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시선은 따뜻함과 서늘함 사이를 오간다. 약자들에게는 따뜻함을, 위선자들에게는 서늘함을 느끼게 하는 김장성 작가의 시선은 그림책 독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메세지들을 담고 있다. 임대 아파트에 사는 아이가 "여기 우리 집 아니야? 임대에 살면 부끄러운 거야?"라고 물을 때, 엄마가 아이를 꼭 안아주며 "우리가 살고 있으면 우리 집이지.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부끄러운 거야." 라고 대답하는 그림책만을 이야기 하는 건 아니다. <위를 봐요!>를 읽으며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을 생각하고 이사간 떡볶이집을 찾아 모험을 디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중한 하루>를 읽으며 젠트리피케이션을 논하는 작가의 에세이들. 글마다 적힌 원고의 날짜를 보면 이 책은 하루 아침에 쓴 글들이 아니라 길게는 십 년 전부터 썼던 칼럼들을 엮어서 낸 에세이집 같다. 켜켜이 쌓인 기록 속 사건들을 보며 다시금 생각에 잠긴다. 아, 이런 일이 있었지, 이건 아직도 해결이 안됐지, 이런 일은 아직도 있지! 그림책에게서 희망을 찾는다는 나이브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림책을 읽으며 사람과 괴물 사이에서 사람과 비슷하게 살아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고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