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원으로 세계여행 - 영어 울렁증 상근이의 자급자족 세계 여행
정상근 지음 / 두리미디어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80만원으로 세계여행을 떠난다니?! 이것은 상상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옛날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디에서 들었는지 기억은 정확히 나지 않지만, 어느 마을에 대대로 만석군인 부자가 며느리를 들이는 과정에 얼킨 이야기다. 마을에서 제일 가는 부자이므로 여러 처녀들이 그집에 시집을 가고자 지원을 하였다. 부자가 말하기를 쌀 한 되를 줄테니 한달을 살아보라고 하는 것이다. 여러 처녀들은 그 쌀 한 되로 죽을 쑤어먹기도 하고 미음을 쑤어먹기도 하며 견디려고 하였으나 도저히 배가 고파서 견딜 수가 없어서 포기했다. 그러다가 가난한 집 처녀가 자신도 도전해보겠다고 하여 부자는 큰 기대없이 쌀 한 되를 주었다. 그 처녀는 그 쌀 한 되로 쌀밥을 지어 든든히 먹고는 그 뒤로 마을에서 품앗이를 하기도 하고, 바느질감을 얻어와 바느질을 해주기도 하며 돈을 벌어서 한달을 보냈다. 그리고는 부자집의 며느리가 된 것이다. 이 이야기와 이 책의 저자인 대학생 정상근씨와 동일하지 않을까 한다.

물론 80만원으로 세계여행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행기표값도 구하기 힘든 돈을 수도 있다.

그리나 저자는 포기하지 않고 일단 그 돈을 들고, 호주로 간다. 거기서부터 세계여행의 출발인 것이다.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잘 곳도 없는 호주라는 낯선 나라에서 자신감 하나만 믿고 숙소를 구하고, 룸메이트를 구했다.

그리고 일자리를 구했다. 처음에는 언어의 장벽에 부딪혀 한인이 운영하는 일식당, 한식당에서 일을 하였지만 차츰 용기를 내어 더 높은 일당을 주는 현지인이 운영하는 곳에서 일을 했다. 그렇게 24시간을 48시간처럼 일하고 언어의 장벽에 부딪혀보며 그가 얻은 것은 세계여행을 할만한 돈과 자신감, 그리고 언어습득이었다.

그렇게해서 이름만으로 설레이기도 하고 길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신의 마음으로 살아가지만 단돈 20루피에 하루종일 탈 수 있는 인력거가 있는 인도로 첫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그뒤로 안나푸르나를 등정하겠다는 기세 좋게 네팔로 향했고, 하늘이 도와야 열린다는 안나프루나에는 하늘이 허락하지 않아 가보지 못했지만, 룸비니를 비롯하여 장대한 자연을 경험할 수 있었다. 장대한 자연을 경험하고 나서는 인간이 얼마나 다양한 문화를 일구어냈는지 알 수 있는 유럽대륙을 밟았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독일, 체코, 베엔나, 스위스, 핀란드, 스페인, 이탈리아까지 유럽문화를 충분히 누리고 즐겼다. 그리고 아름다운 인연들 고마운 인연들도 만나며 그의 여행은 더욱 충만해졌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더운 사막의 나라 중동으로 떠난다. 색안경을 쓰고 보았던 중동문화의 매력에 흠뻑 빠진 뒤 그는 현재의 대한민국의 청년으로 토익, 학점, 취업으로 골머리를 앓으며 평범한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동기들보다 1년이 늦긴 했지만 난 그가 많이 부러웠다. 365일간의 세계여행은 그의 말처럼 인생에 방향을 알려줄 것 같기 때문이다. 에필로그에 나온 그의 말이 인상적이다.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것.

정말 누구보다 빠르다고 우쭐댈 것도 아니고, 누구보다 늦었다고 실망할 것도 아니다. 내가 원하는 방향을 알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여행이 이런 진리를 가르쳐주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항상 꿈꾸고 떠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전문적인 여행가가 아니어서 글이나 그림에 세련된 맛은 덜했지만 일반인이 접하기엔 너무 정겨운 사진들과 글들이 가득 실려있어서 재미있게 읽은 여행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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