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일반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제목이 상당히 엽기적입니다. 하지만 내용은 전혀 엽기적이지 않고 순수하고 맑은 청춘 남녀의 사랑이야기입니다. 상당히 가볍게 읽을 만한 소설인데 일본에서의 인기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2016년 쓰타야 서점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 2016년 토한 베스트셀러 문예서 1위에 오른 책입니다. 일본에서만 78만 부 이상 판매됐다고 하니 상당히 인기있는 책임에 분명합니다. 이 책은 저자인 스미노 요루의 데뷔작으로 소설 투고 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투고했을 무렵, 라이트 노벨 작가인 이토 키쿠의 눈에 띄어 출판되었다고 합니다. 올 여름 영화로도 개봉예정이라고...

소설의 첫 장면에서 결말이 제시됩니다. 이제 문제는 그 결말까지 얼마나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끌고 가냐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꽤 성공한 듯 보입니다. 상당히 재미있게 쭉쭉 책장이 넘어갑니다. 중간중간 엷은 웃음을 띄게도 하고 때로는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궁금함으로 책장은 빠르게 넘어갑니다. 책을 빠르게 읽는다면 4시간 정도? 천천히 읽어도 앉은 자리에서 끝을 볼 수 있을 정도의 재미와 가벼움 혹은 상쾌함을 지닌 책입니다.

'나'는 지극히 조용하고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는, 그러면서 책과 도서관을 좋아하는 학생입니다. 그런 내가 맹장수술의 실밥을 뽑기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발견한 공책 한 권... ‘공병(共病)문고’  몇 문장 읽고 공책을 덮었을 때 들려온 목소리. 예쁘고 명랑한 같은  반 친구(?) 사쿠라가 나타나 공책이 자신의 것이라고 말합니다. 당황한 나, 그리고 환한 미소를 짓는 사쿠라. 그리고 그녀는 학교 친구들에게 자신의 병을 비밀로 해 달라 부탁합니다. 그 후 그녀와 나는 비밀을 공유하는 친구가 되고 같이 도서관 도우미 역할도 하게 됩니다. 이 후에는 익히 짐작할 만한 내용-흔히 보이고 읽히는 청춘 남녀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 가는-이 전개됩니다. 무한리필고깃집에도 가고 디저트뷔페도 가고 신칸센을 타고 여행도 가고... 그리고 전혀 어울리는 않는 두 남녀에 대한 친구들의 관심과 질투가 자연스럽게 생기고 연적과도 같은 존재도 나타납니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결말...


글쎄요... 나이가 꽤 들어서인지 사쿠라와 나의 사랑이야기가 참 맑게 다가왔습니다.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순수한 젊은 남녀의 모습. 거기다 죽어가는 여학생과 은둔형 외톨이나 다름없는 남학생의 사랑. 한 쪽은 밝고 명랑하고 예뻐서 많은 이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반면 다른 한 쪽은 없어도 누구 하나 쉽게 눈치채지 못할 반투명인간이나 다름없는 학생. 누가 봐도 어울리지 않는 두 남녀가 은밀한 비밀을 공유하면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상(물론 이 일상이 사쿠라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정말 꼭 해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였습니다.)... 비슷한 나이라면 가슴을 설레며 읽을 수 있고, 저처럼 나이가 꽤 됐다면 지난 청춘을 떠올리며, 아쉬워하며 읽을 만한 책입니다. 재미있게 읽었네요 ㅎㅎ


 

하지만 이 정도 입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 순수하고 안타까운 사랑에 공감하며 아쉬워하는 정도의 마음만 있으면 누구에게나 괜찮은 책입니다. 물론 막판의 반전이나 마지막까지 '나'의 이름을 밝히지 않으며 궁금증을 자아내는 부분이 있지만... 그 궁금증은 왜 궁금해 했나?하는 자책을 동반할 만큼 아무런 단서나 실마리가 되지 않습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영화의 맥거핀(macguffin)정도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마 작가도 이런 정도의 효과를 노리면 '나'의 이름을 숨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상당히 유치하게 다가오기는 합니다. ㅎㅎ


'사랑해'라는 말은 가장 쉽고도 어려운 말일 것입니다.

'사랑해'라는 말은 이 세상 그 어떤 단어보다 순수하고 맑은 말일 것입니다.

'사랑해'라는 말을 꼭 해야 하는 순간, 미처 하지 못해서 후회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참 많을 것입니다.

'사랑해'라는 말은 결코 남발해서도 안 되지만, 결코 아껴서도 안 되는 말입니다.

'사랑해'라는 말은 지금 내 옆의 소중한 사람에게 소중한 마음을 담아 전달해야 하는 말입니다.

'사랑해'라는 말을 피부 깊이 느끼고 싶다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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