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의 대법원장은 한국과 달리 종신직이어서 사법권의 독립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의 대법원장이 정권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정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을 보면 일리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한 자리에 한 사람이 오래 앉아있는 경우에도 부패가 생기기 쉽지 않은가. 우리나라에서 '철밥통'의 인식이 안좋기 때문에 더 부정적으로 보이는 것일까?
2. 내가 아는 실용주의의 개념은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인데.. 이 책에서는 이론이 실제로 증명을 내세워야 받아들여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이 개념은 실증주의에 가까운 것 같은데.
또한 링컨의 노예해방정책을 정치적 실용주의로 보는 시각은 위험하다고 본다. 노예 문제는 인권의 관점에서 봐야하는데 링컨이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은 마땅히 비판받을 일이라 생각.
개인적으로 실용주의에 대해 견해를 덧붙이자면,
인간과 인간 사회는 복합적, 다면적인데 효율과 효용 만으로 이끌어나가려는 것은 저차원적 태도이다. 정의나 인권과 같은 상위 가치들이 배제될 위험. 그러나 저차원적 가치가 충족되어야 고차원의 가치로 나아간다는 이론도 있으므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
3. 2차 대전 중 미국의 일본에 대한 원폭 사건을 보는 시각도 내 입장과 다르다. 물론 한국인인 나는 일본이나 미국이나 똑같이 좋아하지 않는 나라들이지만, 그것을 빼고 보자면 엄연히 가해자와 피해자가 구분되는 사건을 두고 양 측이 모두 잊고 싶어하는 과거일 뿐이라고 일축하는 것은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짓이다. 이 책의 저자는 지나치게 친강대국적인 것 같다.
4. 책 말미에 잠깐 언급한 유럽이 미국을 보는 시각 : 유럽에는 문화가 있으나 미국은 문화가 없고, 물질적이며, 퇴폐적 자본주의의 나라라는 것-에만 동의하는 나로써는 이 책의 전체적 뉘앙스가 찜찜했다. 내가 기대했던 책은 아니라는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