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세계사 인물사전
야마사키 케이치 지음, 이유라 옮김 / 로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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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주변 정리가 잘 안되고 마음이 분주할 때는 일본 영화를 보곤 한다. 일본 감독들의 연출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어 보인다. 잔잔하고 따뜻한 시선과 마음을 감싸주는 배경음악에 몸을 뉘이다 보면 어느 순간 지나치게 가라앉은 자신을 발견하는 경험이 종종 있었다. 이런 경험은 일본인 저자들의 여러 장르 책에서도 비슷하게 겪곤 한다. 우리보다 서구 문명을 먼저 받아들이고 수많은 모방과 창작을 쌓아올린 내공이 오늘날까지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가 읽은 유년 시절의 세계 명작의 대부분은 영어 원본을 일본어로 번역한 것을 다시 우리말로 중역한 것이란 것을 머리가 굵어진 다음에야 알게 되었다.

열대야가 심한 여름 밤에 조금씩 읽어내려간 사전 같지 않은 세계사 인물사전 또한 일본의 고등학교 교사가 만든 책이다. 저자 야마사키 케이이치는 학생들의 수업 교육용으로 유튜브 영상을 제작했는데 그것을 바탕으로 인물사전을 펴냈다. 세계사를 수놓은 기라성 같은 인물들 중에 231명을 소개하는데 모두 10장에 걸친 테마별로 분류했다. 고대부터 중세, 근대와 현대에 이르는 시대별 구분과 유럽과 중동, 인도, 중국 등 지역별 구분은 여느 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눈에 띄는 테마가 있다. 제6장 하나되는 세계, 제7장 혁명의 시대, 제8장 제국주의와 세계 대전이 그것이다. 교통과 산업 기술의 발전은 대항해 시대와 산업 혁명기를 거쳐서 세계 각국은 고립이 아닌 개방-원하든 원하지 않든-에 직면하게 된다.

유럽과 중국이 각자의 영토 범위 내에서 살아가던 시절이 있었다. 명나라 초기 환관 정화는 대규모 원정대를 이끌고 인도양을 거쳐 아프리카 해안까지 대국의 위용을 과시하고 귀환한다. 이후 중국은 더 이상 국외 진출을 꾀하지 않고 내치에 집중한다. 그만큼 부강했고 인구 또한 순증했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 각국은 민족과 종교-신교와 구교 간의 갈등, 이슬람의 도전 등-, 왕정과 공화정의 대립 등 많은 문제와 직면하는 동시에 외세의 도전에도 응전해야 했다. 때문에 그들은 좁은(?) 영토에 만족하지 않고 미지의 식민지를 개척하는 새로운 경쟁의 시대를 시작했다. 저자는 이런 격변기에 활약했던 수많은 리더를 소개한다.

이 책 또한 사용 설명서가 있다. 15쪽에 있는 표를 주목하면 이 인물 사전의 얼개를 한 눈에 볼 수 있겠다. 세계사의 흐름을 머리에 담아 둔 다음 저자가 설정한 3가지 시점을 가지고 각 인물을 이해하는 여정을 떠나면 된다. 1) 공감하며 이해하라. 2) 배경을 깊이 알아야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3) 현재와와 접점을 연결해서 그 인물을 이해하려 노력하라. 이런 기준을 갖고 저자는 1~2쪽 분량으로 한 인물을 오롯이 담아낸다. 특히 저자가 밑줄 친 부분을 주목해 보라. 저자의 안목으로 인물 평가와 사건 분석을 한 부분인데 이 사전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물론 매우 간략한 분량이라 인물과 사건에 대한 단편적인 선입견을 줄 우려도 있다. 단정적인 표현도 있으니 보다 폭넓은 독서와 공부를 위한 마중물 정도로 활용하면 이 사전의 쓰임새는 다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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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성기는 쇠퇴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국내 정세가 안정되고 고구마나 옥수수 등 폭넓은 기후 조건에서 재배하는 작물이 유입되자 인구가 급증하여 건륭제의 치세 동안 약 2억 명에서 3억 명으로 인구가 1억이나 늘어났습니다. 갑자기 인구가 늘었으므로 토지는 급격히 부족해졌고 백성들의 불만이 시작되었습니다 . (194p)

2012년 개봉한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의 무대가 바로 7월 왕정 시대의 프랑스입니다. 영화 속에서 큰 코끼리 조각상 장면에서 시작되는 소년 가브로슈를 중심으로 한 장면이 있습니다. 빈민가 민중들이 배경에 있고 가브로슈가 '예전에 혁명을 일으켜서 민중들이 왕을 타도했지만, 새로운 왕도 지독한 왕이다'라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입니다.(25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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