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가족의 탄생 진구 시리즈 3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군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재미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한국추리소설답지 않다고...

 

마침 책을 읽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상당히 빠르게 읽었습니다. 가독성 면에서는 합격입니다. 내용의 측면에서는 솔직히 기대만큼은 아니었습니다. 기대가 너무 컸는지도...

    

소설의 첫 장면은 강렬했습니다. ~~~ 괜찮겠는데? 그런데... 첫장면과는 무관한 내용의 소설이 전개됐습니다. 물론 소설의 중간에 첫 장면이 등장하는 이유가 제시되고 마지막에 첫장면 이후의 장면이 제시되고 앞으로의 새로운 사건이 이어질 것임을 암시하며 끝나기는 하지만... 한 마디로 첫장면에 낚였다고나 할까요?

    

소설의 주인공은 사설탐정이자 백수라고 할 수 있는 김진구입니다. 그에게 이교준이란 남자가 이상한 의뢰를 하면서 소설은 전개됩니다. 교통사고로 아내 유정을 잃은 교준은 아내의 두 언니(남고운과 남문영)에게 장인 남현호의 유산이 상속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의뢰를 하는 것이죠. 현재 장인의 상속인은 새어머니(유재연), 처형 두 명, 그리고 교준의 딸 아름입니다.(상속인인 남유정은 죽고 아름이는 갓난아기이기 때문에 실제 상속인은 이교준입니다.) 교준은 아내의 죽음에 두 언니가 개입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진구에게 상속을 막아달라 의뢰를 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진구는 이교준의 의뢰인이 되고 이에 위기를 느낀 남고운과 남문영은 변호사 고진에게 새어머니와 제부인 이교준이 상속을 못하게 해달라고 의뢰를 합니다. 결국 100억을 둘러싼 한 집안의 막장드라마가 시작된 것입니다. 이후에도 이야기는 상당히 꼬이고 엉키며 전개됩니다. 남유정 사고의 가해자와 남고운의 남편의 관계, 이교준과 가해자의 관계, 남유정의 정부 원경호의 등장, 유재연의 임신 등. 그렇기 때문에 가독성이 좋고 이후에 또 어떤 사건이 전개될 것인지가 궁금해지는, 상당히 잘 짜여진 각본처럼 내용이 전개됩니다.


하지만...

일단 문체가 매끄럽지 못합니다. 뭔가 뚝뚝 끊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자 소개를 보니 S대를 나온 현직 판사... ㅎㄷㄷ 그리고 꽤 많은 소설을 썼고 한국추리문학대상도 받았습니다. 꽤 잘 나가는 추리소설 작가인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건물의 뼈대와 골조는 무척 튼튼한데 세부적인 마감이 부실하게 느껴졌습니다. 작은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는 구조는 어느 정도 감탄을 자아내지만 그 사건이란 것들이 현실성이 다소 떨어집니다. 제가 꽉 막힌 삶과 사고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의 행적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이렇게 막장드라마같은 삶이, 이 뻔뻔함과 교활함이 보편적인가 하는 물음... 그렇기에 소설을 빨리 익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재미있다 내지는 인물의 선택과 행동에 공감이 간다 하는 정도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무엇보다 문장과 문장의 연결성이 자꾸 눈에 거슬려서 썩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이 작품에서 특이한 점은 돈보다는 사람, 가족을 중시하는 인물의 모습입니다. 물론 그 모습 자체가 왜곡된 모습이라고는 해도... 가족을 형성하기 위해 일반인은 상상할 수 업는, 천륜을 저버리는 인물. 쉽게 공감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뻔뻔하게 돈을 노리고 달려드는 사람보다 심정적인 면에선 더 공감이 갈 수도 있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흔히 말하듯 목적이 옳다고 해도 그 과정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순수한 목적성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 과정까지 순수해야 주위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죠. 어찌보면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때, 인간의 교활함과 간악함이 극에 달하는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왜곡된 심리는 나와 주변인들에게 비수로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고요. 가족의 형성하기 위한 인물의 교묘한 술수는 결국 가족의 해체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돈을 보고 불나방처럼 남현호이 집에 모여든 다른 이들 역시 가족의 해체에 적극 기여하는 인물이고요. 결론적으로 '가족의 탄생'은 인간과 인간이 모여 한 가족을 이루는데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가를 역설적으로 말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도진기 작가의 작품에서는 고진 변호사가 더 중심인물인 것 같습니다. 고진 변호사가 중심인 '유다의 별'을 탈고하고 비교적 짧은 시간에 쓴 소설이라고..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지 않아서 이전의 작품들에서 고진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전혀 알 수 없지만 고진이란 인물의 문제해결방식도 김진구와 유사하지 않을까 합니다. 작은 단서에서 천재적인 두뇌와 과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한 추리... 뭐 사실 현대추리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탐정의 모습이기도 하죠. 그리고 진구나 고진 모두 평범한 삶을 살지 않는다는 것도... 아무튼 작가후기에서 이 작품은 '도진기 월드'의 뼈대가 된다고 합니다. 진구와 고진, 이탁오와 진구, 이탁오의 궁극의 계획... 서두에 언급했지만 이탁오 박사와 진구, 고진이 등장하는 작품이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은데... 작가의 후속작을 읽게 될 지는 알 수 없으니...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특히 사건 해결과정에서 드러나는 천재적이면서 세밀한 사건 분석은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합니다. 다만 저처럼 추리 외의 부수적인 면을 신경쓰는 이라면 또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는 작품입니다. 결국 선택과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돌아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일반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제목이 상당히 엽기적입니다. 하지만 내용은 전혀 엽기적이지 않고 순수하고 맑은 청춘 남녀의 사랑이야기입니다. 상당히 가볍게 읽을 만한 소설인데 일본에서의 인기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2016년 쓰타야 서점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 2016년 토한 베스트셀러 문예서 1위에 오른 책입니다. 일본에서만 78만 부 이상 판매됐다고 하니 상당히 인기있는 책임에 분명합니다. 이 책은 저자인 스미노 요루의 데뷔작으로 소설 투고 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했을 무렵, 라이트 노벨 작가인 이토 키쿠의 눈에 띄어 출판되었다고 합니다. 올 여름 영화로도 개봉예정이라고...

소설의 첫 장면에서 결말이 제시됩니다. 이제 문제는 그 결말까지 얼마나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끌고 가냐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꽤 성공한 듯 보입니다. 상당히 재미있게 쭉쭉 책장이 넘어갑니다. 중간중간 엷은 웃음을 띄게도 하고 때로는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궁금함으로 책장은 빠르게 넘어갑니다. 책을 빠르게 읽는다면 4시간 정도? 천천히 읽어도 앉은 자리에서 끝을 볼 수 있을 정도의 재미와 가벼움 혹은 상쾌함을 지닌 책입니다.

'나'는 지극히 조용하고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는, 그러면서 책과 도서관을 좋아하는 학생입니다. 그런 내가 맹장수술의 실밥을 뽑기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발견한 공책 한 권... ‘공병(共病)문고’  몇 문장 읽고 공책을 덮었을 때 들려온 목소리. 예쁘고 명랑한 같은  반 친구(?) 사쿠라가 나타나 공책이 자신의 것이라고 말합니다. 당황한 나, 그리고 환한 미소를 짓는 사쿠라. 그리고 그녀는 학교 친구들에게 자신의 병을 비밀로 해 달라 부탁합니다. 그 후 그녀와 나는 비밀을 공유하는 친구가 되고 같이 도서관 도우미 역할도 하게 됩니다. 이 후에는 익히 짐작할 만한 내용-흔히 보이고 읽히는 청춘 남녀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 가는-이 전개됩니다. 무한리필고깃집에도 가고 디저트뷔페도 가고 신칸센을 타고 여행도 가고... 그리고 전혀 어울리는 않는 두 남녀에 대한 친구들의 관심과 질투가 자연스럽게 생기고 연적과도 같은 존재도 나타납니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결말...


글쎄요... 나이가 꽤 들어서인지 사쿠라와 나의 사랑이야기가 참 맑게 다가왔습니다.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순수한 젊은 남녀의 모습. 거기다 죽어가는 여학생과 은둔형 외톨이나 다름없는 남학생의 사랑. 한 쪽은 밝고 명랑하고 예뻐서 많은 이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반면 다른 한 쪽은 없어도 누구 하나 쉽게 눈치채지 못할 반투명인간이나 다름없는 학생. 누가 봐도 어울리지 않는 두 남녀가 은밀한 비밀을 공유하면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상(물론 이 일상이 사쿠라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정말 꼭 해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였습니다.)... 비슷한 나이라면 가슴을 설레며 읽을 수 있고, 저처럼 나이가 꽤 됐다면 지난 청춘을 떠올리며, 아쉬워하며 읽을 만한 책입니다. 재미있게 읽었네요 ㅎㅎ


 

하지만 이 정도 입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 순수하고 안타까운 사랑에 공감하며 아쉬워하는 정도의 마음만 있으면 누구에게나 괜찮은 책입니다. 물론 막판의 반전이나 마지막까지 '나'의 이름을 밝히지 않으며 궁금증을 자아내는 부분이 있지만... 그 궁금증은 왜 궁금해 했나?하는 자책을 동반할 만큼 아무런 단서나 실마리가 되지 않습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영화의 맥거핀(macguffin)정도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마 작가도 이런 정도의 효과를 노리면 '나'의 이름을 숨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상당히 유치하게 다가오기는 합니다. ㅎㅎ


'사랑해'라는 말은 가장 쉽고도 어려운 말일 것입니다.

'사랑해'라는 말은 이 세상 그 어떤 단어보다 순수하고 맑은 말일 것입니다.

'사랑해'라는 말을 꼭 해야 하는 순간, 미처 하지 못해서 후회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참 많을 것입니다.

'사랑해'라는 말은 결코 남발해서도 안 되지만, 결코 아껴서도 안 되는 말입니다.

'사랑해'라는 말은 지금 내 옆의 소중한 사람에게 소중한 마음을 담아 전달해야 하는 말입니다.

'사랑해'라는 말을 피부 깊이 느끼고 싶다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