늘날의 대통령이나 총리)은 선인과 악인의 경계에 선 사람이어야 한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직언에 가슴이 서늘해진다. 과연 오늘날 정치와 경제, 문화, 체육 각 방면의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들은 고전을 통해 전해지는 선현들의 경종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있을까? 그들을 탓하기 전에 그런 자들을 분별하지 못하는 나를 비롯한 대중들-헌법상 주권자들-의 게으름을 먼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먼저 인생을 살아낸 선각자들의 저작을 통해서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지혜를 배우기 위함.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이 된다면 정인호 작가의 안내를 따라 고전 읽기 순례를 하며 무더운 여름을 지나가는 것도 유익하겠다.   


*** ***

민중을 사랑하고 상냥하고 인도적이며 겸손하며 정의를 사랑하고 잔인함을 혐오했던 이들이 비참한 최후를 맞아야 했던 이유는 뭘까? 바로 권력을 지탱하는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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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최전선 -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 역사 그리고 마음에 대해
앤서니 그레일링 지음, 이송교 옮김 / 아이콤마(주)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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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다. 반지성이 상식과 지성을 이기는 상황이 과거에도 있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스마트폰이 일상을 바꾼 현대 사회에서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서적보다 유*브, 인스*그램, 틱* 같은 동영상 매체의 영향력이 그 어느때보다 커졌다. 사람들은 긴 글보다는 짧은 글을 좋아한다고 한다. 글을 읽을 줄은 알아서 명목상 문맹은 아니지만, 맥락을 이해하는 문해력에는 문제가 많다고 한다. 


돌이켜 보면 중고생 때 교과서로 배웠던 여러 가지 정답들-당시 시험 문제를 기준으로-이 오늘날에는 그렇지 않는 사례가 많음을 알게 된다. 역사가 그렇고 과학의 영역 또한 그렇다. 고고학자들이 새롭게 발견한 과거의 유적과 유물은 기존의 교과서를 새로 기술하게 만들었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수십년 간 천문학의 지평을 넓혀 왔다. 거기에 더해 최근에 우주에 띄운 제임스 망원경은 허블이 미치지 못한 영역을 더 넓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우주, 인간, 생명 기원에 대한 인류의 호기심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새로운 지식을 더해 왔다. 그 과정에서 종교와 과학은 끊임 없이 대화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극렬한 대립을 하기도 했다. 종교는 아직도 과학의 영역에서 규명해 내지 못한-아마도 영원히 도달하지 못할 수도- 우주와 인간, 생명의 기원에 대한 설명을 한다. 종교의 영역은 그 가설을 실험으로 교차 또는 반복하여 입증할 없다. 그렇다고 해서 과학이 인간의 호기심에 대한 답을 선명하게 모두 제시한 것도 아니다. 다만 한 걸음씩 꾸준히 진보해 나가고 있는 과정이다.


이번에 읽은 책 '지식의 최전선'은 추천사와 달리 쉽게 읽혀지지 않았다. 과학과 종교, 인간에 대한 이해-두뇌와 마음-와 지식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기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저자 앤서닌 그레일링은 철학자이자 작가, 교수로 철학, 과학, 역사, 심리학을 통섭하는 강연과 저술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 꾸역꾸역 제1부 과학을 읽어 내고, 제2부 역사를 거쳐 제3부 두뇌와 마음까지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그간 인류가 축적한 지식이 최신으로 업데이트됨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신념을 절대시하는 것은 자유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시험 문제의 정답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다. 저자는 수천년이 넘는 인류의 지식 탐구 활동을 '지식을 통해 믿음에서 무지로 넘어왔다(440쪽)'고 말한다. 믿음은 서구의 주류 종교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것을 다 안다고 하는 믿음에서, 인류는 자발적으로(?) 무지의 길을 선택했다?. 근대에 접어 들면서 종교의 굴레를  벗어나 과학과 철학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서구 사회가 그렇다. 


그렇다고 과학과 종교가 서로 대립만 하는 영역일까?  그렇지 않다. 인간은 지식의 최전선에 다가갈수록 여전한 미지의 영역-무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절대자를 찾게 된다. 우주와 인간의 기원은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자 이미 답이 주어졌다고 말하면 지나친 억측일까?  지식의 최전선에 서서 여전히 혐오와 반지성으로 싸우는 군상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진지하게 일독 아니 이독, 삼독을 할 책이라 생각한다. 


*** ***

인류는 확실한 믿음에서 불확실한 지식을 향해 진전해 왔다. 지식을 통해 믿음에서 무지로 넘어 왔다. 지금 우리는 '지식으로 가득 찬 새로운 무지'라는 놀랍고도 역설적인 상태에 와 있다. 


지식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것을 배우고 통달했지만, 산을 오르는 등반가들처럼 더 높이 올라갈수록 우리의 무지도 더 넓게 펼쳐지는 광경을 목도하고 있다. 


지식의 최전선 자체가 지평선 저 너머에 놓여 있어서 차마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4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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