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게임 - 심리 편향에 빠진 메이저리그의 잘못된 선택들
키스 로 지음, 이성훈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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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이드 게임. 이 책은 매우 특이하다. 단순한 이론이 아닌 메이저리그의 속살을 그대로 보여주는 다큐같은 느낌이 든다. 저자 키스 로(Keith Law)는 야구 전문 칼럼리스트, 기자로 활약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류현진 선수가 활약하고 있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구단에서 스탯(Stat) 분석을 총괄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력을 가진 저자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선수를 트레이드하거나, 경기 중 교체 타이밍을 잡을 때 저지르는 뼈아픈 패착들의 원인을 나름의 관점으로 정밀하게 분석한 책이 바로 인사이드 게임(INSIDE GAME)이다.

 

이 책은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인 사람들이 읽기에는 어려운 전문 용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국내 야구를 즐겨 보는 사람에게도 생소한 메이저리그의 내밀한 의사결정 과정과 선수들의 역량을 분석해서 수치로 객관화한 수많은 자료들은 생경할 수도 있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가을야구 또는 우승이라는 목표를 위해 기존 선수를 방출 또는 트레이드하거나, 자유계약(FA) 선수들을 영입하기도 한다. 또는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서 유망주를 확보하는 경쟁을 펼친다. 이러한 일련의 전력 보강과 감독 등 코치진, 구단 운영진의 지원, 홍보와 마케팅 등을 통해서 각 구단들은 우승을 목표로 시즌을 준비-스토브 리그-하고, 시즌 내내 총력을 다한다.

 

저자는 치열한 경쟁의 장인 메이저리그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판단의 오류를 심리학적 개념들을 동원하여 설명을 시도한다. 기준점 편향, 가용성 편항, 집단 사고, 기저율 무시, 최신 편향, 현상 유지, 모럴 헤저드, 매몰 비용, 낙관 편향 등등. 위와 같은 개념들은 실제 메이저리그에서 일어난 일들을 전현직 구단 임원들로부터 저자가 인터뷰한 내용들과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분석한 것을 기반으로 설명한 것들이다.

 

저자는 말한다. 빅데이터와 경험을 축적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실패하는 의사결정을 되풀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야구와 선수들, 구단들을 중심으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지혜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꼭 야구 경기만을 위한 것이 아닌 다른 분야에도 응용하고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직이나 기업, 집단이 아니더라도 개인 또는 가정의 중대한 의사결정 과정 중에도 이 책에서 언급하는 심리 편향의 부작용을 회피한다면 보다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월드시리즈에서 통한의 홈런 2방을 허용한 청년 김병현의 에피소드도 잊지 않고 기록하고 있다. 그라운드에 털썩 주저앉은 김병현의 영상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저자는 당시 감독의 투수 운용의 문제점을 예리하고 지적한다. 축적된 데이터는 현재 또는 다가올 일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것은 그간의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해서 증명되었다. 야구를 가끔 보는 입장에서 이 책은 경기 외적인 선수와 감독, 구단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애리조나의 마무리투수는 22살의 한국투수 김병현이었다. 언더핸드 투구폼 때문에 종종 '잠수함'이라고 불리는 투수였다. 대부분의 투수들이 위쪽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궤적의 공을 던지는 '오버핸드' 투구폼인 반면, 잠수함 투수들의 공은 타자들이 볼 때 땅에서 올라오는 것처럼 보인다. 김병현은 1년 내내 잘 던졌지만, 팔 스윙이 낮은 대부분의 투수들처럼 플래툰 스플릿, 즉 좌타자보다 우타자를 훨씬 잘 잡는 경향을 보였다. (중략) 2001년 김병현은 좌타자에게 난타 당하지는 않았지만 우타자에 비해 고전한 것은 분명했다. 시즌 내내 홈런 10개를 맞았는데 그 중 8개를 좌타자에게 허용했다. 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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