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임팩트
이주선 지음 / 굿인포메이션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에 이어 2번째 재난(상생) 지원금을 신청했다. 평소 잘 이용하지 않던 동네 조그만 가게를 이용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20년 전만 해도 인터넷 전자상거래란 말이 생소했다. 시장이 이렇게까지 커질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서점에 가지 않아도 책을 고르고 주문할 수 있어 신기해 했던 것이 그리 멀지 않은 기억이다. 초가집과 호롱불을 경험했던 세대들은 어쩌면 가장 급변하는 세상을 살아내고 있을 것이다. 어릴 적 읽은 황당한 공상과학소설의 내용은 이제 대부분 현실이 되었다.

몇 년 전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컴퓨터 그룹 ‘알파고’의 대국이 화제가 되었다. 기대와 달리 인공지능의 승리였다. 그 당시 놀랐던 기억은 다른 데 있었다. 이 사건 이후 정부에서 단기간에 인공지능 기술개발을 하도록 예산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사실 앒파고는 어느 날, 단기간에 뚝딱 출현한 것이 아님에도 말이다. 반세기 넘는 오랜 기간 동안 축적된 연구개발 자산-성공과 실패로 쌓여진- 위에서 일구어낸 성과를 단기간의 예산 투입으로 따라 잡으라는 요구는 무리가 아닌가 한다. 물론 우리 연구진들은 과거 이와 같은 상황에서 기적과 같은 성과를 거둔 선례를 여럿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인공지능 기술은 단지 코딩 등의 기술적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명과 암의 양면의 결과를 같이 가져왔다. 4차 산업혁명의 이면에는 윤리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일자리 문제도 정부와 기업의 고민거리로 따라올 것이다. 이런 급변을 불러오는 인공지능의 정체와 우리 사회와 삶에 미치는 파장을 예리하게 파헤친 책이 있다. 기업 임원을 거쳐 대학에서 산업조직론, 법경제학, 기업경제학 등을 강의하고 있는 이주선 박사가 쓴 신간 ‘AI 임팩트’가 그것이다.

저자는 먼저 AI의 역사, AI가 지능을 가지게 되는 과정, 향후 일자리와 경제에 미칠 영향력, 정부와 개인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적절하게 설명하고 질문을 던진다. 인공지능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아직까지 인간을 완벽하게 대신할 수준까지 이르지는 않았다. 현존하는 인공지능은 사람의 지시에 따라 주어진 일을 수행하는 정도다. 스스로 문제를 생각해서 해결할 수 있는 범용인공지능(AGI) 단계는 아직 요원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언젠가는 도달할 목표점이라고 전망한다.

저자는 4장과 5장에서 인공지능이 일자리와 경제에 미칠 영향과 시장과 정부 정책에 초래할 파장을 살펴보고 대응방안을 같이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은 말은 쉽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를 이루는 각 주체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살피고 준비해야 할 작업들을 시작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몰고 올 파장은 정부, 기업, 학교, 가계, 개인 모두에게 예외없이 영향을 줄 것이다. 폭풍우가 오기 전에 배수로와 창문 등을 점검하는 것처럼 인공지능 쓰나미를 미리 대비하는 숙제가 우리에게 주어졌다.

***********

인공지능이란 사람이 수행하는 지능적인 작업을 기계인 컴퓨터가 모방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기술을 의미하며, 인간의 지능을 컴퓨터로 구현해서 궁극적으로 출현하는 '생각하는 기계'이다. 그러므로 인공지능은 자신의 목적 달성에 맞는 지능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 최종적인 도착지가 될 것이다. (35p)

이런 추세를 보면서 일부 전문가들과 미래학자들은 머지않은 장래에 사람과 같은 '지능'을 가지거나 사람을 능가하는 초지능이 나타나는 특이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기술적으로 현재 각광을 받고 있는 딥러닝은 인간의 지능에 접근할 만한 그런 수준이 아니라 여전히 기술발전의 초보단계에 있고, 해결할 수 있는 특정 문제나 영역에서는 사람을 능가할 정도로 탁월한 능력을 보이나,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나 영역이 여전히 훨씬 많고, 사람과 같이 광범위한 영역에서 자유자재로 그렇게 하는 것은 아직도 너무나 요원한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116p)

그들에 의하면 2-3개월 된 아기들의 학습 메커니즘은 기존에 생각해 왔던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정교해서 태어나자마자 세상의 기본적인 것들을 이해할 수 있다." 갓난아이들은 실험과 관찰을 통해서 세상에 있는 많은 데이터를 얻고, 인지능력을 발전시킬 때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사용해서 그렇게 한다.(135p)

d과연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친 산업혁명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인공지능을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에서 발생할 경제적, 사회적 변화의 예측에 유효한 경험이 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이미 앞 장들에서 살펴본 것처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공지능 중심 기술혁신이 생산활동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사람과 기계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87p)


이미 산업 3.0이라 불리는 ICT 혁명이 진행되면서 이런 현상은 점점 더 강화되어 왔고,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들에서 소득 불평등과 일자리 부족 문제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대립구조의 확대가 핵심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ICT 혁명 기간 동안 예상과는 달리 생산성의 향상과 경제성 장은 기대에 못 미친 반면, 일자리는 예상보다 상당히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소득 불평등에 대한 불만과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이의 제기가 거의 모든 나라에서 예외없이 나타나 정권이 교체되거나 정치체제 자체가 붕괴되는 상황이 빈번해진다. (255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